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지원센터의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주민들. 무료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건강가정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오늘 아침, 찡그린 얼굴에 신경질적 반응, 줄어든 말 수의 동료나 친구가 있었는가. 있었다면 이 중 절반은 집안 문제로 저기압인 사람일 것이다. 부인과 다퉜거나,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거나 혹은 가족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집을 빠져나온 사람들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오랜 시간동안 여러 가정의 가훈으로 사용되었을 만큼, 이 말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진리가 숨어 있다. 그것은 ‘행복은 가정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이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도 부부갈등과 자녀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가정의 행복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행복한 가족관계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유명조사기관의 결과만 보더라도 ‘가화만사성’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말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가화만사성 정책의 일환으로 설치 중인 건강가정지원센터에 대해 알아보고 현재 시행 중인 가족강화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정부가 나서 국민가정건강 지킨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도 살기 좋은 나라, 행복한 국가의 기본은 ‘화목한 가정’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남의 가정사’라고 해, 최악의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는 개입하지 않았던 때와 비교하면 확 달라진 모습이다. ‘가정건강’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표 1>의 건강가정기본법에도 나타난다.

결혼을 앞둔 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서초구의 데이트코칭 프로그램.

여성가족부 홍보담당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는 가족이다. 많은 가족이 행복해야 결국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때문에 정부는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개편하고 공통분모가 많은 여성문제와 가족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면서 “지난 해 법이 시행됨에 따라 국민가정건강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가정기본법 시행 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각 시·도 지차체에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건강가정지원센터가 국민의 ‘가정건강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 현재 각 센터에는 5여 명의 민간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위기가정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과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 예방 차원에서 다양한 체험 문화프로그램을 개발, 잠재돼 있는 문제를 가족구성원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돕고 있다.

2004년, 용산구 숙명여대에 처음 시범 위탁 설치된 센터는 지난해 강북구, 동대문구, 동작구, 서초구, 관악구, 송파구 등 서울 6곳을 비롯해 부산, 인천, 김해 등 지방 자치단체에도 확대 설치됐다. 
지자체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총괄 관리·지원하고 있는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측은 “올 해 서울 25개구 전 지역에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며 포항, 대전, 동해, 제주, 성남, 익산 등의 지자체에서도 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라면서 “센터는 2005년 시행된 건강가정기본법을 근거로 해 가정문제의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가족구성원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정 전문가 통해 차별화된 가족 상담 시행

어느 날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데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부부불화나 자녀양육 등의 가족문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에 ‘타들어가는 마음’을 숨긴 채 ‘행복한 척’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가정건강지원센터에서는 이처럼 가정 내 문제와 불화로 고민하는 이 들을 위해 전문 ‘가족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석·박사 이상의 가정 분야 민간전문가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존 상담에 비해 적극적이며 실천적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상담자와 전문가의 1:1상담에서 벗어나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족구성원 전체를 인터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문제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가족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김은정 교육팀장은 “가정 내 문제는 단순히 한 사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만큼 가족구성원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상담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도 가족구성원의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수차례 들어본 뒤 종합적인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 센터에서 진행되는 상담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7~8명 정도. 최근 들어서는 상담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 이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전화상담이나 방문상담이 모두 무료로 진행돼 저소득층 가정에도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함께 하면 행복해지는’ 참여 프로그램 제공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만드는 가족강화 프로그램.

  상담프로그램 외에도 가정건강지원센터는 다양한 가족참여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위기 가정 뿐 아니라 일반 가정구성원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이들 프로그램은 결혼준비, 자녀교육, 재테크, 고부갈등, 부부의 성과 같은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 3월 성북구 가정건강지원센터에서 주최한 ‘가족관계회복을 위한 의사소통훈련’에 참여한 최현자 씨(45)는 “그 동안 남편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서로에 대한 불만만 쌓여갔고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의 권유로 참여한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우리 부부가 변하고 있다”면서 “남편과 함께 들은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부부간의 진정한 교감과 소통을 배우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지난 1월 남양주시 가정건강지원센터에서 주최한 프로그램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우는 성’에 참여한 김숙경 씨(35)는 “요즘 들어 부쩍 성에 호기심을 갖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아이의 행동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바른 성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민망해하지 않고 성교육을 시켜볼 생각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밖에도 지난 4월 서초구 가정건강지원센터가 시행한 예비 결혼부부를 위한 데이트 코칭 프로그램, 자녀와 함께 우리 가정 역사서 만들기 프로그램을 비롯해 관악구 센터가 시행한  노년기 교육 프로그램, 안산시 센터가 시행한 열린가족놀이터 프로그램 등은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가정건강지원센터의 교육프로그램이 지역주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라면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은 “대부분 무료로 시행되는 이들 프로그램이 백화점과 문화센터의 고가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게다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만큼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이웃을 사귀는데도 안성맞춤이라고.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측은 “앞으로도 우리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가족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면서 “특히 올 해는 혼혈아동, 입양아, 미혼모와 같은 사회 소외계층의 문제에 대한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의: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02-3147-2194)

 글/안주영 기자 사진제공/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안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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