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냉철한 시각이 한층 돋보이는 명언들이다. 교과서 왜곡,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이 한창 진행 중인 때여서 일까. 허구성과 불확실성의 위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역사의 속성까지 꼬집고 있는 명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키케로가 말했듯 참된 어른이 되기 위해서도 우리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만 한다. 과거 역사를 바로 아는 과정을 통해 긴 역사의 반복적인 변화과정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과 사회현상에 대한 판단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에 만날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는 그러한 뜻을 품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생적인 시민모임이다. 우리 역사를 바로 아는데 누구보다도 열성적인 사람들이 모여 소박하지만 생생한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역사교육이 바로 서야 국력이 바로 선다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이하 ‘역사시민연대’)는 역사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의 모임에서 시작됐다. 이곳의 박용준 사무국장은 평소 역사연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끼리 백두산을 여행하다 불현듯 ‘뜨거워진’ 가슴으로 의기투합해 만든 단체가 오늘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백두산에서 바라보니 굉장히 넓은 평야가 보이는데 그곳이 장차 통일한국의 수도가 되리라는 북계룡 지역이었어요. 현재 중국이 강점하고 있는 간도 지역이라 마음이 뭉클했지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단체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98년 당시 10여명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덧 10만 회원을 거느린 시민연대로 성장했다.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의 역사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현재의 삶은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의 시작입니다. 역사는 인류의 흔적이며, 미래의 인류에게는 역사의 바다를 항해하는데 필요한 ‘지도’와 같죠. 자세한 지도가 있다면 항해를 편하게 할 수 있듯이 올바른 역사를 알고 있다면 훨씬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더 이상 우리가 동일한 역사적 과오도 범하지 않게 해줄 겁니다.”

민족강사양성프로그램에 예비 강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을 수료한 강사들은 각 기업 및 관공서에 파견되어 역사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역사시민연대는 ‘우리’의 개념을 한민족에게만 국한시키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바로 아는 것, 나와 남의 역사를 모두 아는 것이 곧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 국의 왜곡된 역사를 밝혀내 진실한 역사를 찾아가는 것이 진정 우리의 역사를 바로 잡는 길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멀리 갈 것 없이 현재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 행위만 봐도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연대는 우리역사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 알리고, 국내외의 흩어진 자료를 발굴·수집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바른 역사 보급운동, 민족정신 교육강사 양성, 각종 출판 및 정보물 관련 역사 바로잡기 운동 등을 진행해왔다.

그중에서 민족강사 양성 사업은 우리 역사를 바로 교육할 강사를 길러내는 교육사업으로, 정규과정과 심화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한 인재들을 각 기업과 관공서 등에 파견해 역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달 한 번씩 무료 국민강좌를 열어 대중에게 우리역사를 바로 알리는 사업에도 열심이다. 역사교육에 대한 무관심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위기상황을 초래했다는 생각에서다.

“우리가 얼마나 역사를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아십니까? 예전만해도 대학시험에 역사는 필수였지만 이제는 선택과목이 되었어요. 외무고시, 행정고시 등 각종 공무원시험에도 역사는 빠져있죠. 제 나라의 역사를 모르고도 판사 검사 외교관이 될 수 있다니 놀랍지요. 역사가 냉대 받는 나라는 힘도 없습니다. 역사를 모르니 주변국들의 횡포에 놀아날 수밖에요.”

유네스코에 항의메일로 중국의 단독 등재 막아

역사교육과 함께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활동도 중요하다. 역사시민연대는 일본에 대해서는 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한편, 중국의 파렴치한 역사도둑질과 관련해서는 풀뿌리 민간단체의 힘을 십분 살려 대응하고 있다.

매달 한 번씩 열리는 국민 강좌. 대중에게 우리 역사를 바로 알리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단체의 활동이다.

  2004년 동북공정 당시에는 127만 명의 서명을 받아 한민족의 이름으로 중국을 규탄했고, 중국이 고구려 유물을 자국의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려 했던 2005년에는 유네스코 산하 기구에 끊임없이 항의메일을 보내 중국의 단독 등재를 막았다.

“유네스코를 계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중국에서 발견된 고구려 유물은 북한과 중국, 양국의 고구려문화유적으로 동시에 등재하게 되었어요. 중국의 단독 문화유적으로 등재될 위기였기에 저희로선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2005년 11월에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오류를 지적하며 여러 시민단체들과 함께 공동 성명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고고학 연표를 보고 실망을 넘어 충격을 감출 수 없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의 고고학 연표에 고조선이 빠져있고, 고구려관의 연대표에는 고구려 건국 시기가 서기 100년으로부터 출발한다고 기록됐거든요. 백제와 신라의 출발 역시 서기 4세기로 나타나 있어요. 더욱이 고조선에 해당하는 고고학적 유물로 신석기와 청동기시대의 유물 몇 점을 전시해 놓았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의 출발을 미개인의 삶으로 규정한 것과 다름이 없었어요. 삼국의 출발에 대한 황당한 표기들이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그대로 긍정해 준다는 점에서 분노할 일입니다.”

단체의 설명에 따르면, 같은 시기 중국의 고고학 연표에는 상나라·하나라·주나라가 분명한 고대국가로 명시되어 있고, 서양의 역사 연표에서도 바빌로니아라는 고대국가의 존재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반해 유독 우리나라는 고대삼국시대의 역사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역사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다

박 사무국장은 소위 ‘강단’이라 불리는 학계와 재야연구가들의 역사에 대한 인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단고기, 규원사화 등 위진서 논쟁에서부터 시작해 단군조선 등 상고사에 있어서도 의견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단군조선의 역사도 B.C 10세기를 안 넘어갑니다. 발굴되는 청동기의 상한연대가 그 시기를 안 넘어가니 그 이전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단군조상의 주 영역은 만주벌판이었으니 한반도에서 B.C 10세기 이전 유물이 발견되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만주에서는 그 이전의 청동유물이 계속 출토되고 있습니다. 단군조선의 역사는 러시아나 중국의 역사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인데 유독 우리나라 학계만 그렇지 않습니다.”

신화로만 포장되어온 ‘단군’이 실은 오늘날 대통령에 해당하는 호칭이었고, 얼마 전 진서로 밝혀진 규원사화에는 역대 47명의 단군들 이름이 상세히 명시돼 있다고. 아직 무어라 단정 지을 순 없는 단계지만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러한 사건들의 진실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상고사 복원에 역점을 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한다는 게 단체의 생각이다. 현재의 역사만을 맹신하지 않고 기록된 역사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역사연구가들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단체는 작년,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응하는 ‘고구려 전국만화 경진대회’를 열었다. 교육인적자원부, 문화관광부, (재)고구려연구재단 등이 후원한 대회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참가자들의 열기로 우열을 가려내기가 힘들었다고. 초·중·고교생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까지 폭을 넓혀, 광개토대왕 연개소문 등 영웅들의 활약상을 비롯해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을 비판하는 패러디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단체가 주최한 제1회 대회라서 아주 뜻 깊은 행사로 남아 있어요. 초·중·고·대학생은 물론 일반부에 이르는 다양한 계층의 작품들이 짧은 공모기간에도 불구하고 많이 응모됐죠. 그 중에서도 초등학생들의 작품이 많아 의미가 남달랐어요. 어린이들이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 역사를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가며 고민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대견하고 기특하죠. 우리가 추구하는 취지에 부합하는 행사로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단체의 활동이 한민족의 바른 역사와 정신을 복원하고, 나아가 바른 세계 역사를 위한 한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글/김혜경 기자 사진제공/우리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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