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아 치매어르신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이상현 강사가 웃음치료에 한창이다.

  “다같이 서로 마주보고 하하하~ 박장대소하며 웃어주세요.”
지난 5월 8일 오후 1시, 공릉종합사회복지관 프로그램 교실 안. 어버이날을 맞아 치매 어르신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한남자가 본격적인 웃음치료에 나섰다. 치매노인 한 명 한 명 손을 잡아주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너스레를 떠는 강사의 얼굴이 재미있는지 무표정이었던 어르신들의 표정이 시종일관 웃음바다로 변했다. 강사가 하나 하나 동작을 시킬 때마다 ‘별걸 다해’하면서 핀잔을 주며 모든 동작을 따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나른한 오후 복지관 건물을 흔들고 있었다.
 
“웃는 순간 행복해져요”

 단순히 웃는 것만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웃음으로 병을 치유한다는 말에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웃음은 몸에 가장 좋은 운동이자 보약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웃음으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웃음치료사 이상현(29)씨가 바로 그 주인공. 쉽게 말해, 그는 웃기는 사람이다. 스스로도 유쾌한 사람일뿐아니라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1년 365일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행복 바이러스를 몰고 다니는 그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이런 그를 마주하는 사람이라면,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암 환자나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라 하더라도 연신 웃음꽃을 피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씨는 전통인물화를 전공한 미술학도다. 그런 그가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웃음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에서 미술은 삶의 전부였단다. 오직 미술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어느 해, 급격히 나빠지는 시력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되었고,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되면 시력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삶의 전부였던 미술을 중단했다. 그 이후 낙천적인 그의 얼굴엔 웃음이 점점 줄어들게 되어 우울증까지 찾아올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하지만 웃음을 잃어버릴 정도로 우울한 생활을 몇 달 동안 계속하니 자연스레 웃음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살면서 그 당시처럼 힘든 시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한순간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힘든 고통의 상황에 있을 때 웃음 치료를 접하게 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것이 웃음 치료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평소 워낙 밝은 성격인 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알게 된 웃음 치료는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웃음 치료를 받고나서 결심했죠. 사람들에게 웃음으로써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선사하자고. 그래서 결심한 이후부터 나 자신부터 잘 웃어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웃기 연습을 시작했어요. 길을 가다가도 화장실에서도 혼자 히죽히죽 웃으니 미친 사람인 줄 알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였어요.”

그렇게 하기를 몇 달, 그는 한 복지관에서 치매 어르신을 상대로 웃음치료를 처음 시도했다. 이런 그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처음에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던 노인들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자신감을 얻은 그는 웃음을 필요로 하는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웃음강의에 나섰다. 

웃음치료사 아닌 웃음전도사

노인이나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잘 웃지않아요.웃음에 인색하기 보다는 웃을 기회가 별로없어 습관이되어 있지않죠.하지만 정을 한번주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저를보는 표정부터 바뀌어요

  요즘 그는 웃기고 웃는 법을 전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을 상대로 전국에 있는 복지관, 병원, 치매 센타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웃음을 전파하고 있다. 또 각 대학이나 기업에서 웃음 치료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강의를 통해 웃음의 기원, 종류를 비롯해 웃음이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의한다.

“비단 환자에게만 웃음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온갖 스트레스에 찌들린 현대인 대부분에게서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죠. 웃음은 사회의 건강도를 높여주는 치료제이기도 해요.”

하지만 별 이유도 없이 히죽히죽 웃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당최 뭐 웃을 일이 없는데 말이다. 웃는 게 좋은 줄 누가 모를까 싶다. 하지만 그의 답은 간단명료하다. ‘억지로라도 웃어라.’ 이 말은 곧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이다. 물론 길가다가 실성한 사람처럼 웃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웃음은 암의 근본 원인인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환자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아줘요. 하루에 15초 웃으면 수명이 이틀 연장되고 45초 웃으면 고혈압이나 스트레스가 물러간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가 가르치는 웃음의 종류는 다양하다. 호탕웃음, 함박웃음, 자지러지는 웃음, 포복절도, 싱글벙글, 요절복통, 손뼉웃음, 백설공주웃음, 배꼽잡기 웃음 등 줄잡아 30종류가 넘는다. 이렇게 웃음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래도 이왕 웃는 거 크게 웃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복지관을 찾아 손뼉을 치고, 최대한 어르신이나 환자들이 크게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들이나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잘 웃지 않아요. 웃음에 인색하기 보다는 웃을 기회가 별로 없어 습관이 되어 있지 않죠. 하지만 정을 한번 주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저를 보는 표정부터 바뀌어요.”

1년 365일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행복 바이러스를 몰고 다니는 그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짜증을 내고 싶은 날도 수십번이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 때문에 단 몇 초라도 웃어주는 사람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활짝 웃는다고.
“사람들에게 상처 받을 때도 많아요. 암 환자같은 경우에는 죽음을 앞둔 분들이라 매우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간혹 “뭐하는 짓이냐”며 강의 도중에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여러 번 강의를 하면 어느새 제 진심을 안 환자들이 얼굴표정도 환하게 짓고 점점 잘 웃어주죠. 일을 하면서 그럴 때가 가장 보람 있어요.”

자신이 하는 역할을 웃음치료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웃을 수 있게 웃음을 찾아주는 웃음전도사라고 말하는 이상현 씨.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 ‘지금 이순간’ 이라고 선뜻 대답하는 그에게서 어두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웃음은 모든 사람의 행복 언어

웃음은 모든 사람의 행복언어라고 표현하는 그는 앞으로 웃음에 관한 공부를 더해 기회가 된다면 관련 서적을 내고 싶은 야무진 꿈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웃음치료사라는 직업이 대중화 되지 못했어요. 아직도 지방에는 이 직업을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니까요. 사실 웃음치료사만큼 행복한 직업이 또 어디 있겠어요. 앞으로 조금 더 대중화될 수 있도록 관련서적도 내고 후배들을 위해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어요.”

마음이 얼굴을 바꾼다고 하지만 그를 통해 얼굴이 마음을 바꾸기도 하고, 또 웃음은 전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할 때 웃는 표정을 요구하는 기자의 요구에 그는 “하하하”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에 ‘저사람 왜 저러지’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던 사람들도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고, 넓은 공간이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그는 인터뷰 내내 웃었다. 언젠가 웃음을 굳이 가르칠 필요가 없어질 날이 올 때까지 평생 웃음 강의를 다닐 생각이라고 하는 그. 누구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였다.

 글·사진/박경미 기자

박경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