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이 아름답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불붙기 시작하자 광고 드라마 할 것 없이 모든 매체에서 일하는 여성을 부각시키며 등장하던 유명카피다. 지금이야 직장을 가진 여성이 흔하고 맞벌이부부가 당연할 만큼 일하는 여성이 대세인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일하는 여성들의 ‘처지’가 아름다운지는 돌아보아야 할 부분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일로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시장의 고용안정성과 질적 확보는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에 관한 통계를 보면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지난 5월 1003만 7천명.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나가고 있지만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고 60% 이상이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등 여성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 일자리의 조건이 매우 열악한 데에는 여성 대다수가 근로기준법 등 법적 보호와 행정감독에서 벗어나 있고 조직화가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해 있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소규모 사업장, 그 중에서도 서비스업에 집중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 어떠한지, 또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식당종업원, ‘가장 흔한 여성일자리’ 평가절하
소규모 사업체에 여성들이 몰리는 경향은 주로 도소매·음식숙박업 같은 3차 산업부문에 두드러진다. 특히 일정한 자본이나 기술을 갖지 못한 여성들의 대부분은 음식업이라는 전통적 여성 일자리로 몰리고 있다. 2004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업체기초통계조사’에 따르면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여성인구가 전체 여성취업자의 18%를 차지했을 정도.
그러나 소규모 사업체의 노동조건은 잘 알려진 것처럼 중·대규모 사업체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1998년 근로기준법 개정이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이 법이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최근 고용보험의 적용 역시 법제화되었지만 사업체 자체의 취약성과 법규준수 경험의 결여, 행정감독의 부족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법적 보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조직화 역시 사업체 규모가 영세하고 노동조건이 불안정해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한국여성연구소에 의뢰해 국감자료로 제출한 ‘소규모 서비스업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 10인 미만 음식점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63.7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일제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76.5시간을 일하고 있어 전 산업 평균인 44.9시간(노동부, 2005년 매월노동통계조사-5인 이상 사업장 상시근로자)에 비해 30여 시간이나 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102만 원(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 190만 원에 53.7%에 해당)에 불과해 ‘과노동 저임금’의 대표적인 업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여성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10인 미만 사업장에 취업 중이고, 여성취업자 5명 중 1명꼴로 음식점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처해있는 노동조건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는 식당이라는 업무가 단순노동이나 아르바이트 정도로 인식되어 업무에 따른 임금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 대부분이 생계형 노동자라고 볼 때 이 같은 고용시장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
김영란 숙명여대 아세아여성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은 가족구조의 변화, 배우자와의 사별 내지는 노동력 상실, 대량실업에 의한 생계압박 등으로 노동시장으로의 진출이 한층 가속화되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여성들의 대부분 저임금 임시직, 파트타임 등으로 그 지위가 낮아지고 있어 질적인 하위평준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여성의 빈곤층 편입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주변적 지위와 이를 당연시 하는 사회의 의식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빈곤의 여성화’문제의 한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업이나 숙박업의 경우  ‘기술이나 학식 없이도 여성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일자리’라는 평가절하가 그대로 고용시장에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영세사업체 이유로 4대보험 가입 거의 안 돼
인식이 이러니 당연히 휴일근로수당이나 연장근로수당, 4대 보험 보장에서도 소규모 음식점 여성노동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조사 결과 이들 중 주 1일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는 22.3%에 불과하며,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이 있는 경우도 각 각 15.2%, 11.3%에 그쳤다.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한 여성노동자도 2.2% 밖에 되지 않았다. 정기휴업일이 있다는 응답은 33.3%, 없다는 응답은 66.8%로, 음식점의 70% 정도가 정기휴업일이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음식점 근로자들은 평균 월2회 정도 요일별로 돌아가며 쉬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정기휴일 외에 명절, 국정공휴일 등 비정기적 휴일의 휴무에 대해서는 명절에는 쉬고 국정공휴일에는 일하는 경우가 76.9%, 둘 모두 쉬지 않는 경우는 11.9%, 모두 쉬는 경우는 6%였다. 하계휴가는 전체 대상자의 75.1%가 하계휴가가 있었지만 무급이 41.1%를 차지해 유급 33.9%보다 많았다. 병가 역시 마찬가지다.
4대보험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 중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는 10.5%에 그쳤으며,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사업장 가입자는 1.3%, 1.8%로 채 2%가 되지 않았다. 산재 발생 시 보험을 통해 의료비용을 처리하는 노동자는 10%에 불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고용형태, 업무영역,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음식점업 전반의 상황으로, 종사자 대부분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마경이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 교수는 “현재 4대보험은 법적으로 사업체 규모나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자격이 주어질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를 강제할 조치나 행정감독이 부재해 전혀 효력이 없다”며 “영세사업체라도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익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의 보호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행정지도와 근로감동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금수준 향상을 위해선 휴일이나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지급이 보편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임금산정방식인 시간급과 초과근무 수당, 특별급여 등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근로환경 향상과 4대보험 실시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기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가사노동, 일과 가정의 이중부담

