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왜곡이 도를 넘어섰다. 일본에 이어 그나마 믿고 있던 중국까지 노골적인 역사왜곡에 동참했다.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주변국들이 역사왜곡을 일삼고 터무니없는 영토소유권을 주장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는 좌절감이 들 정도다. 지난해부터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잠잠해지기가 무섭게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힘을 합쳐 ‘일본의 역사왜곡을 저지하자’했던 자들이 뒤에서는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수행 중이었고 백두산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며 땅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지난 9월 13일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규탄하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았다. 우리 역사와 영토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돋보였던 ‘중국 동북공정 저지 범국민대회’에 다녀왔다.

동북공정 저지를 위한 범국민 대회 개최

국학운동시민연합, 국학원,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세계국학원청년단 등 1000여명의 시민들은 지난 9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중국의 동북공정 저지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거나 ‘레드카드’의 의미로 빨간 장갑을 끼고 ‘중국 동북공정은 거짓’이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몇몇 회원들은 아리랑과 애국가, 민중가요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부르다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 날 행사를 주최한 국학원의 이택휘 회장은 “현재 중국이 고구려는 물론 신라·고려·조선이 중국 땅을 침범해 영토를 확장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역사를 지키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덧붙여 “동북공정을 통해 자행되는 중국의 역사왜곡은 학술의 범위를 넘어 지극히 정치적이고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의 대응 역시 이에 걸 맞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회는 중국의 동북공정 진행 경과보고와 국학원의 동북공정 대응 활동보고에 이어, 성명서와 결의문을 발표하고, 중국정부에 보내는 편지 낭독과 향후 계획 발표로 이어졌다. 중국정부에 보내는 편지에서는 중국정부가 2004년 한중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지난 2년간 이행하지 않고,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왜곡과 문화침탈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것은 한중관계의 악화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히고,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을 즉각 중단하고, 한국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우리 민족의 상고사와 백두산을 지키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을 통해서 백두산을 갈 수 있도록 여행길을 열라고 촉구했다. 특히 우리 정부에게 식민사관과 동북공정으로 왜곡된 상고사 복원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과 중국정부의 말장난에 속지 말고, 자주적인 입장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 들 단체는 향후  중국대사관 항의 전화하기 및 1인 시위, 한민족 정체성 찾기 전 국민 서명운동 1000만명 달성, Stop! 중국여행 캠페인, 동북공정 저지를 위한 삼족오(고구려, 백두산은 우리 것) 배지달기 운동, 동북공정 반대 차량스티커 달기 운동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날 집회는 중국대사관을 향해 광화문까지 행진하는‘동북아 평화를 위한 대행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됐다.

안일한 정부 태도 사태 더 키웠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동북공정 문제를 심각하게 키운 것은 정부의 안일한 태도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말살하려 하는데도 정부는 외교 분쟁을 최소화하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한·중 양국간의 ‘구두양해’라는 신사적 협정도 문제다. 당시 동북공정의 내막이 드러났을 때 중국의 의도를 분석한 많은 시민단체들이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나 정부는 6자 회담에서의 중국 입장 등을 고려한 나머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사태가 커지도록 내버려뒀다.

만약 정부가 중국의 의도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외교적 행동을 취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당시 학계나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 각 분야에서 고구려 사 연구 지원, 한국사 교육의 강화, 남북한 고구려 역사 및 문화재 분야 교류·협력을 위한 공동대응 등을 목적으로 정부 내 상설기구를 설치하는 체계적이고 전략적 대응책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2년 전과 달리 동북공정이 더 큰 문제인 것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왜곡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지난 번 논쟁이 과거사 왜곡이 주였다면 이번논쟁에서는 북한체제 붕괴 시 중국의 영토전략이 논란의 초점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행보가 단순히 역사적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정부의 대응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역사왜곡과 영토소유권 문제가 나올 때마다 일본과 중국 정부는 행동을 하는데, 우리 정부는 여전히 그때그때 떠들다 끝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국학운동시민연합 이성민 회장은 “안타까운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을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하고 우리 문화유산을 훼손해왔다”면서 “이제 마지막으로 백두산 공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역사의 가장 중요한 상징인 백두산을 자신들의 땅이었던 것처럼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그 곳에서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하겠다는데 이번에도 안일한 태도로 맞설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북공정 저지하려면 치밀한 전략 세워야

그렇다면 이 같은 중국의 치밀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중국이 동북공정을 연구하는 의도를 치밀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세워야 한다. 지금의 중국의 모습은 국익을 위해서는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냉엄한 국제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국익을 위해서는 때로는 ‘자국 이기주의’적 사고를 해서라도 무엇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를 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의 역사왜곡 본질을 보면 동북 3성과 변경의 안정유지와 국제적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이 역사왜곡을 통해 명분을 만들고 그것을 영토 확보 에 이용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학자들에 대한 물질적, 외교적 지원이 시급히 뒤따라야 한다.

  태종호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은 “지금 정부는 거대한 중국과 맞서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며 거대한 중국도 56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민족 국가일 뿐이다”면서 “우리 후손 중에 광개토대왕 같은 인물이 나오지 말란 법이 있는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남녀노소, 여야, 진보와 보수, 남과 북은 물론이고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포들까지 진정한 민족 공조가 필요한 때다. 머뭇거리고 시간을 끌수록 우리에겐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역사바로잡기’를 행동에 옮겨야 한다. 한민족의 혼과 숨결이 사라지기 전에 온 국민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역사 교육의 비중을 확대하고 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정식 의제로 본격 논의해야 한다. 남북의 학자들이 공동연구를 통해 역사왜곡의 근거를 수집해야 하며 뜻있는 중국 역사학자들과의 학문적 교류도 활발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막연히 독도가 그리고 간도가 우리 땅이라고 흥분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제 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를 빼앗기면 그 민족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마찬가지다. 역사는 민족의 정체성을 기리는 혼이기 때문이다.
   
글/안주영 기자 사진제공/국학원

안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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