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구나 한번 쯤 억울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경험할 때가 있다. 분명 상대방의 잘못이거나 시정되어야 할 부분인데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해야 할 지 모를 때, 부당하다 싶은데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억울하고 답답했던 순간들. 더구나 그와 같은 일들이 행정기관이나 거대기업처럼 막강한 권력집단과의 사이에서 일어난다면, 그 느끼는 부당함과 억울함은 배가 된다. 이럴 때 많은 이들은 하는 수 없이 그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묵과해버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게 된다. 부당한 현실에 순응하고 말았다는 불쾌함을 오래도록 간직한 채 말이다.

이처럼 행정기관의 부당처분, 잘못된 제도, 정책으로 인해 억울하게 침해받은 국민의 권리와 불편사항을 시민의 입장에 서서, 공명정대하게 처리하도록 지원하는 곳이 있다. 부당한 상황에 처한 시민에게는 가뭄에 만난 소낙비만큼이나 반갑고 고마운 단체. 국민의 고충과 민원을 행정관료나 정부기관이 아닌 시민전문가와 NGO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전액 무료로 지원해주는 ‘시민옴부즈맨공동체’가 바로 그곳이다.

시민의 권리 찾아주는 ‘21세기 암행어사’

2001년 1월 12에 설립된 시민옴부즈맨공동체는 민주행정구현과 성숙한 시민정신 함양을 위해 시민전문가 12인이 결성한 순수 민간 NGO로서, 행정기관의 위법행위나 관리소홀, 제도상의 허점 등으로 침해받은 각종 권리들을 시민과 관의 입장에서 함께 풀어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곳의 김형오 대표는 “오늘날 복지행정국가의 출현으로 정부가 국민생활에 보다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행정환경의 변화는 많은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의 재량과 자의성을 비약시킨 나머지 그만큼 국민의 권익이 침해당하는 일도 잦아졌다”며 단체의 설립배경을 소개했다.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각종 제도와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경직성이나 복잡한 형식, 관료의 자의적 해석이나 월권행위, 그리고 민원인의 정보부재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적절한 구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옴부즈맨공동체에서는 상실된 국민의 권리에 대한 사전예방과 사후치유를 위해 제3자적 입장에서 관계기관에 그 시정이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감찰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옴부즈맨(Ombudsman)제도란 일종의 민원조사관으로 1809년 스웨덴에서 창설되어 북유럽과 구미 선진국에 발전된 행정통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부터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그 기능을 담당해 오고 있지만,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러 시민의 피부에 와 닿는 운영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역할을 정부기관이나 국가에서 임명된 공무원이 아닌 시민전문가가, 중재자의 입장에서, 정부·기업·공공조직의 활동을 견제하며 민원처리를 돕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21세기 암행어사’라 할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사후결과까지 투명하게 여론에 공개하기 때문에 행정기관에 영향력 있는 시정조치 및 권고를 집행할 수 있다. 그만큼 행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찰칵! 안전불감증 카메라로 신고해요

단체가 하는 일은 크게 시정조치와 민원구제(행정 구제절차에 따라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 및 민사소송을 대행하거나 원조함), 민원예방(처리과정에서 관련 법률과 행정제도 및 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기관에 청원, 건의 등을 통하여 제·개정과 개선을 요구해 재발 방지)의 기능이다.

그 중에서도 시민옴부즈맨공동체의 저력은 시민안전망 구축을 위한 ‘신문고’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사고가 예상되는 위험지역을 시민이 직접 포착해 신고하는 신문고제도는 사태의 악화를 조기 예방하여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현장고발성 코너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사고 같은 대형 참사의 불씨가 다름 아닌 안전불감증에서 시작됐다는 반성에서 끌어낸 자구책이다. 

일명 시민안전망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주변에 잔존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회적 위험요소를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하여 실시간 포착, 전송하는 디카신문고는 위험한 현장과 시설, 부정·불량식품, 환경오염, 파괴행위 등 사회를 어지럽히는 부조리현장을 알리는 고발매체. 디시인사이드와 제휴한 이 사업은 실시간 시민의 제보를 받아 이를 해당기관에 이첩하여 신속히 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참여도가 높고 호응도 좋다. 촬영한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육하원칙에 맞게 기사를 작성하여 민원을 접수하면 수일 후 결과가 통보된다.

