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경기도 의정부역 앞의 한 상가건물 사무실 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부터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뒤섞여 200인분가량 되는 점심 도시락을 만드느라 부산하다. 계란을 부치고 감자 썰고, 나물 무치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 압력밥솥 5개에 김이 빠지는 소리가 요란해지자 마치 서두르라는 명령으로 들리는지 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더욱 더 빨라진다. 이들은 다름 아닌 소외된 이웃, 독거노인의 점심을 책임지기 위해 나선 자원봉사단체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다. 이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사랑이 담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일상이 되어버린 ‘나눔’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좋은 모임)’은 97년 스님과 불교신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순수자원봉사 동호회다. 초창기 30명으로 시작된 모임은 꾸준한 홍보에 힘입어 현재 650명의 회원을 가진 단체로 성장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지만 그중에서도 푸드뱅크(Food bank)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대표사업. 지역사회의 빵집, 학교급식소 등에서 남은 음식을 기탁 받아 의정부 일대의 독거노인 200여명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이 이 사업의 내용이다.

김남숙 팀장은 “초기에는 지금처럼 ‘푸드뱅크’ 개념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남는 먹거리를 받아올 때 거의 구걸하다시피 했죠. 심지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지 않고 우리가 먹는 것이라 생각해 사기꾼이라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던 것이 이젠 의정부 지역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상인들도 우리를 믿고 기꺼이 음식을 맡겨요”라고 말했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일까. 이곳 회원들은 연령대가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유난히 사이가 돈독하다. 가끔 세대 차이를 느끼기도 하지만 어느새 가족처럼 가까워져 언니, 동생하며 서로 의지한단다. 
 

6년째 이곳에서 주방을 담담하고 있는 이순옥 씨가 도시락 준비에 한창이다.

  6년째 이곳에서 주방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순옥(47)씨. 몇 년 전 몸이 많이 아프고 나서 자신보다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돕고 싶은 생각이 든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팀장의 권유로 이일을 하게 되었다. 남들처럼 여유가 있어서 봉사를 하는 것도 아닐 터인데 자신보다 힘들고 소외된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것이 그에겐 즐거운 낙이 되었다고 한다.

“독거노인들을 대하다 보면 제 처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정말 돈이 없어 끼니를 굶는 노인들을 보면 가슴 아플 때가 많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져요. 또 가끔 수거한 도시락통에 과일과 감사 편지를 넣어주시는 어르신들이 있어요. 그 편지를 볼 때면 가슴 한켠이 뭉클해져요.”

아침에 눈을 떠 할일이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다. 바로 이곳의 맏언니로 불리는 전명자(64)씨가 그렇다. 

“매일 집에만 있다가 할일이 생긴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나이 들어가는 게 아쉽기만 했는데 이일을 하고나서 마인드 자체가 달라졌어요. 물론 나이가 있어서 이렇게 봉사하고 집에 돌아가면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즐기게 되는 거 같아요. 건강이 허락된다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이곳에 나와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모아진 온정 배달하는 심부름꾼

회원들은 연령대가 다양하데도 불구하고 유난히 사이가 돈독하다.

수익사업이 없는 비영리단체기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그나마 가끔 들어오는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긴 하지만 모임을 운영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김남숙 팀장은 “후원단체가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모임을 꾸려나가기 수월할 텐데 그게 가장 힘들어요.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면 후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죠”라고 말했다.

그저 세상 사람들을 대신해 소외된 이웃을 돕는 것이라고 하는 ‘좋은 모임’ 회원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눔을 행하고 있을 그들의 아름다운 행진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베어 나온다. 이들처럼 내가 좋아서, 행복해서 행하는 봉사. 이것이 이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봉사가 아닐까.     

글·사진/박경미 기자

박경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