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핵무기 실험은 세계인들에게 한국은 전쟁위험에 직면해 있는 나라, 아직도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을 다시금 재인식시켰다.

반면 그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5천년의 유구한 역사와 그 속에 녹아있는 훌륭한 문화유산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그들은 한국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나라, 축구 4강 신화를 이끌어 낸 축구에 미친 사람들이 사는 나라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이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우리는 늘 우리 것의 소중함은 알고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우리의 문화유산이 갖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해왔다.

지난 97년 창립된 우리것 보존협회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단체로서 국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돕겠다는 의지에서 만들어진 협회가 어느덧 창립 10주년(2007년)을 준비하는 시점에 와있다. 그간 많은 문화사업을 통해 우리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협회 활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것 보존협회의 홍성덕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 우리것 보존협회의 창립목적과 협회소개를 부탁드립니다

WTO 체제 이후 세계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면서 새로운 국제무역 환경기반이 조성됐다. 한국도 선진국을 쫓아가야 하는 한편 우리보다 경제력이 약한 - 그러나 싼 인력이나 자원이 풍부한 - 나라들의 맹추격을 받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비싼 인건비와 부족한 자원이라는 열악한 환경의 속의 한국은 이런 추격을 따돌릴만한 특별한 대책없이 그저 기술개발에만 전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어날 수 있는 힘은 문화적인 발전 뿐이라 생각했다.

문화는 ‘굴뚝없는 기업’이라는 말이 있듯이 상당한 가치를 갖고 있는 컨텐츠다. 더욱이 우리는 오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가치 있는 문화유산 등 자랑거리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지금도 한국을 약한 나라, 남북이 분단된 속에서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나라로 인식하는 나라가 많다.
그나마 ‘88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국가위상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우리나라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알고 있다.

지난 97년 협회를 창립하면서 우리는 ‘한국을 브랜드화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럼 무엇을 매체로 할 것인가, 문화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럼 문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 진정 우리 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축소해 가다보니 ‘의식주에서 찾으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의식주로 결정하고 나니 상당히 많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의식주 속에는 김치와 같은 음식에서 대대로 이어져 오는 장인정신과 그들의 기술, 혹은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물 등 소중한 우리 문화의 모든 것들이 들어있었고, 이를 지키고 세계에 알리는 일에 우리의 역량을 다하자는데 생각을 같이하고 ‘우리것 보존협회’를 창립하게 됐다.

▲ 2007년, 협회가 10주년을 맞습니다. 그동안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 말씀

우리는 세계 유일의 단일민족이라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면서 3D 기피현상이 생겨났고, 이를 대신할 인력으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일을 하러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한국에서 결혼해 정착하는 사람, 한국으로 시집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간 단일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았지만 이제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도 다민족 국가로 변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조만간 미식축구 스타인 ‘하인즈 워드’가 국내에서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한국인과 결혼해서 낳은 자녀가 성공했을 경우, 똑같은 일이 생겨나고, 그들은 한국사회의 리더로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차라리 이런 환경변화에 대응해 적어도 우리 문화가 리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문화가 중심이 되어 타민족 문화를 리드하고 그 속에서 우리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식구들끼리, 우리 밥상에서만 우리 것을 부르짖을게 아니라 현재 세계 100여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 혹은 영사관을 통해서 우리 것을 알리고 세계화 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

협회는 이런 목적아래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일본 등을 순방하면서 교민사회에서의 문화예술 활동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우리 협회 소속 연예인들과 함께 그들에게 가서 우리 문화를 알리는 문화전도사로서 활동했다. 그런 속에서 각 나라마다 지회를 설립했다.(미국 2개, 캐나다 1개, 호주 1개, 뉴질랜드 1개, 유럽지역 등)

내년은 협회가 설립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미 그 쪽의 유럽지역 교민들하고 이야기가 되어 있었지만 올해는 독일월드컵 등 큰 행사로 가지 못했고, 내년에는 영국, 스페인, 독일 등 유럽 쪽의 국가들을 방문할 계획에 있다. 특히 한국의 축구를 세계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축구감독의 나라인 네덜란드도 방문할 계획에 있다.
유럽 나라를 다니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문화를 알리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 협회에서 현재 진행중인 대표적인 문화사업을 소개하면

우리것 보존협회는 우리 문화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리고 발전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창립 9주년 기념식.

