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이영표… 우리나라 축구의 희망으로 불리며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두 선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현란한 발놀림과 스피드? 그렇다. 바로 이들은 선진형 축구를 가능케 하는 ‘멀티 플레이어’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때로는 저돌적인 침투와 정확한 패스를 가진 공격수로, 때로는 상대 공격수를 꼼짝 못하게 하는 강한 압박의 수비수로, 그들은 그렇게 한국축구 선진화를 앞당기는 신형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2006독일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6월, 사회복지계의 멀티 플레이어가 있다는 제보(?)를 입수한 기자는 면목사회복지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초여름 무더위에 숨이 가빠오고, 목이 타긴 했지만 (13번째 주인공, 이지영복지사가 강력 추천한) ‘인간미와 능력을 고루 갖춘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마음만은 기대와 설렘으로 들 떠 있었다. 

10년차 배테랑, 이제 선수 아닌 감독

14번째 주인공 정헌채복지사는 97년 입문, 올 해로 사회복지사 10년 차가 되었다. 이제야 ‘아마추어’의 딱지를 떼고 감히 ‘프로’의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그.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분명 그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 하지만 눈빛에서 느껴지는 일에 대한 열정만은 긴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변함없어 보였다.

“현재 팀장으로 있는 제 역할을 축구로 말하자면 필드에서 뛰는 선수보다는 선수를 돕고 관리하는 감독 역할이라 할 수 있어요. 꼭 좋은 선수가 능력 있는 감독이 된다는 보장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저 역시 훌륭한 감독이 되기 위해 그 동안의 경험들을 살려 역할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중이에요.”

처음 맡는 지휘관 역할을 비교적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선수생활의 다양한 경험 덕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97년 공릉사회복지관에 입사, 그는 재가사업, 급식사업, 장애아동사업, 청소년복지사업, 여성복지사업, 지역복지사업 등의 다양한 분야의 사업들을 진행해왔다.

“위에서 해보라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주어진 것을 다 열심히 해봤어요. 일 할 당시에는 새로운 분야를 적응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어요. 이제 남들이 밤을 새며 할 일을 나름대로의 노하우 덕에 뚝딱뚝딱 해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휘관은 지휘관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는 법. 그는 조직관리에 있어서 문제점이 발생, 구성원 간의 갈등이 발생할 때 가장 난감하다고 말한다. 나름대로 훌륭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복지사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조직 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일은 아직 초보 지휘관인 그가 노하우를 쌓아가야 할 분야라고.

“중간관리자인 제가 아래 위 의견 차이를 얼마나 좁혀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에요. 이를 위해 조직을 탄탄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 역시 제가 해야 할 일이지요. 잘 짜여진 조직이 성공하는 것처럼 조직관리는 추진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조직관리’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배움에 끝이 있나요?”

자신의 새로운 포지션에 대한 노하우를 쌓기 위해 그는 지난 가을 중대한 결정을 했다. 야간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한 것. 필드에서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느끼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었다고.

  “새로운 것을 공부한다는 것이 요즘 제 삶의 활력소에요. 배우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더욱 탄탄해졌어요. 또, 사람 만나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새 동료들이 생겨 상부상조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에요.”

‘대학원 생활’을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에서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쉬운 일인가. 웬만한 사람의 의지로는 하기 힘들다는 ‘낮에는 일, 밤에는 공부’이기에 분명 어려운 점도 있으리라.

“어려운 점이요? 물론 있죠. 대학원 과제가 많거나 반대로 업무가 많아지면 한 쪽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요. 최대한 비중을 비슷하게 두고 머리로는 지식을, 몸으로는 경험을 쌓으려고 하지만 사실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쁜 생활이에요. 가끔 피곤하고 지치긴 하지만 그래도 원했던 배움이기에 더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더 많은 배움과 경험을 통해 좀 더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는 그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민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복지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지역의 더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 목표는 지역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수 있는 복지관을 만드는 것이에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복지관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그런 복지관을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지역사회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멀티플레이어 지휘관’을 꿈꾸는 정헌채 복지사. 배움에 대한,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훗날 그에게 큰 수확을 안겨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사회복지를 하는 복지사로서 그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
특히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수줍은 소망을 이뤄 쌍춘년(雙春年)의 행운을 누릴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글·사진/안주영 기자

안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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