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쓸쓸함을 애써 외면하려는 듯 12월의 세상은 더욱 밝고 화려하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린 알록달록한 전구들은 보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려는 듯 반짝인다. 사랑과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는 연말, 달콤한 초콜릿은 한층 분위기를 더한다. 최근 초콜릿은 멋을 강조하는 하나의 예술품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초콜릿 공예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불과 십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성장 속도는 빠르게 상승, 지금은 먹을거리를 넘어선 작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만큼 맛뿐 아니라 모양도 중요시 됐다. 맛과 멋을 아우르는 인식이 고개를 드는 즈음…초콜릿공예가를 만나 초콜릿공예가에 대한 전반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보았다.

초콜릿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가능!

우리나라 최초 쇼콜라티에 김성미 빠드 두 대표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동화‘헨젤과 그레텔’을 읽으며 온갖 과자와 초콜릿이 가득한 집을 꿈꿨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면, 꼭 초콜릿의 달콤함이 가득한 과자 집을 만날 수 있을 거라던 아이의 막연한 꿈이 현실이 됐다. 실제 집 모양을 갖추고 먹을 수 있는 초콜릿 조각이 속속 등장한다.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선 심미안적인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초콜릿이 들어온 것은 1968년 제과점을 통해서이다. 이후 초콜릿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 이제 먹기 만하는 단계를 지나 보고 감상하는 단계로 진보하고 있다. 이는 초콜릿공예가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아직 완전한 전문성을 확보한 상태는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달콤함에 노출돼서인지 초콜릿공예가의 옆에서는 달콤함이 묻어져 나왔다.

 ‘쇼콜라’는 프랑스어로 초콜릿을 뜻하고, 초콜릿 전반을 관장하는 아티스트를 쇼콜라티에라 칭한다. 우리나라에 전문적으로 수제초콜릿을 다룬 것은 2000년 무렵이다. 국내 최초 초콜릿공예가 김성미씨 역시 그 시기부터 전문 초콜릿공예가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쇼콜라티에는 초콜릿공예가, 초콜릿 장인을 칭하는 말이에요. 장인이란 의미가 부여된 것처럼 단순히 초콜릿을 제조하는 것이 아닌 여러 초콜릿을 배합하고, 조절해 개인만의 특별한 맛을 만들어 내 예술성까지 겸비하는 것을 일컬어요. 또 만드는 일뿐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디자인하면 초콜릿의 가치가 상승할 지 염두 해둬야 해요.”

 초콜릿공예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초콜릿과 친해야 한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잘하려면 많이 보고 듣고 느끼는 일이 중요한 것과 동일선상이다. 유럽이나 일본의 초콜릿이 유명한 것은 그만큼 수제초콜릿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초콜릿공예를 잘하는 사람은 초콜릿문화를 많이 맛보고 접해본 사람에게 알맞다. 또한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일인 만큼 창조적이고 기발하게 생각이 깨인 사람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이 아닌 놀이처럼, 초콜릿이 장난감인 듯 다뤄야 한다. 그 역시도 어린 시절 선물로 받은 수제초콜릿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항상 봐오던 직사각형의 초콜릿이 아닌 정교하고 세밀한 모양의 아름다운 초콜릿이었어요. 처음 본 순간 ‘먹기 아까울 정도로 정말 예쁘다. 이런 초콜릿은 보기만 해도 행복을 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맛을 보는 입보다 눈이 먼저 음식을 평가하죠. 눈으로 보고 먹을 지 안 먹을 지 결정하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초콜릿 역시도 맛뿐 아니라 모양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뒤로한 채 다른 분야를 전공했다. 그가 다시 초콜릿을 만난 건 일본 유학시절 우연히 수제 초콜릿을 접하면서였다. 어린 시절 오밀조밀 예뻤던 수제초콜릿에 대한 환희가 꿈틀댔다. 고심 끝에 하던 공부는 과감히 뒤로한 채 유럽으로 건너가 수제초콜릿을 공부하며 초콜릿공예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그가 만난 유럽에서는 수제초콜릿이 일반화 돼있었다. 구멍가게 같은 공간에서도 쇼콜라티에가 직접 초콜릿을 만들고, 사람들도 지나가다 편하게 이용하는 것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유럽은 초콜릿공예가 활성화 돼있어요. 상점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조그만 초콜릿하나지만 고급문화로 여기는 것이 우리와는 많이 달라요. 아직 우리나라 소비자는 수제 초콜릿이 일반 공장에서 찍어 나온 초콜릿과의 차이를 크게 인지하고 있지 않아요. 또, 초콜릿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남아있고요. ‘초콜릿은 당뇨에 좋지 않다, 열량이 높아 비만을 부른다, 치아를 손상시킨다’ 등 잘못된 상식이 일반화 된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이는 초콜릿을 한꺼번에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인데 그저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죠. 하지만 요즘 참살이 식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수제초콜릿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개선되고 있어요.” 