이렇게 여성진출이 많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이 길고 휴가가 매우 제한적인 노동조건은 다른 한편으로 가족 내 양육과 가사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노동자와 그들 가족의 삶에 적잖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소규모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많은 경우 배우자의 소득이 낮아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거나 본인 스스로 상당한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활동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을 수행해야 하는 여성근로자들이 일과 가족의 이중부담을 양립해 가는 데에는 상당한 버거움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부분은 자녀양육 등 식구들을 돌보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퇴근 후에도 노동은 계속 된다. 이 집에서도 계속되는 노동의 연장이 스트레스와 피로의 누적, 대화단절, 자녀에게 미치는 모성 결핍감 등 가정생활에 적잖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규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40·50대의 중·고연령층이 많아 부부 각자가 담당하는 가사노동시간에는 차이가 크며 실제 남성배우자의 가사노동분담에 대한 기대수준도 낮다. 때문에 여성노동자들은 일을 쉬는 날 가사노동시간을 늘림으로써 부족했던 가사노동시간을 메워 가고 있다. 결국 한 사람의 몸으로 직장과 가정에서의 가사와 돌봄을 모두 해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돌봄노동에 대한 여성전담과 사회지원 부족, 이로 인한 여성의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빈곤의 여성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양극화 해소나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위한 국가전략을 발표할 때마다 이들 소규모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관한 구체적인  지원대책은 언제나 빠져 있었다.
여성노동자들이 노동법이나 사회보장제도에서 얼마나 배제되고 있는지 확인한 만큼 이 기회에 이들을 위한 각종 노동법의 실효성 확보 방안과 일-가사 양립을 위한 지역 복지서비스 확대방안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하고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식당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비롯한 돌봄노동이 평가절하 되고 있는 현 상황이 앞으로 공적, 사적 영역에서 계속 증가할 서비스 노동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정부여, 일하는 여성을 보호하라

이처럼 소규모 서비스업, 그 중에서도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법적으로 보장된 사회보장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노동정책은 물론 기업정책이나 복지정책에서도 소외된 이들은 대부분 구두로 계약하며 약속한 근로시간 이상의 노동을 수시로 요구받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적잖은 성희롱도 감수해야만 한다. 밀린 월급을 떼이거나 불시에 해고되는 일은 비일비재다. 여성인력의 18%가 이 같은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면 이는 더 이상 방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무리 인력이 흔하고 특정 기술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업종이라 하더라도 서비스업 종사자가 없으면 서비스업은 서비스업이 될 수 없다. 일하는 여성이 아름다운 건 열심히 일하며 가정과 사회에 공헌하기 때문인 만큼 정부가 열심히 일하는 소규모 서비스업 여성노동자를 위한 안정망을 마련해 주어야한다. 

글/김혜경  사진/최경훈 기자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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