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매’로 행해지는 폭력

<사례1>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은자(38)씨는 얼마 전 아이 때문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방과 후 집에 온 딸아이에게 숙제를 시켰는데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신경질만 냈던 것. 화가 난 김씨는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어 몇 대를 맞겠냐고 물었더니 “엄마 잘못했어요. 제 얼굴 제가 때릴께요”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놀라서 딸아이에게 누가 그런 말을 하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잘못하면 앞에 나와서 자기 얼굴을 열 대씩 때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날 교사의 어이없는 교육방법에 충격을 받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사례2>
울산의 한 여고에 다니는 은주(가명)는 얼마 전 당한 충격적인 일로 몇 달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은주는 모의고사가 끝나는 날 교복을 사복으로 갈아입고 친구들과 함께 근처에 나들이를 가던 길이었다. 교문을 나서던 중 한 교사가 차에서 내리더니 다짜고짜 은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 앞니에 금이 가고 말았다. 뒤 이어 은주의 무릎을 발로 차고 가슴을 주먹으로 때렸다. 하도 엉겹결에 당한 일이어서 은주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그저 맞기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교사는 기숙사생인 은주가 사복을 입고 교문 밖으로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당시 충격으로 은주는 현재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사례3>
서울 모 중학교에 다니는 대영(가명)이는 얼마 전 교사에게 심한 체벌을 당해 코뼈가 부러져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당시 대영이는 칠판을 지우는 청소 당번이었는데 칠판을 지우다가 청소 구역표 란의 일부를 지웠다고. 그것을 본 교사는 왜 지웠냐고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더니 주먹으로 안면을 때렸던 것이다. 갑작스런 충격에 쓰러진 대영이의 머리를 교사는 구두 뒷축으로 짓밟고 다시 일으켜서 피투성이가 된 뺨을 때렸다. 현재 대영이는 그 충격으로 뇌진탕을 입어 종합병원에 입원 중이다.

위의 3가지 이야기는 최근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상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듯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교사 폭력은 이제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의 학교가 체벌을 허용하고 있으며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폭력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제는 체벌과 폭력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교사나 학교 측은 한 목소리로 “체벌 정도가 심했을 뿐”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분명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모욕감을 주는 폭력을 행사했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18조1항에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적고 있고, 다시 시행령 31조7항을 통해 “학교의 장은(생략)…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 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교사들에게 ‘불가피한 경우’에는 체벌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

그러나 구체적으로 교사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종류, 어떤 정도의 체벌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적 규정이 없다. 다만 사회통념이나 상식적으로 볼 때 ‘이런 정도면 교육적 견지에서 허용할 만하다’는 묵시적 허용범주가 있고, 또 말썽이 잦자 매의 종류나 횟수 등에 관해 자체지침을 두고 있는 학교도 있지만 대체로 교사들의 양식과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까. 위의 사례가 증명해 주듯 학교에서 체벌은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

학교문제 상담, ‘교사문제’가 가장 많아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 따르면 지난해 학부모회 상담실에 접수된 총 상담 건수는 모두 638건으로 이중 촌지, 체벌, 폭력, 성추행 등 교사 관련 문제가 가장 많았다. 전화상담 중 폭력적 체벌과 자질 문제, 성추행을 고발하는 사례만 33.5%에 이르렀다.
체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하소연은 넘쳐난다. 인권단체나 청소년단체, 각 시도교육청 사이버 상담과 청소년인권상담 코너에는 체벌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손순희 상담위원은 “상담을 하다 보면 학교 현장의 인권의식 부재와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교육문화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며 “70%정도의 교사들이 여전히 체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손 상담위원은 “예전에 비해 많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교사가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치아 손상, 망막 및 고막 손상, 턱 관절 손상 등 학생들 얼굴에 가해진 폭력은 평생 학생들이 폭력에 의한 상처를 안고 살아야 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라고 우려하면서 , “이런 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결국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체벌은 일반적으로 교권이나 교육적 효과라는 정당성의 옷을 입고 행해진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훈육의 한 방편이며, 교사가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교수권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체벌을 하는 교사들은 흔히 ‘사랑의 매’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에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론’을 덧붙인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체벌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체벌의 사유와 목적이 비합리적이다. 청소년인권전문가인 권혜진 씨는 “교사들은 질서유지와 수업분위기를 위해서 ‘본보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체벌은 기본적으로 처벌의 비례성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특정 학생의 인격을 수단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교사와 학생간의 ‘체벌’수위 인식차 심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상담실로 접수되는 교사체벌은 크게 보면 습관적 체벌, 감정적 체벌, 폭력적 체벌, 성폭력적 체벌, 언어폭력적 체벌 등이다. 특히 성폭력적 체벌은 아이들에게 이후 성적 수치심 및 정서적인 충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접수된 상담 사례를 보면 ‘막대기로 남자 아이들의 성기를 친다든지 성기를 잡아 빼는 등’의 행위, ‘성기주변의 사타구니가 멍이 들 정도로 꼬집어서 상처를 남기는 등’의 행위, 여학생의 경우 “난 눈을 감고도 너희들 젖꼭지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아”등 성폭력적 언사를 한 경우 등 폭력의 수위가 매우 심각하다.

