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없이 인터넷을 켰다 껐다 반복하는 우리들. 어쩌다 인터넷이라도 안 되는 날에는 엄마 잃은 강아지마냥 불안해하는 현상을 겪는 건 비단 일부일까. 생활의 부분이 된 인터넷이 정보제공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뭉친 인터넷 자원봉사 동아리 아기천사의 합창(cafe.daum.net/chunsa7, 회장 나성원). ‘항상 남이 먼저 웃어주기를, 상대방이 먼저 베풀어 주기를 바란다면 먼저 나눔을 실천하라’는 천명 하에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몸소 실현하는 동아리 사람들을 만났다. 조금은 조심스럽고, 수줍지만 봉사만큼은 뜨겁게 이어가는 회원들의 소박한 모습이 인터뷰 내내 빛났다.

나를 위한 봉사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

 월요일 이른 아침, 온라인 까페에 있기에는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인터넷 접속자들이 봉사활동의 기회를 찾아보고 있다. 방학 중 인터넷으로 봉사활동 할 곳을 검색하는 학생들의 발걸음도 늘었다. 봉사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온기를 불어넣는 공간 ‘아기천사의 합창’. 이들과 인연을 맺은 봉사수혜기관은 서울지역만 19군데가 넘는다. 전국각지에 6개의 지부가 협력하고 있어 봉사활동의 범위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인터넷 익명성으로 자칫 악용사례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실명제를 도입해 다른 의도로 까페에 접속하는 유해성은 미연에 방지한다.

 나성원 회장은 “나눔의 기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자발적으로 우리 모임의 문을 두드립니다. 이곳에서는 기부보다는 몸소 실천하는 노력봉사가 주가 됩니다. 봉사의 대상은 아동, 장애인, 어르신 등 모든 이웃이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의 비중이 높습니다. 각 봉사활동은 그곳의 성격에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있는 곳의 봉사는 사회적응 훈련이 주가 됩니다. 공연을 보거나 공예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눈썰매장, 스케이트장을 방문하기도 하며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활동을 진행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회원에 등재된 인원 2만 8천여 명 가운데 실제 봉사활동에 동참하는 인원은 2천여 명이다. 한번 봉사활동에 동원되는 인원은 20~30명.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전부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소규모 봉사지에서는 봉사활동참여자가 더 많아 혼선을 빚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선착순으로 모집인원에 맞게 정한 후 대기자를 두고 적절히 조율한다. 또, 봉사자의 특기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봉사활동의 기회도 있다. 기존의 봉사활동 이외에 교육봉사가 바로 그것. 아동들을 위한 봉사활동 기회가 잦은 이곳에서는 컴퓨터 교육, 학년별 과외 등 별도의 교육봉사가 실시된다. 

 “교육봉사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거나 교과목 과외 등이 주를 이룹니다. 컴퓨터를 잘못 배우면 남용하거나 게임 중독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고자 올바른 컴퓨터 교육을 실시합니다. 또, 학년별로 학습을 지도해줘 학교수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생활이 어렵다고 또다시 배움에 소홀해 가난을 낳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육봉사자들은 대학생이어서 아이들과의 소통도 원활하고 인기가 높습니다.”

 때로는 봉사활동 인원이 워낙 많아 일회성 봉사로 이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좀 더 심도 있는 봉사활동을 위한 소모임이 구성돼 있다. 전체봉사활동은 까페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소모임은 책임감을 갖고 시설 이용자와의 긴밀한 교류를 원할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아이들의 경우 민감하고, 낯가림이 심하다. 때문에 정예 인원이 계속 찾아가 그들과 함께 하며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 봉사활동을 계속하다보면 책임감은 늘고 ‘조금 더 해줄 것이 없나?’ 생각하며 재정적, 정신적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4~5년간 줄곧 해온 이현주 전 부회장은 “봉사활동은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내 마음의 안식을 찾고자 좋은 일 하는 수준으로 시작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버릇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시기 질투하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기도 해요. 어르신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깝게 지내시던 어르신이 돌아가셨을 때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가는 어르신들을 지켜보는 일도 쉽지 않고요. 억지로 이성적, 객관적인 봉사활동을 해보려 하지만 한 번씩 이런 모습들에 무너지기도 해요”라고 봉사활동을 하며 심적으로 어려웠던 점을 토로했다.

봉사활동의 생활화, 꾸준히 이어가길

 모임은 조금 더 소외된 이웃, 후원이 적고 소문이 나지 않은 단체를 발굴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을 찾기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보 받은 단체를 직접 찾아가 확인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아기천사의 합창’. 이 같은 노력으로 최근 ‘행복한 세상’이라는 복지센터를 찾아냈다. 이곳은 국가지원을 받지 못하는 강동구 거주 독거 어르신들에게 무료 급식과 도시락 배달, 집수리 등을 지원한다. 봉사자들만의 힘으로 만들어져 운영이 늘 부족하고 열악한 공간이다. 까페에 가입한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봉사의 물꼬를 튼 모임은 지속적으로 이곳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종만 전 부회장은 “앞으로 우리 모임은 더 열악하고,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곳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할 예정입니다. 회원들 모두 생업이 있어 봉사활동에 투자할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 월례회의도 열고 봉사활동에 대한 보수교육도 진행합니다. 우리모임은 눈을 크게 떠서 사회의 그늘 진 곳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2009년 새로운 임원진도 발촉된 만큼 새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임해 더욱 번성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며 모임의 포부를 밝혔다.

 봉사활동을 나가서 봉사의 참뜻을 알고 외려 자신이 봉사를 받고 왔다는 ‘아기천사의 합창’ 회원들.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돌보는 일까지도 모두 봉사활동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봉사활동의 생활화가 목표인 이들은 이미 봉사의 참된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이리라. 이들 덕에 따뜻한 마음의 봄은 한 걸음 성큼 다가와 있는 듯 했다. 글/여정민 기자 사진제공/아기천사의 합창

여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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