분쟁으로 한 팔을 잃은 흑인 여성. 지금까지 수 많은 여성들이 무력분쟁의 폭력과 범죄에 피해자가 되어왔다.

‘십시일반’.
한술두술 떠 모은 것이 마침내 듬직한 한 끼 식사가 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인권운동단체로 알려진 국제앰네스티의 태동은 이 십시일반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단체의 창립자인 베넨슨 변호사는 자유를 위해 건배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두 명의 포루투갈 학생에 대한 기사를 읽고 주간지에 ‘잊혀진 수인들’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 글을 본 수천 명의 호응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정치적 수인과 희생자들을 위해 설립된 국제앰네스티. 오늘날 명실공히 세계 정부를 상대로 수만 통의 영향력 있는 편지를 날리는 단체로 성장했다. 십시일반의 위력을 여실히 증명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아시아의 인권리더 ‘한국’ 목표로

‘사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국제사면위원회라고도 불리는 국제앰네스티(Amnesty)는 세계 각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발 빠르게 행동하는 비정부단체다. 희생자들의 사면과 석방을 위해 처음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해지는 인권침해 사례와 함께 전방위 인권 문제를 다루는 국제단체로 성장해 왔다.

세계 160여 개국에 60개 지부, 총 180만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국제앰네스티는 현재 한국에만 2,5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조직이다.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국장은 “앰네스티의 비전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수준의 인권을 누리게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방면에서 인권의식의 확산과 법제도 개선, 인권침해 조사 및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가장 활발한 앰네스티의 활동은 다양한 캠페인열전이다. 전통적으로 해오던 사형폐지나 고문철폐, 난민, 양심수석방 캠페인 외에도 여성폭력추방캠페인과 무기거래통제캠페인이 오늘날 국제앰네스티의 글로벌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지부는 사형폐지와 양심수석방 캠페인에 주력해 왔는데, 이런 활동은 편지를 통한 정부압박과 양심수 지원이 중심을 이룬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금 당시를 포함해, 1977년부터 한국정부에 양심수와 정치적 수인들에 대한 공개서한을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김 사무국장은 “앰네스티는 현재 인권침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아시아지역에서 한국이 인권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적극 요구해 왔습니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사형폐지를 10년 이상 기다려 왔고 이제는 그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의 성공사례가 주위국가들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라며 2006년이 한국의 인권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해가 될 거라고 말했다.

한국을 사형폐지 집중 대상국으로 선정한 앰네스티는, 올 한해 전세계 180만 회원들이 한국에 집중 투입될 계획이다.
그 밖에 단체가 벌이고 있는 캠페인으로 무기거래통제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초기단계에 있는 이 캠페인은 인권침해를 초래하는 가장 심각한 상황이 전쟁과 분쟁이라는 앰네스티의 40년 활동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분쟁 뒤에는 항상 무기가 있고 그 무기들은 상당부분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기에 관한한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라 생각하겠지만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반군들의 무기 중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상당수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여섯 번째의 무기수출국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김 국장은 한국에서의 무기거래 자료가 비공개인 점을 활동의 어려움으로 들며 무기거래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불법무기 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국제협약을 추진 중에 있는데, 올해 6월 유엔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각 참가국들의 동의를 얻도록 전방위 로비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인권운동의 선봉에 선 ‘그룹회원’

이렇듯 전 세계로 뻗치는 단체의 파워는 긴급구명활동을 가능케 하는 전 세계 회원들의 네트워크로 인해 가능하다.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알리는 본부 통지에 신속히 행동에 나서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연대야말로 국제앰네스티의 막강 저력인 것이다.

“긴급구명활동은 고문이나 처형, 또는 구속 중에 ‘실종’될 위기에 처한 수인을 구명하기 위해 발의됩니다. 국제사무국이 각 지부에 보내온 긴급구명 통지는 지부 담당자를 통해 긴급구명활동 네트워크에 속한 그룹과 개인들에게 전달됩니다. 정보를 받은 이들은 최대한 빨리 편지, 팩스, 이메일, 전보 등을 이용해 인권침해가해자나 이를 멈출 수 있는 해당정부, 혹은 감옥의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합니다.”
국제사무국은 매년 800건 이상의 긴급구명활동을 발의하는데 이것이 발의되면 48시간 이내에 수백 통의 탄원서가 발송된다고 한다.

앰네스티의 그룹회원들. 한국지부에느 약 20개의 구룹이 활동중인데, 이들은 각 지역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찾아 기획한다.

  전체 긴급구명활동 사례 중 3분의 1 이상의 사례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니 종이 한 장에서 발휘되는 힘이 실로 대단할 뿐이다. 
이렇듯 회원 하나하나가 활동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앰네스티의 활동은 다른 단체들과 구분된다. 특히 앰네스티의 그룹회원들은 그룹이 주도하여 캠페인과 인권교육, 조사 등을 할 수 있는데, 단체의 중요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집행위원회가 될 수 있는 자격까지 주어진다고 한다.

“현재 한국지부에는 20개의 그룹이 활동 중인데, 이들은 각 지역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직접 찾아 기획합니다. 모두 직장이 있는 일반인들이며 보통 활동은 주말에 전개됩니다. 인권은 더 이상 희생정신을 가진 몇몇 사람들로 보장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생활 속에 묻어있어야 합니다. 그룹 회원들은 그룹활동을 통해 이를 좀더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권 운동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 그룹회원들. 활동가 몇몇만의 헌신에 의한 변화가 아닌 수많은 대중의 인식변화로 인한 인권수호가 앰네스티의 정신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처럼 나 하나 존중받고 잘 살면 그만인 세상은 이제 갔다. 우리에겐 세상의 구석진 곳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놀라운 눈이 있고 귀가 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곳곳에서 들려오는 절규와 구호의 외침 소리를 매일처럼 듣고 산다. 이제 눈을 감고 가만 그 소리를 들어보라. 그리고 그 속의 절박한 진실에 다시 한번 눈을 떠보자. 행동하는 양심의 첫 태동소리가 들릴 것이다.
(www.amnesty.or.kr/ 문의: 02-730-4755)

글/김혜경 기자 사진제공/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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