하지만 교육전문가에 따르면 예전에 비해 체벌은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다만 아이들 인권의식이 과거보다 많이 향상 돼 언론이나 방송에 좀 더 드러나는 것이라고. 그러나 물리적인 폭력 외에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언어폭력 역시 학생들의 인권을 훼손하는 심각한 폭력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기성세대들은 눈에 보이는 폭력에 노출돼 성장했고, 그에 비해 지금 가시적인 폭력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학교 환경은 견고하다”고 지적하면서,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교사들에게서 존댓말은 생각도 못하고, 인신모독적인 언어폭력은 예사다. 그런 부당한 대우가 만연한 학교 안에서는 한 사람으로 대접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도를 넘은 체벌은 교육현장에서 수없는 말썽을 불러일으켜 왔다. 교사가 감정이 격해져 학생들의 뺨을 손이나 슬리퍼 등으로 여러 차례 때리거나 혹은 대걸레 자루 등 ‘사랑의 매’로 보기 힘든 도구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상처까지 입히는 사례 등이 대표적인 경우.

  그러나 체벌의 종류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시험성적이 나쁜 학생들에게 강제로 물을 마시게 해 구토와 복통 등을 일으키게 한 경우가 말썽이 됐고, 교사로부터 체벌을 당한 여학생이 시험 도중 교실에서 뛰어내려 부상당한 경우도 있었다. 또, 아침자습 시간에 잡담을 한다는 이유로 매로 엉덩이를 때리다가 학생지도실로 데려가 머리를 잡아 책상에 부딪치게 하고, 뺨을 때리다가 동료교사가 만류하자 그제야 체벌을 멈춘 사례도 물의를 빚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는 등의 영향으로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진 때문이지 ‘체벌’의 수위를 둘러싼 교사와 학생들 간의 인식차도 적지 않다. 교사가 체벌로조차 여기지 않는 수준에도 학생들이 충격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작년 서울시와 경기도 소재 13개 중·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때 ‘말로 훈계한다’(56.7%)거나 ‘교실 뒤에 세워놓기’(32.2%)등의 방법을 쓴다는 대답이 많았고 ‘매로 체벌한다’는 4.1%에 불과했다.

반면 학생들은 같은 질문에 대해 ‘매로 체벌한다’(31.6%)를 첫 손에 꼽았고 ‘교실 뒤에 새워놓는다’가 26%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말로 훈계한다’는 20.1%에 불과해 교사와 학생 간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어느 한쪽이 사실과 다른 응답을 했다기보다는 교사와 학생들 간 체벌을 둘러싼 체감지수에 그만큼 격차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교에 보내는 아이가 인질?

초중등교육법령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불가피성’을 들어 체벌규정을 두고 있는 학교도 대부분 회초리 등으로 그 방법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과잉 체벌이 공론화되는 사례가 적은 것은 상당수 학부모가 되레 불이익을 당할까봐 속앓이만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보내는 아이가 인질”이라는 서글픈 농담까지 주고받는 학부모의 심정을 이제 교육당국과 교원단체가 헤아려야 할 때이다.

‘사랑은 사랑을 기르고 미움은 미움을 기른다’는 말이 있다. 학부모, 학생, 교사들이 가져야 할 의식은 사랑과 존경이다. 사랑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끼고 위하여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이라고 써 있으며, 존경은 ‘받들어 공경함’이라고 되어 있다. 교사는 제자를, 학부모들은 교사를, 학생들은 스승을 서로 사랑하고 존경 할 때에 체벌 없는 훈훈한 우리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폭력 그 두번째 이야기로 아이들끼리의 집단 싸움인 교내폭력에 대해 살펴보겠다.

글/박경미 기자 사진제공/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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