 

소비자 인식만 깨어나면 탄탄한 성장가도

 

초콜릿 공예

초콜릿공예가가 되기 위해서는 섬세한 성격을 요한다. 서울호서전문학교 경문식 교수는 “초콜릿은 매우 예민한 물질입니다. 쉽게 녹고 쉽게 굳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를 매우 중요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부드러운 물질을 섬세하고 까다롭게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초콜릿은 다른 조각이나 예술품과는 다르게 힘보다는 정성을 중시합니다. 차분한 성격에 예술적 감각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쇼콜라티에는 미술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디자인전공자가 초콜릿을 소재로 사용하고자 제과제빵을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초콜릿의 특성을 알아야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쇼콜라티에 역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디자인 수업을 받기도 한다. 초콜릿공예는 모든 재료를 식용으로 사용해 먹을 수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느 직업처럼 ‘초콜릿공예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정된 학과를 졸업해야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의 경우도 초콜릿 공예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드물다. 유명한 쇼콜라티에 밑에서 도제 수업 방식으로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역시 초콜릿학과가 부재하다. 대학이나 직업전문학교의 제과제빵의 한 분과로서 대략적인 초콜릿에 대한 이론을 탐구할 뿐이다.

 김성미 초콜릿공예가는 “학교에서 듣는 초콜릿관련 수업은 제과제빵의 기본과목으로 대략적인 개요에 불과해요. 수제초콜릿을 만드는 일은 대량으로 찍어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50~60명을 두고 강의하는 것은 전문화된 쇼콜라티에 육성과정으로 적합하지 않아요. 외국과 마찬가지로 쇼콜라티에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이 도제방식으로 습득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경우라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거나 문화센터 등에서 강좌를 수강해도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직업적인 초콜릿공예가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초콜릿으로 유명한 고장에 방문, 직접 보고 느끼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김 공예가는 초콜릿만을 배우기 위한 유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 의사를 나타냈다. 외국에 나가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오랜 전통에 묻어나는 초콜릿 문화가 전부이다. 예전에 비해 우리나라에도 전문 초콜릿공예가가 다수 생겼고, 얼마든지 정교하고 체계적인 도제수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굳이 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초콜릿공예가들은 후발주자이지만 더 큰 노력으로 외국의 작품성이나 전문성 못지않게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초콜릿공예는 제과제빵의 한 부분으로만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우선 초콜릿공예가만을 꿈꾸는 재원도 소수일 뿐 아니라 대학의 학과를 결정할 때도 제과제빵에 대한 전공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초콜릿은 특별한 날에만 찾는 것’으로 대중의 인식도 한몫 거들었다.

