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첫봄이 왔다. 복개 이후 맞이하는 첫봄은 얼마나 설레고 또 얼마나 황홀할까. 그런 청계천을 지척에 두고 만난이가 있다. 첫봄을 맞이한 사람마냥 수줍음을 잔뜩 머금은, 인터뷰 내내 고운 빛깔로 물든 순수한 웃음이 잊히지 않는, 바로 한화국토개발 홍보팀 공은미(28·사회공헌담당)사회복지사이다.

사회공헌, 맨땅에 헤딩하기!

문득, 사회복지사가 기업에서 그것도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2002년 처음 입사했는데, 당시만 해도 사회공헌에 대한 기업의 인지도가 낮았어요. 자연스레 기업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게 되면 기관에 자원동원이 용이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입사를 하긴 했지만, 실제 맨땅에 헤딩이라도 해야 하는 기분이었다. 기반도, 그렇다고 선례가 있던 것도 아니니 사회 초년생이 걷기엔 너무도 험난한 길이었으리라. 상황이 이런데다 사내에는 그가 맡은 직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일었다. 어떤 이는 그에게 “한 달이라도 버티면 손에 장을 지진다”며 호언장담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업 안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은 전무하다시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과정을 스스로 이겨내고 말았다.

“새로운 걸 개척하고 싶었어요. 당시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었거든요. 사회복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았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1~2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인식들이 달라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가 맡은 일은 바로 기업의 자원을 적절히 이용하여 사회에 환원토록 하는 일이다. 기업의 입장에 서서 임직원들의 적절한 참여와 함께 사회복지 관련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잘 조정해야 한다. 그 역할을 잘 해낸 덕인지 기업 내에서 서서히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의 한화는 전 임직원들에게 한 달에 4회 이상 봉사활동을 하도록 권고하고, 실적에 반영키로 했다. 봉사가 일시적 시혜가 아닌 지속 가능한 업무연장의 하나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임직원들의 인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기업 안에서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이고요.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느끼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봉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가 어디 있겠어요.”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바로 얼마 전 부정적 모습을 보이던 임직원이 가족까지 함께 나와 봉사활동을 했을 때라며 공 복지사는 활짝 웃었다. 이렇게 일에 대한 만족도도, 사회복지사로서의 소명감도 높은 그이지만 가끔 현장이 그리울 때도 있다고 했다. 복지 관련기관에서의 경험은 대학시절 실습이 전부였지만, 가보지 못한 영역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기업에서는 홍보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이벤트성 행사가 진행되기도 해요. 물론 연출된 모습도 발생하곤 하지요. 그럴 때마다 사회복지사로서 역할 수행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도 들고, 또 수혜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그래서 실질적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까. 공복지사가 있는 한화국토개발에서는 기업이 가진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회공헌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바로 레저와 단체급식분야의 활동인 ‘사랑의 치료식’과 ‘1문화재 1지킴이’운동이 그것이다.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 사회복지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계약직으로 활동해야 했지만 이제는 한화 그룹의 정직원이 됐다. 그만큼 사회복지에 대한 기업의 이미지가 달라졌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때문에 그의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에게 좁은 문틈을 조금이나마 열어 준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사회공헌 담당자가 있는 기업은 얼마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에요. 모든 기업체마다 사회공헌 담당자가 생기게 되고 후배들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가 복지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공은미 사회복지사. 그는 자신에게 사회복지사는 ‘운명’이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 존경받는 사회복지사로 거듭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스물여덟 젊은 사회복지사의 꿈은 머지않은 곳에 있었다.

글·사진/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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