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빵과 도시락이 필요하다”

 IMF가 낳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이야기

잊지 못할 부실도시락 파동

지난 2005년, 제주도 서귀포시가 결식아동들에게 제공한 부실도시락 파문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또 같은 해 군산과 고양시 등 곳곳의 부실도시락들도 연달아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밥 대신 모닝 빵, 반찬으로는 건빵과 단무지, 메추리알 몇 개로 이루어진 부실도시락은 안 그래도 추운 겨울을 보내는 아이들의 마음을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당시 군산의 건빵 도시락을 언론에 처음 공개한 석일 목사는 “도시락의 원가는 800원에도 못 미친다”며 “지원금 2500원(2005년 기준)중 800원짜리 도시락을 만들고, 남은 막대한 이익금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느냐”며 개탄을 늘어놓기도 했다.

반면 또 다른 보도에서는 똑같은 2500원으로 영양가 있고 다양한 도시락을 제공하는 자치단체들을 소개해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현재 도시락배달을 받는 아이들은 부모가 이른 시간에 일을 나가고 밤늦게 돌아오거나, 편부나 편모와 사는 결손가정의 아동들, 소년소녀가장 등 소득수준이 낮아 기본생계가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IMF가 낳은 결식아동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결식아동 돕기가 시작된 것은 1997년, IMF 이후라 볼 수 있다. 당시 IMF는 대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실직자 증가, 경기침체와 사업부도로 인한 가정경제 악화, 일용직 근로자의 근로일수 부족, 가정불화로 인한 부 또는 모의 가출 등 다양한 형태의 결식아동을 양산시켰다. 이에 대해 당시 정부와 민간단체는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마침내 학교급식법을 1999년 개정하여 빈곤학생에 대한 급식지원을 제도화하기에 이르렀다. 

개정법률에서는 ‘극빈가정 학생에 대하여 수업일 및 방학기간 등에 급식을 지원하고, 필요한 경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되 국가가 100분의 50 이상을 부담’할 것을 규정했다. 그동안 정책사업으로 추진했던 학생 중식 지원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셈이다. 지원방법도 종전의 학교 급식과 더불어 상품권, 쌀 등 현물 지원을 하거나, 지정된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권’을 제공하는 등 다양성을 꾀했다.

2000년부터는 결식아동에 대해 토·일요일 및 방학기간까지 포함하여 연중 365일간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했으며,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보건복지부)를 통해 미취학아동에 대한 중식제공 및 취학아동의 조·석식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는 학기 중 중식지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에서 담당하고, 방학과 토·공휴일 중 중식 지원사업은 보건복지부로 이관됐으며, 2005년부터는 학생급식 지원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돼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게 되었다.

교육부의 급식지원은 현재 6세 이상의 취학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교육부의 지원 방식을 살펴보면 학기 중 급식학교에서는 학교급식 부담금을 정부가 지원하며 (87.1%) 비급식학교에서는 도시락 및 인근식당 이용 지원 (12.9%)을 하고 있다. 또 방학 중에는 농산물교환권 지급 (76.0%), 주 부식재료 제공 (19.2%), 음식점을 이용 (4.8%)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미취학아동에 대해 인근 복지관 등에서 급식과 보호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학교 중식 지원대상 아동 중 일부에게 조식 및 석식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의 결식아동지원 대상자들은 교육부의 중식지원대상 아동, 기초생활보장 대상가정의 아동이며, 추가로 전화 1377 등으로 접수된 아동들과 종교, 시민단체나 사회복지관 등에서 무료급식시설을 이용하는 아동들이다.

결식아동의 지원, 이젠 현실화 할 때

하지만 정부의 결식아동지원에 대해 현실감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대표 박경양, 약칭 전지협)가 지난 8월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지원단가 인상과 미지원 아동에 대한 지원확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전지협은 “최근 살인적인 물가와 유가, 공공요금의 상승으로 인해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물가 상승에도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비는 2005년 이후 동결되어 급식지원을 받고 있는 아동들에게 제대로 된 급식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언급했다.

또 전지협은 “현재 결식아동들에게 지원되는 급식비는 1식 3,000원으로 아동들이 자장면조차 사먹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빈곤 아동에게 정상적인 끼니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사회와 국가가 보장해야 할 아동의 권리 중에서 기초적인 의무”라 말했다.

전지협은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이원화는 지자체의 예산정도와 결식아동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선정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교육과학기술부로 부터 지원을 받던 아동이 방학 중 보건복지가족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협은 급식비 미지원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정부예산을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전지협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중 정부로부터 급식비를 지원받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아동은 전체의 65.9%(44,869명)에 불과한 실정”이라 밝혔다. 특히 전라남도, 전라북도, 강원도 충청도 일부 등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경우 도내 지역아동센터 중 81.1%(1,846개소)의 지역아동센터가 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나 급식비 지원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지협은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도 충분히 지원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식비마저 지원되지 않을 경우 해당 지역아동센터는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문제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문제점을 시사했다.

보다 넓은 지원과 다양성 모색해야

한편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 속하지 못한 차상위 계층의 아이들은 이조차도 지원이  미미해 자원봉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차상위 계층의 지원이 정부 예산을 절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민간단체의 결식아동 지원에 대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계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남희경(28)씨는 “아이들은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집에 밥이 있어도 그냥 굶고 만다”며 “복지관이 지난 6월 시작한 ‘저녁 돌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 35명 가운데 7명은 맞벌이 가정 아이들”이라고 정부의 잘못된 시각을 꼬집었다.

남씨는 또 “복지부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6만1321명에게 급식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상품권, 쌀, 지정된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권 등 현물지원이 전체 지원액의 80%를 차지하는 반면, 아이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밥을 먹을 수 있는 사회복지관·교회 급식소를 통한 지원은 18.1%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펴낸 보고서 ‘끼니를 거르며 자라는 아이들’에서도 “상품권이나 식권은 이를 현금으로 바꿔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단순히 쌀·상품권 등을 전달해주는 데서 벗어나 아이들을 실제 밥상 앞에 앉히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선희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식을 ‘가난’의 문제에서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치료가 필요한 사회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방과후 아이들의 식사와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저녁 돌보기’ 수업 같은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작은사랑나눔’의 남궁문선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결식아동 등 소년소녀가장을 후원하는 단 한 가지 목적은 아직 가장으로 준비 되지않은 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게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조금이나마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뿐” 이라며 “소년소녀가장세대 구성원들은 대부분 부모의 이혼과 별거 및 가출 등의 이유로 저항적 태도와 자의식의 발달 및 혼란을 같은 또래보다 훨씬 많이 느끼고 있어 물질적인 후원 이전에 그들의 정서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먼저 모색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은주 아동보건 복지과장도 “경제적 빈곤이나 가족기능 결손 등으로 결식하는 아동에게 식사를 제공하여 아동건전육성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점이 크다”고 역설했다.                                                                                                             글/이정직 기자

                                                                         사진제공/굿네이버스, 부스러기 사랑나눔회

이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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