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미래 가꾸는 '희망공작소'

풀뿌리를 만나다_(사)아이들과미래

아이들은 밝은 미래를 가꿀 씨앗이다. 그들의 마음을 사랑으로 채워 길러라. 체험이라는 물을 뿌려 성장할 공간을 마련해 주어라. -인디언 격언-

가정의 달 5월이 찾아왔다. 생명의 원천인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뜻 깊은 달, 금빛 찬란한 오월의 햇살처럼 아이들의 얼굴도 활기차고 아름답다. 그래서 일까, 이달의 초점은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향한다.
모든 아이들은 행복하고 건강할 권리를 지닌다지만 안타깝게도 지구상의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는 못한 형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실상 많은 아이들이 사회의 관심과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무심히 방치되고 있으니, 빈곤과 질병, 가정불화와 같은 불씨가 아이들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는 주범이라 할 수 있다. 이 달에 만난 단체는 지원에서조차 소외된 아이들을 찾아가 그 그늘을 거두어내는 희망공작소 같은 곳이다. 전문성과 효율성, 투명성을 바탕으로 사회복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곳,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가 바로 그곳이다.

벤처기업 기부로 설립된 민간독립재단
아이들과미래는 2000년 3월 다음, 옥션, 핸디소프트 등 사회공헌에 뜻 있는 벤처기업들의 기부로 설립된 국내 보기 드문 형태의 NGO다. 출연한 기업으로부터 독립하여 전문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민간독립재단으로, 사회복지의 틈새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을 집중 지원하고 있는 복지사각지대의 파수꾼 같은 존재이다.
임혜미 간사는 “최근 들어 조손가정이나 한부모가정, 저소득 암환자가정이 늘고 있지만 이들은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힘듭니다. 아이들과미래는 이렇게 기존 사회복지 전달 체계에서 소외된 대상을 발굴, 지원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복지, 교육, 문화에 있어 다양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라고 단체를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복지지원체계의 경우 지원을 위한 행정과 규정(법인의 규모, 인력 수, 시설규모 등)의 부담이 높아 지원에서 소외된 소규모 사회복지시설들이 많은데, 아이들과미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단설립이후부터 꾸준히 복지벤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다. 소규모 시설과 미인가 시설들이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때만이 사회복지사각지대의 문제를 올바르게 풀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단체는 설립 초 방치돼 있던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 미인가 그룹홈, 쉼터들을 양지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한편 복지실무자에 대한 교육과 연수지원, 청소년 문화행사지원을 통해 설립 당시 새로운 복지영역으로 등장하던 정보와 문화 격차 줄이기에 앞장서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 왔다.

핵심가치는 신뢰와 평등을 전제한 ‘파트너십’
아이들과미래가 생각하는 복지는 단순명쾌하다. 안정적으로 배우고 일하고 놀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함으로써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아이들이 지닌 고귀한 가치를 공유하며 ‘나눔’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그리고 나눔을 주는 자와 받는 자들의 가치를 서로 연결해 주는 것이 단체가 하는 일이다.
아이들과미래는 무엇보다 인연과 믿음을 중시한다. 임 간사는 “소중하게 모아준 기부금이 아이들을 위해 잘 쓰이고 있다는 믿음을 드리는 것 역시 단체의 중요 임무”라고 했다.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순수한 독립재단으로써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는 기부자와 파트너들에게 단체가 제공해야할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단체는 설립 초 투자 기업들이 재단 운영에 어떠한 영향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한 만큼 기부금과 재단 운영에 있어 투명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막중한 사명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내부감사와 외부감사(글로벌스텐다드 인증감사기관으로부터)를 통해 기부금의 조성 배분, 사용처를 감사받고 있으며 매년 감사보고서와 매뉴얼리포트를 공개하고 있다. 또한 2002년부터는 국제청소년재단으로부터의 파트너 평가인증을 통해 재단의 투명성을 인증 받고 있다.
하지만 단체가 지니는 차별성은 투명한 재정에만 국한돼지 않는다. 오히려 그 핵심가치는 나눔의 두 주체가 주고받는 신뢰, 즉 시혜적 관계가 아닌 투자자와 투자받는 자의 관계라는 ‘평등을 전제로 한 파트너 관계’에 있다. 개인과 기업, 단체로 이루어진 투자자들은 나눔이라는 지원을 통해 미래의 인재를 키우고 아이들은 사회가 제공하는 복지투자를 발판 삼아 미래를 설계해 간다. 미래를 위한 동반자적 파트너십, 이것이 아이들과미래의 모든 사업진행 기반에 깔려있다. 이 과정에서 주는 자의 우월함이나 받는 자의 겸연쩍음이 개입하지 않도록 세밀한 배려와 체계, 교육이 뒷받침 되는 것은 물론이다.

