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욕구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반면 일부 계층에 서는 참여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시기상조였을까. 현장에 뛰어들고 보니,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게 없다. 5~6년 전부터 슬그머니 정체를 드러내며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한 ‘문화복지’. 문화와 복지가 만났으니 머리가 꽤나 복잡해서였는지, 개념조차 정의 내려지지 않은 채 사회 전반에 퍼진 듯했다. 취재를 시작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추측된 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계층 간의 문화적 갭(차이)’에 의해 생겨난 사회복지적 접근이란다. 그나마 전해들은 추측 또한 심상찮다.

문화+복지=‘문화복지’다?

사실 ‘문화’와 ‘복지’라는 두 분야의 개념 자체가 정의 내리기 참으로 애매모호한 것들이다. 그러나 어찌하였든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이 되었고,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솟았으니 이제 먹고살 걱정은 뒤로 젖혀둔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는 ‘문화복지의 확대’라는 명명 하에 문화의 집, 문화센터 등과 같은 다양한 공간을 확충하고, 문화교육 및 여가, 체육활동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분위기가 이 정도로 흐를 즈음, 획기적인 사회·문화적 변화의 바람이 다시 한번 불어 닥치게 된다. 바로 주5일제의 시행이다. 이를 두고 어떤 학자는 “문화의 21세기다”라고 표현했으니 현시대의 문화 코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향유층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문화시설 및 문화공간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은 소외계층의 욕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술 더 떠 소외계층 스스로의 참여율마저 저조한 실정이다. 문화활동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나 사회적 관심이 많지 않은데다 생활 전반적인 면이 취약하다 보니 어찌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 문화란 ‘사치’에 가까운 것일 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등장한 대안이 바로 ‘문화복지’다. 문화에서 소외받은 이들에게 복지적 차원의 접근을 하겠다는 움직임인데,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화에서 소외받은 이들에게 복지적 차원의 접근을 하겠다는 움직임인 문화복지가 사회곳곳에 번지기 시작했다.

  마포노인복지관 진봉섭 사회복지사는 “현장에 있는 실무자에게도 ‘문화복지’는 생소하다 할 수 있지만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갭’이라 생각된다. 시대 흐름이 빨라지고, 사회변화에 따른 계층 간의 차이가 나다 보니 이것을 복지적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렇다면, 이런 문화복지는 어떤 방법으로 확보되어야 하고, 또 운영되어야 하는 것일까.

「달그락 작은 목소리로(소수자문화교육연대 2004년 프로젝트 자료집)」의 이광준 씨는 “문화복지는 공연장에 가기 편하고 미술관에 싸게 들어가는 차원을 넘어서서 문화예술 교육을 통한 복지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는 대중문화 컨텐츠나 예술작품에 대한 접근권도, 그렇다고 단순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채워지는 시간을 확보하려는 것도 아니다. 찾아가는 것에서 나아가 항상 가까이 있는 문화예술 교육적 상황을 만들자는 것이고, 덧붙여 문화예술교육과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서 발생하는 문제(실업자 교육, 재활교육, 자활사업, 정신보건사업)들과 통합하여 새로운 방식과 틀을 만드는 프로젝트이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안방문화를 탈피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년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인 92.7%가 여가시간을 주로 TV 시청으로 보내고 있었으며, 연극·영화관람은 2.7%에 불과했다. 결과가 이렇다고 하여 그들이 문화활동에 대한 욕망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애석하겠지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문화복지’가 가장 먼저 뿌리내리기 시작한 곳이 바로 장애인 쪽이다.

장애우문화센터 박성준 활동가는 “몇 년 전부터 장애인들의 문화복지가 우리 사회에서 시작됐다. 장애인에게 중요한 생존권과 이동권 그리고 노동권만큼이나 문화권 또한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문화는 한켠으로 밀려나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 흐름이 달라졌다”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안방문화에만 국한돼 있던 장애인 문화는 그 욕구를 몰랐던 것뿐”이라고 말하며 “이동권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부터 문화에 대한 의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설명하였다.

현재 장애인문화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곳은 장애인복지관과 생활시설, 장애인 관련단체 및 박물관, 문화의 집, 문예회관 등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의 세미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05년 7월 현재, 장애인 지원을 위한 문화관광부와 소속기관의 총 지원건수는 9건에 42억 9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미 문화복지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작과 달리 다양한 장애유형의 개별화가 힘들고, 장애유형마다 갖고 있는 기술 등의 차이로 인한 진행의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시적, 일회성 프로그램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박 활동가는 요즘 많이 활용하고 있는 ‘티켓 나눔’의 경우를 한 예로 들었다. 이 티켓나눔은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문화바우처’의 일환으로 장애인과 노인의 문화예술 관람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수혜자나 공급자 간의 적절한 이해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진행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초대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공급자 측에서는 나눔에만 의미를 두고, 문화를 향유할 만한 제반을 마련해 놓지 않고 있어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정부 측에서 적극 나서 문화 자체를 향유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장애우문화센터에서는 ‘레저버디’활동을 비롯하여 연극, 영상촬영 및 방송 모니터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의 문화적 코드를 표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그 수가 많지 않은 형편이다. 그나마 서울지역은 지방에 비해 형편이 나은 축에 속한다.

지금이 시기상조인가, 적기인가

정부는 2006년을 문화 나눔의 해로 선포하고 문화복지사업을 중점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노인복지분야도 문화로부터의 소외는 마찬가지다.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김신열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과연 문화복지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하며, 만약 문화복지를 소외계층의 문화 활동으로 간주한다면 공급과 수요의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면까지 생각할 부분이라고 했다. 또한 노인의 문화 접근성의 경우 다양한 복지시설과 프로그램이 생겨났으나 일반 시장에서는 소외받고 있다고 전했다.

마포노인종합복지관 진봉섭 사회복지사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노인인구의 급증과 정년퇴임이 빨라져 노후 생활이 연장되는 추세로 인해 여가 문제가 상당히 중요시 되고 있다”면서 “이제 양적 수치의 평가가 아닌 보편적 서비스를 통한 질적 가치 향상이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하였다.

노인들의 욕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가는데, 사회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화관광부는 2006년을 ‘문화나눔의 해’로 선포하고 문화복지사업을 중점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볼때, 과연 우리는 사회복지의 개념으로써 ‘문화복지’를 운운할 단계인가를 놓고 한번 고민해볼 만하다.

김신열 교수는 “문화에 갈증을 느낀 이들을 위해 향유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좋은 취지다. 그러나 거시적 측면에서 볼 때, 어떤 부분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삶의 욕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소외된 계층이 문화적 향유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며, 정책 수행 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관건이다”라고 했다.

이에 반해 진봉섭 사회복지사는 다소 긍정적 반응이다. 그는 “성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적기이다. 이미 노인인구의 여가문화 욕구가 상당한 수준에 올랐고, 방치할 수만은 없게 됐다. 누군가 앞장서 건강한 여가 문화의 라인을 잡아주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은 ‘문화복지’의 근간을 만들 때이다”라고 했다.

물론 문화복지가 개념도 성립되지 않은 채 난무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내로라하는 학자들마저도 정확한 뜻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사회복지의 새로운 코드로 등장할 움직임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음이다. 머지않은 날, 우리 모두가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이 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문화복지를 위한 전달체계 제도화를 비롯 시스템 구축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장우우문화센터 박성준 활동가는 “지금 사회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밑바탕을 문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문화욕구 충족을 토대로 문화교육 및 노동시장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문화에 접근토록해야 한다. 문화에는 모든 복지의 근간이 맞물려 있다”라고 했다.

글/표수진 사진/최경훈 기자

표수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