 서울호서전문학교 경문식 교수는 “제과제빵에서도 분명 초콜릿에 대한 전문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나 일본은 이 분야를 세분화하여 전문적으로 다룹니다. 초콜릿만 연구하면 그만큼 깊이 있는 접근이 가능하지만 아직 초콜릿을 찾는 수요가 많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분화될 것이지만 아직 초콜릿만 연구하기에는 시기상조인 점이 있습니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과제빵 기술자는 설탕공예, 초콜릿공예, 제과제빵을 모두 포괄하여 진행하고 있다. 초콜릿이 제과제빵의 한 축에 속하는 현 단계에서 예술분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고, 기술적인 측면, 상업적인 측면 등 통합 시스템 운영이 불가피하다. 아직까지는 제과제빵이 기초가 되고, 초콜릿공예를 병행하면 제과점, 호텔, 개인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등 그 진로가 다양하다. 반면 초콜릿공예만 추구한다면 아직까지는 그 수요가 많지 않아 운영의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대중들의 잠재된 시장을 일깨운다면 초콜릿공예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 교수는 “국민소득 5만 불이 넘으면 문화적으로 수용되는 식품이 3가지 있었습니다. 도넛,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그것입니다. 이중 도넛과 아이스크림은 전문점이 지천으로 생길만큼 성공하였습니다. 현재 국민소득 만 불을 넘어선 시점에서 초콜릿시장역시 전문성을 갖출 차례입니다”라고 언급했다.

 김성미 초콜릿공예가 역시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왔을 때 지금처럼 전문커피시장이 활성화되리라는 기대조차 없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먹겠다는 의식을 갖추고 나니 금세 ‘바리스타’라는 직업, 커피의 전문성이 부각됐죠. 초콜릿산업도 마찬가지에요. 아직은 기성세대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원동력이지만 젊은 아이들이 시장의 주체가 됐을 때 상황은 변하게 될 거에요. 지금 활성화 돼있지 않다고 노력과 개발을 게을리 한다면 기회를 놓치게 돼요. 정작 고급화 된 대중의 입맛을 맞출 수 없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요. 때문에 지금부터 맛과 멋을 아우르는 초콜릿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해요”라고 경 교수의 의견에 힘을 더했다.

 11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카페푸드 팬시쇼가 펼쳐진다. 이 기간에는 2회째 맞고 있는 쇼콜라티에대회도 함께 개최된다. 이 경연은 초콜릿 봉봉과 초콜릿 아트로 나뉘어 진행한다. 초콜릿 봉봉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수제초콜릿을 만드는 것이다. 또 초콜릿 아트는 ‘발렌타인데이’에 관한 주제를 토대로 사랑, 연인에 관련한 영화, 동화, 소설, 창작 중의 한 장면을 표현해야 한다.

 김 공예가는 “작년부터 매년 이 시기에 진행하는 대회에요. 대중들에게는 쇼콜라티에를 보다 친숙하게 알리고, 쇼콜라티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주는 자리에요. 이곳에서 수상하면 창의력과 자질을 인정받아 전문 쇼콜라티에로 발돋움할 수 있어요”라고 전했다.

초콜릿 사랑, 고집스런 장인정신

초콜릿 공예

  아직 시기적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고급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수제초콜릿. 그래서 사람들은 특별한 날 외에는 찾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초콜릿 축제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그들은 굳이 그 길을 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레 흐르듯 쇼콜라티에는 그저 하루하루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맛보고 초콜릿에 대한 효능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이후 사람들의 인식이 깨어나 모든 사람이 즐길 때 비로소 축제로서의 초콜릿 문화형성이 가능하다는 쇼콜라티에. 그들은 초콜릿을 만드는 시작부터 맛을 고민하고 창조적으로 디자인하고 이후 상품적 가치까지 고려해야한다. 모든 과정을 책임 진 양어깨가 무겁지만 그들이 갖는 초콜릿에 대한 사랑은 쉼이 없다. 기쁜 날, 행복한 날에 빛을 더할 사랑의 매개체, 초콜릿과 365일 묵묵히 함께하는 고집스런 열정이 조만간 빛을 바라길 희망한다. 

글/여정민 사진제공/김성미 쇼콜라티에

여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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