다음으로 모바일신문고는 핸드폰카메라로 촬영한 민원을 곧바로 전송 처리하는 방식으로 디카신문고와 비슷하지만 사용자가 더 많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 있다. 2005년부터 행자부 지원 사업으로 선정, ‘#0852’를 누르면 기사와 사진을 바로 전송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역시 실시간 기동성을 자랑하는 간판 사업으로, 정기적으로 사진민원전시회도 개최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현수막, 삐딱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 문화재 파괴현장, 심하게 훼손된 보도블록 등 신문고 게시판에는 여러 가지 민원들이 사진과 함께 접수돼 있는데, 이렇게 올라온 사안들은 일정 기간 후 시정 조치된 모습까지 사진으로 담아 일반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김 대표는 “2006년도 디카신문고와 모바일신문고로 접수·해결한 사안만 2천 여 건이 넘었다”며 “이 모두가 참여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풀뿌리 운동”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밖에도 시민의 부당한 민원과 사건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지원하는 인터넷신문고에서는 민·형사상의 법률문제·가족문제·인권문제와 성차별 등 각종 고민을 접수받아 교수와 변호사, 전직 공무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옴부즈맨 위원들이 직접 상담·조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 외에도 행정개선사례를 실은 국민고충 대변지 ‘월간 옴부즈맨’을 간행하고 있으며, 모범시민 및 친절공무원에게 시민의 이름으로 꽃바구니를 증정하는 ‘칭찬이 개혁이다’ 사업도 꾸준히 벌여오고 있다.

“취약계층 문제 해결할 때 가장 뿌듯”

  “시민옴부즈맨공동체는 시민의 권리를 우선하는 대리인의 입장에 서지만 민과 관이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협의를 이끌어내는 중재자의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합니다. 관의 책임행정 구현과 전문성 신장, 민의 성숙한 시민정신 함양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우리의 일관된 목표입니다.”  

타인을 위해, 그것도 국가권력을 상대로 발 벗고 나서는 일이기에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원리원칙에만 입각한 행정편의주의와 맞닥뜨릴 때면 시민 개인이 겪었을 답답함을 몸소 체험하며 투지를 다지기도 하고, 사안과 상관없는 민원인 개인의 약점을 들추는 행정기관의 비신사적인 행태를 대할 때면 누구보다 더 화가 나기도 한다. 현실과 맞지 않는 법과 제도에 부딪혔을 때, 그래서 더 이상 시민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래도 시민옴부즈맨이 제 기능을 다하며 쉬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물밀듯이 밀려오는 시민의 소리와, 시민의 대행자로서 민원을 처리해갈 때 단체가 몸소 느끼는 부당한 현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 찾아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d}  문제해결의 순간마다 보람이 밀려오지만 취약계층의 문제가 해결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낍니다. 어렵게 번 오십 만원 남짓의 급여를 떼여 울상으로 찾아온 할머니, 역내 시설불량으로 불편을 겪고도 사과는 커녕 핀잔과 냉대를 받아야 했던 장애인, 직장 내 성희롱을 겪으면서도 임시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마음고생만 하던 어느 여성, 부모의 손찌검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웃집에 피신가야 했던 여덟 살 꼬마…. 이들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가슴 뿌듯한 지 모릅니다.”

단체는 앞으로 옴부즈맨 온라인 뉴스를 본격화하고, 정부의 모든 행정자료를 제공하는 전문 지방자치행정뉴스로 특성화해 인터넷 상에 ‘작은 정부’를 실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시민옴부즈맨공동체는 시민의 참여 없이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와 국가를 내손으로 지킨다는 시민의식이 건강한 참여민주주의를 만드는 최우선 조건이니까요. 모든 국민이 사회의 파수꾼이 되는 그날까지 시민옴부즈맨공동체는 24시간 풀가동될 것입니다.”
정의와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작은 촛불로서, 또 소외계층과 열악한 환경에 처한 시민을 위한 시민등대로서 어떠한 권력이나 불의에도 타협 않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것. 시민옴부즈맨공동체의 확고부동한 목표이자 신념이다.

글/김혜경 기자 사진제공/시민옴부즈맨공동체(www.ombudsman.or.kr)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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