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 본회의 장은 사학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개최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 민생법안 문제와 관련 여론의 주목을 의식하는 정치인들과는 달리 장애인 당사자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과연 7년이란 세월을 딛고 제정되느냐 마느냐’의 결정에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85개 법안중 59번째와 60번째 안건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안과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애인 단체 및 당사자 몇몇은 본회의 방청석을 찾아 숨죽이며 1번 법안부터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장애인들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 온 지난 수십 년간의 고통과 억압에 온 몸으로 저항해 왔었기에, 장차법 제정은 장애인차별해소의 첫걸음을 내딛는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드디어 오후 5시가 훨씬 넘은 시간. 본회의 개정 3시간 여만에 장향숙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을 가지고 제안설명과 심사보고를 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제안설명이 끝난 후 국회의원들은 투표에 들어갔다. 197명 재석에 196명 찬성. 장차법이 통과되었다는 의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방청석에서는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엔 금새 환한 미소가 활짝 피었다.

방청을 하던 장애인들은 본회의장을 나와 지난 2월 임시국회 동안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던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를 찾아가 기쁨을 함께 나눴다.

물론 법 제정이 가결된 것으로 갑자기 장애인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시행되어 왔던 장애인관련법안들이 그간 운영되어 온 과정을 살펴보면 법 시행만으로 효력을 다하지 못했던 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이번 법안 통과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장애인차별금지를 정부가 인정하고 차별해소의 첫발을 내딛은 만큼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새로운 기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장차법 시행으로 발생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숙제가 우리 앞에 남겨져 있음을 분명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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