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아니면 TV를 통해 우리는 종종 그들을 만나게 된다. 1톤 트럭에 쌓아도 넘칠 것 같은 삶의 무게에 힘겨워 하는 사람들.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 끼니를 거를 정도로 가난한 사람, 늙고 병든 사람, 부모가 없는 사람 등 사회의 약자들은 오늘도 생을 유지하기 위한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는 그저 적은 돈을 기부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마음속에 일고 있는 그들에 대한 ‘동정심’과 ‘미안함’의 짐을 벗어던질 뿐이다.

그러나! 매일같이 사회소외층과 호흡하는 사회복지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나도 직업이라면 하겠다’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직업의식 없이 이 길에 들어섰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보따리를 싸게 될 것이다. 그 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많을 뿐 아니라 매순간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한다. 이 모든 것을 인간애와 직업의식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 우리 모두를 대신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사회복지사이다.

장애아동에게 감동, 수호천사가 되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카피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투철한 직업의식과 따뜻한 마음이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라며 정헌채 복지사가 장민균 복지사를 가리켜 한 말이다. 그 얼마나 부러운 수식어인가. ‘머리가 뜨겁고 가슴이 차가워’ 마인드 컨트롤(?)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항상 ‘닮고 싶은 인간상’일 테니 말이다.

장민균 복지사는 1995년 9월 복지사 생활을 시작했다. 10년이 넘는 경험을 토대로 ‘부장’이라는 직함도 얻었고 ‘길음복지관의 최고 배테랑’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할 때만해도 자신이 ‘사회복지사’가 될 줄은 몰랐다고.

“대학에 들어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도 ‘사회복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방학 때 장애아동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그 때 장애아동들과 축구를 했는데 골키퍼를 맡은 아이가 하반신이 없는 친구였어요. 움직이기도 힘든 몸으로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정상인인 저와 제 친구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어요. 1박2일의 봉사활동이 끝나고 그 때 결심했어요. 저렇게 열심히 살려는 사회소외층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길음복지관에서 재가복지사업을 시작으로 장애인사업, 소년소녀가장사업, 위탁노인사업, 생활수급자사업 등을 맡아 진행한다. 특유의 성실성과 눈에 띄는 추진력은 그를 조직의 리더로 이끌었다. 최선을 다한 만큼 사업이 성공할 때마다 보람도 커졌다. 특히 1997년에 이동목욕사업과 2003년 소년소녀가장과 함께한 미국서부 희망체험은 그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이동목욕사업을 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스스로를 돌보기 힘든 많은 사람들을 씻겨주면서 저 역시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죠. 고마워하는 사람들 덕분에 힘든 줄 몰랐던 시절이었어요. 또, 2003년에 지원을 받아 소년소녀가장과 미국여행을 갔던 것은 너무 힘들었기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에요(웃음). 6박 7일 동안 잠을 10시간 밖에 못 잤어요. 타국이었기에 아이들 안전사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잠 안자고 위험요인(?)들로부터 아이들을 지켰죠. 그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어느새 즐거운 기억이 되었네요.”   

사회복지사 위상은 사회복지사 스스로의 몫

후배 양성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서일까. 그는 많은 후배들을 비롯해 사회복지 종사자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복지를 직업으로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우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고 사회에서도 인정해주는 분위기에요.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외국처럼 전문가집단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요. 서로를 인정해주고 감싸주면서 최소한 ‘발목잡기’는 안 해야 전문직으로 거듭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은 요구나 제안은 결국 우물 안 개구리의 함성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일부 사회복지사들이 타 복지기관에 비해 적은 임금을 가지고 불평을 해 이슈화했던 사건을 두고 한 말이었다. 임금이나 환경 면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종사자들이 있으면 격려해주고 상향평준화가 되도록 노력해야 발전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장민균 복지사는 이제 필드에서 대상자를 직접 만나는 일보다 오히려 ‘도장 찍는 일’이 주 업무가 되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하지만 이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조직의 관리자가 되었다는 것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지만 요즘에는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

“조직을 관리하고 사업을 총괄 책임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정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이 배워야 하고 더 많이 경험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석사공부도 시작했고, 더 큰 꿈을 갖게 되었어요. 시설을 운영하는 장이 되는 것도 좋고 저와 뜻을 함께하는 후배를 양성하는 것도 좋아요. 어떠한 방식이든 ‘나만의 사회복지’를 펼치는 것이 제 꿈이에요.”

장민균 복지사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사회복지사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스스로 ‘전문가다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것이 ‘나만의 사회복지’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자 사회소외층과 많은 후배들에게 힘을 보태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의 믿음이 척박한 사회복지 현실에 올곧게 뿌리내려 싹을 틔우고 튼실한 열매를 맺길 기대해본다.

글·사진/안주영 기자

안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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