해외지사를 만들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느낀 것이 이민 1.5세들, 즉 한국에서 20∼30년을 살다 이민간 사람들은 한국말을 알고 있지만, 이민 가서 태어난 아이들은 우리말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사실이었다.

미국의 경우 첫 이민이 시작된지 100년이 넘다보니 지금 이민 3세, 4세가 태어나고 있다. 이들은 아버지, 할아버지가 한국인일 뿐이지 자신들은 한국말도 전혀 모르고 한국이 어떤 나라라는 것조차도 정확히 모르는 미국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모르니 한국인이라 할 수도 없고, 이미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은 토종한국 사람’이라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당장은 그들에게 한국말이라도 가르쳐야겠다는 목표가 생겨 외국으로 ‘초등학교 한국어 교과서 보내기’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지금 상당분량의 교과서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우리는 이민 2∼3세들이 이 교과서를 통해 한국말을 배울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그들에게 우리나라가 남북한이 서로 대치해 전쟁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가 아닌 세계 경제 10위국으로 부상된 자랑스럽고 강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서 한국을 모국(母國)으로 인식하고 자긍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어 외에도 한국의 문화나 예절 등을 알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다보니 교과서는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수 문화비디오 테이프라던가 좋은 우리노래가 담겨 있는 CD나 테이프 등을 보내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 우리의 민요이자 국민정서가 가득 담긴 ‘아리랑’ 관련사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연히 캐나다의 6.25참전용사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현재 캐나다에는 300여명의 참전용사들이 생존해 있는데, 그들의 가족과 함께 500여명의 관객들이 참가한 공연을 하게 됐다. 그러나 영어에 능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들에게 나를 알릴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그들에게 ‘한국에 왔을 때 무얼 배우고, 무얼 얻어 왔느냐?’라고 질문을 던지자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아리랑을 합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모습에서 아리랑이 외국에서는 한국의 국가(國歌)보다도 더 잘 알려진 것 같다는 판단이 섰고, 그래서 아리랑을 주제로 한 뮤지컬을 제작하게 됐다.

젊은 시절 연극을 했던 내가 퓨전뮤지컬 아리랑의 대본을 쓰고, 우리 회원들을 중심으로 지금 연습중에 있다.

서양의 뮤지컬만을 쫓게되면 우리 민족 고유의 감성과 문화가 훼손될 여지가 있고, 그렇다고 시대가 요구하는 쪽을 무시한 채 진행한다면 우리나라를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벗어날 수도 있기에 이를 적당히 섞은 퓨전 뮤지컬을 만들게 됐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이기에 우리문화에 대한 이해도 쉬울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번에 만드는 아리랑 뮤지컬도 국위선양을 위해 제작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리랑 관련 사업으로 청계천 복원사업을 함께 했다. 우리의 염원이자 국민의 소원이기도 했던 청계천 복원사업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결정에 따라 착공에 들어갔고, 오늘의 청계천이 재탄생하게 됐다. 이에 우리협회에서는 청계천이 복원된 것이 좋고 기쁜 일임을 널리 알리고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 협회 총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정주 국장이 ‘청계천 아리랑’이라는 노래 담은 음반을 내기도 했다.

▲ 우리것 보존협회는 세계속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사무총장님이 생각하시는 올바른 나눔의 문화는

  한국 사람들은 보통 남을 돕는다는 것에 대해 ‘내가 가진 것이 남아야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들이 많다.
그러나 선진 외국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결코 내가 남아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것에 일부를 떼어서 남을 위해 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들의 이런 행위를 ‘나눔의 문화’로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기부문화’라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 생각한다.

안정된 환경 속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던 사람도 얘기치 않은 불행을 당할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불행은 그동안 도움을 주던 사람이 도움을 받는 입장에 서도록 만들기도 한다.

아름다운 기부문화의 토착화를 위해서는 받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받고, 주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은 누군가를 도와주고 있지만 어느날 얘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내가 도움받아야 할 때 그동안 도움을 받기만 했던 사람도 도움을 줄수 있어야 한다. 즉, 항상 내가 남아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조금씩 떼어서 나눠주는 것이라는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혀야 한다. 그러면 언제 어느 때고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다시 내게 돌아올 것이라는 부메랑현상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 우리나라에 자리잡아야 할 기부문화이며, 나눔의 문화가 돼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글/심재원 편집장 사진/최경훈 기자

심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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