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마약’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마약으로 인한 폐해를 보면 굳이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도 그 결과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에 작게는 30만 명, 많게는 100만 명 정도의 마약 투약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 50명당 1명꼴로 중독자이거나 투약경험이 있다는 뜻이다. 마약은 의지가 약하거나 특수한 환경의 사람들이 택하는 방법이 아니다. 마약 중독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으며 마약 복용자들의 심리상태 또한 대부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술 깨는 약, 머리가 맑아지는 약, 살 빼는 약, 신경통 치료약 등으로 둔갑하여 우리주변에 속속들이 파고들고 있는 마약.
이번 호에서는 ‘중독’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로 ‘마약 중독’에 대해 다루었다. 마약은 우리와 먼 얘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사례를 통해 심각성을 살펴보고 전문가를 만나 문제점과 예방 등을 알아봤다.

지난해 마약사범 22% 급증해

위 사례는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최근 상담 받은 마약중독자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한국에 마약 비상등이 켜졌다. 위의 사례처럼 순간의 쾌락을 쫓거나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마약에 손을 대지만 마약중독자의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약은 중독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중추신경을 자극해 일시적으로 피로감을 없애주고 자신감과 행복감을 주지만 결국 심신을 황폐시키고 과다 복용·투여할 경우에는 죽음에까지 이른다.
경찰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06년 마약사범 단속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당국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4985명으로 작년에 비해 22% 급증했다. 주목할 것은 해가 갈수록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초등학교 5, 6학년 아이들에게 조차 마약의 손길이 뻗치고 있어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1년에 적발되는 마약사범의 수는 1만 명이 채 안된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마약중독자만 70만 명에 이르는 것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송천쉼터 임상현 팀장은 “자료에 나온 마약사범의 수는 중요하지 않다. 그 10배가 될지 20배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마약사범의 경우 본드와 부탄가스 등을 흡입하다가 더욱 강한 약물을 찾게 되는데 결국 필로폰이나 헤로인 같은 강성마약에 중독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청소년기에 본드나 부탄가스를 흡입한다면 대마나 필로폰 등 강성마약에도 손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마약의 종류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마,필로폰,헤로인,아편 등이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마약의 종류만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마약퇴치운동분부의 상담사례 중에는 15년 동안 마약을 해왔지만 두 번 밖에 적발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사람, 모든 식구가 마약을 해온 가족, 남자친구의 마약복용을 알고서도 처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여성 등 다양했다.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마약 복용자의 가족들이 대부분. 실제로 마약에 중독된 사람은 마약의 환상에 심취해서 치료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마약의 종류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마(마리화나), 필로폰(히로뽕), 헤로인, 아편 등이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마약의 종류만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그렇다면 마약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하는 것일까.

마약전담 검사인 박성진 검사는 “중독자들 중 주로 연예인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작은 사건도 연예인이 했다고 하면 크게 보도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실 인구 비례로 보면 연예인이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2000년대 이후 마약 동향의 특징은 외국산인 엑스터시가 유통되기 시작했고, 그 남용층이 지금까지 없었던 상류층 자제나 유학생, 우리나라 대학생 등 상류층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중독자들은 마약에 손을 대지 않으면 몸이 무겁고 짜증이 늘어나며 의심과 경계심, 적개심과 공격성이 증가한다고 한다. 중독이 심해지면 수치심과 도덕성마저 사라지고 피해망상과 환청, 환시 등 정신병적 증상이 잦아지면서 자살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고.
또한 불결한 주사바늘을 같이 사용하면서 피부염과 폐농양, 뇌혈관염, 에이즈 등 각종 합병증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중독자는 정신박약이나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높다. 마약 때문에 재산을 탕진하고 투약 후 가족에 대한 폭력과 문란한 성관계 등으로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는 일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마약은 개인과 한 가정을 망칠 뿐 아니라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마약 사용자의 재범률도 사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2006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마약 사용자의 재범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4년 마약 투약으로 인한 구속자 1만1백2명 가운데 3,139명이 재범자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3명꼴로 재범의 유혹에 빠진 것. 1995년 15%에 비해 2배이상 늘어난 셈이다.
한국마약범죄학회 전경수 회장은 “마약중독은 일종의 질병이다. 의학적으로도 마약중독에는 완치의 개념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병원 치료로도 어려운 마약중독증을 일반 교도소에서 다룬다는 것은 무리”라며 “높아지는 재범률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약중독자에 대한 더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임상현 팀장은 “마약은 중독자 자신과 가족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는 파멸의 덫”이라며 “마약중독의 위험성과 폐해를 알리는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죄자 아닌 환자로 봐야

마약은 개인과 한 가정을 망칠 뿐 아니라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약에 중독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경찰에 적발되면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수를 하면 최대한 관대하게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자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처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약물중독자는 ‘중독환자’이기 때문에 우선 치료를 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전국 23개 병원에 440개 병상을 지정, 마약류 중독환자 전용 시설을 갖추고, 중독환자의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가족 중에 마약류 중독자가 있다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여 될 수 있는 한 빨리 상담을 받도록 권유해야 한다.

임상현 운영팀장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마약중독 상담을 해오고 있다”며 “현재 국내 마약중독 실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마약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센터 설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죽음을 부르는 욕망의 덫 마약. 검찰과 수사당국은 전 세계의 생명을 위협하는 마약 불법거래를 철저히 단속해 유통을 근절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마약투약자를 무조건 범죄자로 낙인시키기 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인식하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사회복귀 자활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급선무다. 한때의 실수로 새롭게 건강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기회조차 박탈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박경미 사진제공/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박경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