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알아주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매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들이 흘린 땀이 빛나는 결실로 알려졌을 때 더욱 더 감동적이다. 특히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보다 더 의미 있다. 얼마 전 개최됐던 전국 장애인체전은 희망을 품은 이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훈훈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67세라는 고령의 나이로 론볼 종목에 출전한 이옥례(지체장애3급)씨는 대회의 최고령 선수로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고희를 앞둔 나이로 늘그막 운동선수의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나러 한걸음에 달려갔다. 

‘늘그막 열정’ 장애를 뛰어넘다

고령의 나이에도 꿈을 향해 열정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이보다 유난히 젊어 보인다는 것. 올해 나이 67세라고 하기엔 유난히 젊어보였던 이옥례 씨 또한 늦깎이 운동에 관한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나고 있었다.

70평생을 먹고 살기 바빠 운동에 관해선 전혀 문외한이었다던 이씨. 그런 그가 늦깎이 운동선수라는 꿈을 꾸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젊었을 적부터 남들보다 음식솜씨가 뛰어났던 이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소박한 할머니였다. 그런데 이렇다 할 취미생활도 없이 생계유지를 위해 일해 온 인생이 덧없던 것이었을까. 삶이 무료해질 즈음, 엎친데 덮친격으로 남편이 별세했다. 그 후로 이 씨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그래도 그는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갖은 애를 썼다. 그러던 중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단골손님인 ‘론볼연맹협회’ 회장의 권유로  론볼을 시작했다고.

“3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엄청난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기도 하고 한 달 동안은 집밖에도 나가지 않았죠. 그러던 중 ‘론볼연맹협회’ 회장님이 론볼에 취미를 붙여보라고 부추겼어요. 그렇게 우연히 시작하게 된 거죠.”

하지만 론볼은 둘째 치고 이씨는 운동이 난생 처음이었다. 그러던 그가 공을 손에 들고 무슨 오기에서인지 ‘연습벌레’가 된 뒤부터 차츰 론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물론 처음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체력이 많이 딸려 힘에 부쳤다고. 하지만 ‘뒤늦게 좋아하는 일을 찾았는데 그까짓 고통쯤이야’ 그에게 론볼은 필연이 되었다. 뒤늦게 찾아낸 자신의 재능이 그의 삶을 바꿔놓은 것이다.

론볼은 잔디 위에서 하는 스포츠로 반대편에 당구공만한 잭을 던지고 그 잭에 가까이 공을 굴리면 점수로 인정되는 경기로 체력소모가 적어 최근 들어 노인들과 장애인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비장애인에 비해 실력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운동에 대한 집념과 열의는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한다. 그가 론볼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동안은 오로지 공을 쥔 손과 공 굴러가는 소리만이 느껴질 뿐이라고.

이런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차츰차츰 실력이 좋아지더니 어느 순간 대회에 출전할 정도의 베테랑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론볼은 누가하든 재미있는 경기

론볼은 체력이 많이 소모되지 않는 운동이라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적응만 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죠.특히 노인들에겐 건강도 좋아지고 취미생활도 가질 수 있어 일석이조 랍니다.

그가 지금껏 대회에 출전한 경력은 총 여섯 번. 2년도 채 안 되는 경력에 비하면 화려하다. 특히 장애인들의 큰 행사인 전국장애인체전은 올해 처음 출전한 것이다. 그에게 더욱 뜻깊은 계기가 되었다.

“전국장애인체전은 지금껏 출전한 작은 대회에 비해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던 대회였어요. 실력이 부족해 비록 상은 타지 못했지만 큰 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기쁨이었죠. 내년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상이라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출전하는 대회마다 매번 지방에서 개최돼 늘 여행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참여한다는 이옥례 씨. 과거 먹고 살기 바빠 못했던 여행을 운동 시작한 후 몰아서 하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 또한 출전한 경기마다 가끔 입상을 해서 상품을 타오는 기쁨도 쏠쏠하단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나이와 장애를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뒤늦게 무슨 운동이냐며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 말리는 자식들의 반대 때문에 한 때 마음고생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자식들은 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정도로 이 씨를 자랑스러워한다.

요즘은 자신의 스케줄 관리를 꼼꼼히 해주는 막내 딸 덕분에 전보다 효율적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식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뒤늦게 보이는 열정이 대단하다며 연신 ‘우리엄마 최고’라며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녀요. 그런 두 딸들을 생각하면 더 힘이 나 열심히 하게 된다니까요.”

그는 론볼이라 하면 흔히 장애인만 하는 특별한 스포츠라고 인식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론볼도 일반 스포츠와 거의 동일한 규정과 내용이어서 비장애인도 함께 동참하여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비장애인이 론볼에 같이 참여하면 장애인들과 몸으로 부딪혀가며 또 다른 즐거움과 새로운 가치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일까. 그는 장애인 스포츠라 불리는 론볼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론볼을 권유하느라 바쁘다.

“론볼은 누가하든 즐거운 경기에요. 체력이 많이 소모되지 않는 운동이라 처음에 시작하는 사람도 적응만 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죠. 특히 노인들에겐 건강도 좋아지고 취미생활도 가질 수 있어 일석이조랍니다.”

경력 적지만 열정은 베테랑 선수급

론볼은 잔디 위에서 하는 스포츠로 반대편에 당구공만한잭을 던지고 그 잭에 가까이 공을 굴리면 점수로 인정되는 경기로 체력소모가 적어 최근들어 노인들과 장애인에게 인기를 모으로 있다

  그에게 아직 ‘황혼’은 없다. 론볼을 시작한지 아직 2년이 채 안되지만 그 열정만큼은 베테랑 선수급이다. 그는 앞으로 론볼이 속해있는 경기가 있다면 어디든 출전할 생각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췄다.
“뒤늦게 시작한 만큼 아쉬움도 너무 커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인생 자체가 즐거워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이런게 행복이구나!’싶다니까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론볼을 계속 하고 싶다는 그에게 이미 론볼은 평생지기 친구로 자리 잡은 듯 했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굳은 의지를 내보이는 이옥례 씨. 그 천진난만한 표정에 장애라는 단어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음을 느끼게 했다. 

글·사진/박경미 기자

박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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