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바람과 소용돌이치는 물결이라는 뜻의 질풍노도(疾風怒濤). 사람들은 이 단어를 청소년기에 빗대어 사용하곤 한다.

이 시기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방황하거나 힘들어하고 난생처음 인생의 쓴 맛(?)을 맛보기도 한다. 가장 문제인 것은 덩치는 크지만 인격적으로 덜 성숙하고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 일탈행위를 쉽게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너무나 많다. 결국 무엇이 옳은지도 모른 채 사회의 음지를 지키고 있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즈음, 때 마침 장민균 복지사는 ‘아이들을 정성으로 보살피는 사람’이라며 16번 째 복지사를 소개해줬다. 동부아동상담소의 채성용 사회복지사가 바로 그 주인공. 푹푹 찌는 8월의 더위 속에 만난 그는 듣던 대로 ‘위기의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열정과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감동의 눈물로 결심한 사회복지사의 길

릴레이복지사를 통해 만난 사회복지사들은 저마다 ‘복지사가 천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채성용 복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감동적인 스토리도 가지고 있었다.

“사회사업학과를 지원할 때만 해도 특별히 사회복지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유난히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자원봉사프로그램을 좋아했던 제게 꽤 흥미로운 기회가 찾아왔어요.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강화도에서 제주도까지 여행을 가는 것이었죠. 여러 고비 고비를 넘어 제주도에 도착해 아이들 50명과 함께 한라산을 오르게 되었어요. 그 때 운명적인 사건이 발생했죠.”

그의 반에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한라산을 오르겠다고 고집을 피운 것. 5분을 걸으면 숨이 차서 10분을 쉬어야 하는 아이였기에 포기시켜서 본부로 내려가려 했지만 아이의 강한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고.

“결국 손도 잡아주고 업기도 하고 1시간 반 거리를 5시간에 걸쳐 올라갔어요. 정상을 눈앞에 뒀을 때 즈음 아래를 내려다보며 쉬고 있는 그 아이에게 다가갔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펑펑 울고 있더라고요. 왜 우냐고 했더니 17년 동안 산이라는 걸 올라와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 도움으로 그리고 내 의지로 올라올 수 있어서 밑을 내려다보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거였어요. 물론 저도 같이 울었죠. 그 때 ‘아! 사회복지사를 해야겠구나! 이게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이구나’라고 가슴 깊이 느꼈어요.”

그는 이후 청소년 상담치료 및 교육을 담당하는 동부아동상담소의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그들을 통해 감동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 이제 인생의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고. 그런 그이기에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으려는 후배들이 곱게만 보일 수 없다.

“제가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듯이 후배들도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이유’에 대해서 신중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복지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과 달리 ‘진실한 마음 없이는 하기 힘든 직업’이니까요. 사회복지사의 처우와 환경도 문제지만, 복지사의 마인드를 갖지 못한 채 사회약자를 보살피는 역할을 맡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눈물나고 맵지만 껍질 벗기면 깨끗한 양파처럼

채성용 복지사는 방황하는 아이들을 양파에 비유한다.
“사람들은 흔히 문제아, 비행청소년이라는 말로 아이들을 평가하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방황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순수하고 깨끗해요. 껍질을 벗기면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양파처럼 말이죠. 아이들은 단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감각이 없고 사회에 대한 일방적인 반항 때문에 방황하고 있지만 그것이 원래 아이들의 천성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비록 눈과 코가 매워 눈물을 흘리겠지만 그 힘든 작업 뒤에 새하얀 양파를 얻을 수 있듯이 힘들지만 아이들을 끊임없이 믿어주고 이끌어줘야 한다는 것.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믿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문제를 일으켜 다시 처음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스스로 절망하기도 해요.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좋아지고 있고,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 같이 불안해보이던 아이가 학교나 가정에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스승의 날에 잊지 않고 찾아와 꽃을 달아주는 아이도 있고 제 미니홈피에 종종 글을 남겨주는 아이들도 있으니 힘들었던 거 다 털어버릴 수 있어요.”

통계에 따르면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가정해체를 경험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때문에 그는 때론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때론 아이들의 형, 오빠가 되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는 한 그 어떤 아이라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청소년 지킴이, 채성용 복지사.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발걸음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글·사진/안주영 기자

안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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