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에서 가장 큰 이슈는 사행성 도박게임인 ‘바다이야기’ 사건이다. 이런 도박게임에 정부가 날개를 달아준 것이 지난 4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안(대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이다. 당시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찬성표를 얻으며 법안은 통과됐다. 유일하게 한나라당의 배일도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었다.
배일도 의원은 “당시 모든 의원들이 찬성하는 가운데 혼자 반대하는 것 자체가 난감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이 사건의 원인제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찬성표를 던질 때 홀로 반대표를 던지는 용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배일도 의원은 신념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
과거 서울지하철 노조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쳤고, 현재 한나라당 소속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인 그는 유독 장애인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를 만나봤다.

△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근무환경은 열악하기만 한데

장애인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인이든 사회저명인사들이든 간에 누구나 많은 말들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이해의식이 구조적으로 아직까지는 도움에 대한 말만 많이 할 뿐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실천에 가서는 많은 편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가 정책이나 제도 역시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여러 형태의 차별을 혐오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것이 인간이다. 키가 크고 작음, 흑인과 백인, 남자와 여자, 학력의 높고 낮음, 그리고 지역을 구분하는 등 인간은 모든 것을 구분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의 신체적 조건도 구분한다.

그러나 장애인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건 선천적인 부분도, 후천적 부분도 있다.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불가피한 현상, 인간한테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이라는 전제가 말처럼 쉽게 다가와지지 않는 것 같다.
결국 국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도 말뿐이지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장애인 정책을 펴는데는 소홀하다.

지금 정책을 보면 장애인 문제는 크게 거론하면서도 재원 문제에서는 기업주들에게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시켜 놓고, 위반하면 돈을 거둬 그 돈으로 다시 장애인 복지 재원으로 쓰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면 세금으로 재원활용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부담금 형식의 돈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오히려 징벌적 성격의 돈으로 장애인을 구제하는 아이러니가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인식이 빨리 전환되어야 하고 말뿐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 역시 걸맞게 따라와야 한다.

△ 최근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장애인고용차별 금지와 관련한 법 제정에 대한 생각은

장애인은 신체적 조건을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존하는 차별금지법 안에는 신체적인 조건, 학력·지역·색, 그리고 국적, 연령적 차별이 존재한다.
그러나 복지선진국들을 보면 이런 차별의 요소를 모두 금지하는 법안이 통합법으로 이미 구성되어 있다. 크게 고용차별금지법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 조건을 차별로 둘 수 없다던가, 신체적 조건에 의해 불가피한 차별이 발생했을 경우, 그 차별의 해당주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나이를 많이 먹고 해고된다든지, 나이가 많아 시험기회를 안준다든지 하는 세세한 것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입법의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은 무엇 무엇은 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규제하고 규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말이 잘못되어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법에는 ‘시각장애인은 운전을 못한다’는 식으로 못박고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운전을 하라고 해도 안한다. 즉 그들도 알아서 안하면 되는 것인데, 이를 ‘할수없다’라고 못박아 놓는 것. 이처럼 접근자체를 막아 놓는 것은 그 자체가 큰 차별인 것이다.
장애인고용차별금지법보다는 고용차별금지법으로 만들어 “신체적 조건이 차별이 될 수 없다”라고 명시해 놓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를 떼어내 장애인 관련법을 별도로 만드는 것 자체가 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별을 금지하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구조자체도 개선하고 만들어 가야한다. 이렇게 만들어야 장애인을 별도로 떼어서 생각하는 사고를 처음부터 불식시킬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장애인차별금지법보다도 고용차별금지법속에 장애인 관련법이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장애인에 대한 전문교육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과 장애인 복지를 위한 올바른 정부정책에 대해서

며칠 전 한명숙 국무총리가 발표한 내용이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의무교육을 고등학교까지 시행하고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단지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발표에서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거론이 없었다는 점이다. 말로만 “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하나마나 한 소리 아닌가. 구체적으로 재원마련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1%를 걷겠다든지 하는 내용이 있어야지 아무런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정부발표이다.