미래에 대한 실속투자 ‘청소년경제증권교실’
그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미래의 경제인을 기르는 투자로써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제공하는 ‘청소년경제증권교실’이다. 아이들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여 물건을 만들고 홍보·판매·정산과정을 통해 생산과 소비의 경제, 증권과 금융 등의 경제 컨텐츠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미국의 우수 프로그램을 한국화해 보급한 사업으로, 지난 2005년 8월 (주)삼성증권의 후원으로 시작하여 현재 5개의 교육센터를 통해 전국의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왠지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경제용어, 경제이론들을 친구들과 함께 놀이나 창업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재미있고 쉽게 배울 수 있는 효과적인 경제교육프로그램입니다. 2005년 8월부터 시작하여 공부방과 방과후교실, 아동센터, 복지관, 청소년수련관 등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체험식 경제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바람직한 소비습관과 효과적인 용돈관리 등 쉽고 재미있는 접근방식을 통해 아이들의 경제관념을 깨쳐줍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균형 심화로 인한 소외계층의 교육 불평등을 예방하고 빈곤아동의 경제적 마인드를 향상시켜 사회적 경쟁력을 지니도록 일조하는 역할도 크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바람직한 소비습관과 올바른 경제관념을 형성함으로써 부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수정하고 바른 경제인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경제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함으로써 자신감도 갖게 된다. 또한 기존의 주입식 경제교육이 아닌 체험교육을 실현하고 친구들과 함께 경제를 배우며 사회성을 키우는 전인교육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초기 청소년경제증권교실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06년 4월부터는 저학년을 위한 프로그램(화폐발달과 경제순환과정, 올바른 소비습관과 효과적인 용돈관리)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1,148학급 총 21,687명에게 경제교육을 실시해 왔으며 올해 역시 약 910학급에 무상경제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기만성 프로젝트 ‘사랑의 네발자전거’
한편 아이들과미래가 EBS와 함께 진행하는 휴먼프로젝트 ‘네발자전거’는 기초학력의 저하로 사회에서 점점 소외되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건강한 사회적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공부방지원사업을 모태로 한 이 프로젝트는 전북 익산의 금마 지역아동센터를 시작으로 지난 3월부터 EBS 방송(일요일 6시)을 타고 전국에 소개됐는데, 전국의 열악한 공부방을 찾아 촬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우리가 방문하게 되는 대부분의 공부방 아이들은 생계문제로 바쁜 부모들 밑에서 제대로 밥 한 끼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간혹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아이들 있습니다. 당연히 기초학습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임 간사는 실력 측정을 위해 중학교 3학년 아이에게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받아쓰기 테스트를 해봤더니 0점이 나온 적도 있다며 소외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모의 보살핌에서 멀어진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문제아로 낙인찍히거나 집에서는 ‘원래 머리 나쁜 아이’로 치부되는 등 점점 무관심의 영역으로 내동댕이쳐진다. 때문에 기초학력의 저조가 아이 미래를 어둡게 하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자연히 주의집중력의 부재와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잠재능력을 발견할 기회도 없이 일찌감치 사회적 낙오자가 될 가능성만 키워가는 거지요. 사랑의 네발자전거 대기만성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잘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든든한 보조바퀴의 역할을 하려 합니다. 6개월간의 방송이 끝난다고 해서 지원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아이들의 기초학습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한국전력공사 익산지점, 하동 여성지도자회, 한국전력공사 동대전지점 임직원들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 아이들의 개인지도를 맡기 위해 함께 나섰다. 방송을 통해 ARS모금도 펼친다고 하니 아이들의 뒤늦은 성장이 하루 빨리 쑥쑥 자랄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조손가정 위한 희망 메시지 ‘희망운동화보내기’

이 밖에 2007년 신규사업으로 2006년 12월부터 시작한 조손가정아동돕기프로젝트 ‘희망운동화보내기’ 캠페인도 있다. 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사연을 접수받아 심사한 후, 매달 30~50명의 조손가정 아이들에게 희망 실은 운동화를 보내주는 사업이다. 이 캠페인은 운동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이들에게 멋진 미래를 선물하는 ‘상징적인’ 사업. 아이들에게 새 운동화는 희망이자 설렘을 가져다주는 특별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임 간사는 “실제 조손가정 아이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조부모와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새 운동화 하나 사기도 어렵다”며 “사연을 읽다보면 찬 겨울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아이, 클립으로 찢어진 신발을 꿰매고 다니는 아이 등 부모에게 상처받고 주변의 놀림까지 당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고 덧붙였다.
“가정이나 기관을 방문하다 보면 정말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라는구나 싶은 마음에 가슴이 저려올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희망운동화를 전하기 위해 방문한 한 조손가정아동은 10평 남짓한 공간에 9명이라는 대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다섯 명의 사촌, 두 명의 삼촌 사이에서 살다보니 거의 신발장에 머리를 두고 자야하는 형편이었지요.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기 것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했습니다. 모두 얻어 입거나 물려받은 것뿐이었죠. 처음 자기 것이 생겼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한지 선물을 받고도 그저 멍하니 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축구선수가 꿈이라는데 운동화가 내심 마음에 드는 눈치였습니다. 운동화를 신겨 주었는데 사이즈가 좀 커서 다른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했는데도 신발을 벗지 않던 그 모습이 왜 그리 가슴 아프던지, 우리 주위에 아직도 운동화 하나에 꿈을 싣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비록 한 켤레 작은 신발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사랑이 담긴 새 운동화를 신고 자신 있게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기쁨을 건지는 단체의 보람이 엿보이는 사업이다.

이렇듯 아이들과미래는 기업의 눈높이와 도움이 필요한 사회복지현장의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야무지고 실속 있는 NGO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과미래의 사업에는 도움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직접’ 전해주고 있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있다. 아마 어느 단체보다도 투명하게 공개된 재정운영과 효율적 관리, 그리고 재단설립의 취지가 십분 살아있는 진행사업의 노하우가 돋보이기 때문일 거다. 복지벤처의 새 모델이 되겠다는 야심찬 첫 포부처럼 단체의 행보가 언제나 흐르는 물처럼 새롭고 깨끗하게 전진하기를 바라본다.

글/김혜경 기자 사진제공/(사)아이들과미래

김혜경 기자

트윗하기

김혜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