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영아, 여기까지 한번 기어와 볼까?”
주간보호프로그램이 한창인 방안. 3,4세의 어린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에 맞춰 실룩실룩 몸을 끌며 기어가는 모습이 귀엽다. 이미 걸을 줄 아는 아이들이지만, 무뎌지기 쉬운 근육 기능을 발달시키기 위해 ‘뱀처럼 기어보기’ 연습 중이다. 엉금엉금 잘도 기는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방긋. 다운증후군 아동 특유의 해맑은 미소에 지도교사의 얼굴도 따라 웃는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바라보고 있으려니, 아이들 얼굴에 깃든 개성이 하나 둘 다채롭게 살아난다.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다운복지관(관장 문동팔)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답고 정다운 얼굴들이다.

1000명에 한명 꼴인 다운증후군

다운복지관은 다운증후군을 중심으로 한 정신지체종합복지관으로, 그 설립배경부터가 남다른 곳이다.
사회복지법인 다운회가 운영하는 이곳의 태동은 1988년 다운증후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단출한 모임이다. 뜻있는 한 부부가 소유 주택을 출연하면서 성인 다운증후군 장애인을 위한 작업장을 만든 것이 복지관의 효시로, 처음 아홉 가정이던 부모모임이  정식 사회복지법인으로 변모하는 동안 작업센터 역시 지난 2003년, 복지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다운증후군은 천명에 한명 꼴로 태어나는 높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까지 장애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양육정보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어요. 이에 다운회가 장애당사자와 가족의 건강한 삶을 목표로, 보다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사회복지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자 다운 전문 복지관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이진승 사회복지사가 새내기 복지관의 열의를 담아 시설을 소개했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부모의 정상적인 형질을 물려받지 못해 생겨나는 장애. 지능 발달이 지체되는 외에도 살짝 올라간 눈꼬리 등 생김새에서도 특유의 특징이 묻어난다. 언어발달이 늦되고 근 긴장도가 낮아 입이 헤 벌어지고 발음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돌연변이로, 유전성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아직 정확한 발생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다운아동들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 항문, 식도, 내장 등에 합병증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복지사는, 특히 선천성 심장병은 30~40% 정도로 그 빈도가 매우 높은데, 개중 10~20%의 심각한 심장병을 가진 아동들은 호흡기병에 자주 걸리고 폐렴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와 같이 심장병과 여러 합병증을 앓는 다운증후군 아동들을 위해 복지관은 수술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심장병 및 합병증 수술비 지원사업’은 합병증을 안고 태어나는 다운아동들을 위한 사업으로, 한국마사회와 GAP KOREA 등 기업의 후원을 받아 매년 스무 명 정도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운증 아이들의 경우 사시나 저시력증이 많은데, 이들에게도 시력검사 및 안경지원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영·유아의 치료와 교육에 집중된 복지관의 취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장애청소년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 多

이 외에도 이곳에선 다운증후군 장애인을 위한 몇 가지 특화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장애청소년의 여가활동과 자신감 향상을 위해 기획된 ‘우리다운콜라텍’과 ‘4대 명산 원정대’ 등이 그것이다.

 ‘우리다운콜라텍’은 장애청소년의 여가활동과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매달 넷째 주 목요일 복지관 4층 강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콜라텍 사업이다. 장애청소년들이 일반 콜라텍 출입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자 지역주민들의 인식개선과 장애청소년들의 문화복지를 위해 고안된 것으로, 인근의 재가 장애청소년들이 보호자 및 비장애친구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장애청소년들 역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건강한 해방구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맘껏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 사회로부터 내몰리는 아이들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것이 어느덧 매 80여명 안팎의 청소년들을 불러 모으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고 소리 지르며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건강한 여가선용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어 이곳 복지사들에게 쏠쏠한 보람을 안겨 주고 있다고.

그밖에 ‘4대 명산 원정대’는 지리산, 백두산, 설악산, 한라산 등 국내외의 명산을 오르며 장애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4, 6, 9, 11월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신체적인 피로가 빨리 찾아오는 장애아동의 특징 상 거친 장시간의 산행은 무리지만, 아이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 부모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건강증진까지 도모할 수 있어 매번 지원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복지관은 이 외에도 장애청소년의 문화복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오는 7월8일에 열리는 ‘전국장애인댄스경연대회’도 그 중 하나다. 장애인 댄스그룹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는 장애인의 긍정적 가치관 형성을 돕고, 보다 적극적인 문화생활의 장을 마련키 위해 올해 복지관이 기획한 야심 찬 프로젝트다.

대회를 소개하며 모쪼록 장애인의 끼와 잠재력을 개발하는 성공적인 대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이 복지사의 얼굴이 한껏 고무됐다. 콜라텍 사업을 진행하며 지켜 본 장애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이들의 색다른 재능과 끼를 발견한 한편으로, 장애인들에게 ‘표출의 기회’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 복지관 나름의 열띤 노력이 아닐까 한다.  

이 외에도 복지관에는 생애주기에 맞는 교육과 재활, 그룹홈 서비스를 통한 사회적응 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의 가장 큰 자랑은 이러한 양질의 프로그램보다도 자체적으로 조직되고 활성화되어 있는 열띤 부모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복지관을 중심으로 다운증후군 부모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어요. ‘아버지 모임’, ‘어머니 모임’ 등 부모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위로와 지지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 부모들은 조금씩 마음의 혼란을 추스르고 지혜롭고 현명하게 자녀양육의 방법을 모색해 나아갑니다.”

복지관의 태동이 다운증후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열정과 사랑이었던 만큼 현재 복지관을 이끌고 있는 힘의 원천 역시 부모들의 지칠 줄 모르는 자녀사랑이라고.

정신지체와 발달장애 아우르는 종합복지관

이토록 다운증후군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몇 안 되는 복지관이지만, 이곳은 다운증후군 장애인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다. 하루 평균 150여명의 이용자들이 방문하지만, 정신지체와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이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교육과 의료, 직업재활 프로그램이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이제 갓 3년째를 맞는 새내기 복지관의 열정으로 다운증후군은 물론 정신지체인과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다 전문화된 시설로 특화되길 바란다는 다운복지관. 그 바람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더 단단히 다져지는 복지관의 면모를 기대해 본다. (문의: 02-3296-2114)

글/김혜경 기자 사진제공/다운복지관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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