정부는 이런 식의 발표보다는 국민들의 설득과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장은 산업인력공단과 같은 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문교육을 실시하거나 또는 각 대학교에 인센티브제를 적용해서 - 사립학교법이니 하는 것을 동원해서 입학제도를 변경하는 것 처럼 거창한 것 말고 - 정확한 보상규모와 혜택을 그들에게 제시하는 역할만 정부가 제대로 맡아준다면, 교육기관들이 능동적으로 장애인을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이것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몇 명을 채워 넣어라’는 식으로 하니 결코 잘될 리가 없는 것이다. 정말로 스스로 장애인 유치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존에 있는 시설들을 활용하도록만 국가가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제도는 장애인을 하나의 열등자로 바라보는 지원제도의 성향이 강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하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 것이다.

나부터도 그렇지만, 내가 만일 비장애인들의 일반적인 삶을 살아왔다면 지금의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항상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처럼 내가 있는 위치, 상황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해 왔고,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삶을 살아가는 속에서 이런 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다고 본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가장 좋은 것이 장애인들도 자기 힘으로 직업을 가지고 자기의 영역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돈 얼마를 주고 지원해 주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은혜적인 것이며, 동정적인 것으로 이런 방식으로는 장애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갈 수 없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직업생활을 해 나갈수 있도록 팔이 없을 때에는 팔이 될만한 것을 사회적 재원으로 마련해주고, 눈이 없으면 눈을 대신 할 것을 사회적으로 마련해 줌으로서 부족한 부분만큼만 사회공동체가 부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 맞춤식 고용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내가 얼마전 몽골과 유럽에 견학을 다녀오면서 그들의 장애인제도를 파악하고 온 적이 있다. 장애인 사업장만 5곳 정도를 돌아보고 장애인 전문가들과 이야기도 나눠봤다.
실제로 몽골이나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처음 들어설 때부터 복지제도가 우리나라보다 잘 되어 있었다.
그 나라들은 노동시간 등과 같은 장애인에 대한 제도에 기본 설계가 상당히 잘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연계고용방식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 방식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각장애인과 노인을 1:3으로 같이 고용하는 식인데, 몽골의 경우, 장애인 8에 비장애인 2를 고용하고 있었다. 즉 장애인이 못하는 부분을 비장애인 맡아주는 방식으로 연계고용을 하고 있었다. 이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데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뒤떨어지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상호 보완해 활동하는 것을 그 쪽에서는 이미 일찍부터 시스템화시켜 운영해 오고 있었다. 물론 이런 연계고용도 연계고용이지만, 무엇보다도 장애인의 특징을 찾아서 맞는 부분의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못 듣는 것이 신체적 조건이지만, 이 못 듣는 것이 단점보다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소음, 진동 등에 대해서는 장애요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와관련한 사업장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의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와 있듯이 장애인들에게 그에 맞는 분야의 직업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기업체에서 조금만 고려해주면 (즉, 청각장애인들이 말을 못하기 때문에 작업을 지시하고, 작업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말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을 보완해 준다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런 방식처럼 장애인들의 특징을 고려한 고용방식을 취하는 것이 연계고용이다.

△ 끝으로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생산품의 판로확보가 어려워 고전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

우선 국가기관에서부터 구매에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국가가 입찰을 하면서는 무조건 최저 낙찰이니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 육성한다고 하는 것, 이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캐나다 같은 경우만 해도, 일정부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장애인 물품에 대해 책임지고 구매를 해준다. 대신 품질은 엄격하게 관리한다. 결국 동정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경쟁을 시키고 그들에게 일정한 판로를 국가가 담당해주는 것이며, 기업체들도 이런 물품을 구매했을 경우 혜택을 제공받고 있다.

장애인들 물품에 대한 하자가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편견은 그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현재 국내에는 이들이 고생과 정성을 다해 만들어 놓은 제품을 공정하게 비교 평가받을 만한 시스템조차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비장애인 것과 장애인 것, 혹은 일반 기업체 생산품과 비교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여기에라도 참여해 제품을 인정 받을수도 있겠지만 그저 장애인이라고 분리시켜서 ‘그냥 구매해주자’는 식으로 나가다보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공정한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평가를 통해 가중치를 둔다든지 하는 혜택을 주면 더 나은 지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비장애인 중심의 평가제도만을 만들어 평가해오고 있다.

글/심재원 편집장 사진/최경훈 기자

심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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