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적의 도서관’ 붐 일어
지난 2001년 6월, 단체는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이라는 명칭으로 정식 출범식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도서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전무했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독서를 멀리하는 풍토가 지배적이었다. 책을 등한시 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탓에 아이들 역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멀어져 갔다. 때문에 독서가 주는 갖가지 장점은 간과되기 일쑤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도정일 대표는 시민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책 읽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단체 설립을 계획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경근 실장은 “당시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있던 도정일 대표가 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위해 단체를 꾸렸어요.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은 문화연대,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9개의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비영리민간단체에요. 시민의 입장에서 도서관 건립과 지원, 독서문화 진흥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제안, 연구해요”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단체는 시민의 자발성과 참여로 독서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에 주력했다. 이는 지식의 기반 시설과 내용을 확충해 모든 시민이 평등한 지식 접근의 권리와 기회를 누리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또한 돈 없는 시민도 원한다면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사회, 정보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 시민 각자가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시민운동의 일환이다. 기관 내부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일고 있을 무렵, 때마침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도모하던 MBC ‘느낌표’에서 기관의 의견을 물어왔다. 당시 도정일 대표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제안했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은 사회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MBC, 단체가 연계해 진행됐어요. 기적의 도서관은 도서관 문화 자체를 바꿨어요. 도서관이 쾌적하고, 예쁘고, 재미있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주부들과 어린이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어요. 방송은 끝났지만 전국적으로 10개의 기적의 도서관이 설립됐어요. 현재 김해시에 11번째 기적의 도서관이 건립될 예정이에요.”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무관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그 반대였다. 어린이 도서관의 필요성은 누구보다 학부모들에게 절실했다. 방과 후, 혹은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방송의 힘은 놀라웠다. 각 지자체들의 관심과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서로 자신의 지역에 기적의 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경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기관의 업무는 마비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김선영 간사는 “당시 지역의 요청과 수많은 아이들이 엽서와 서명 등을 보내 다른 업무를 못 볼 정도였어요. 무작정 사무실에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도서관 건립에는 행정과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무시해 애로사항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민과 관이 결합된 운동으로, 도서관 문화에 대한 사회적 모델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커요”라고 의의를 밝혔다.
기적의 도서관이 사회적 관심을 받은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방송은 끝났지만 여전히 도서관 건립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적의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 불러온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시민들 스스로 도서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서관 건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일부 계층에게 국한됐던 도서관 이용이 이제는 전 국민에게 확산됐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기적의 도서관은 민과 관이 함께 운영하고 가정과 학교, 도서관이 연계해 ‘책 읽는 가족’, ‘책 읽는 교실’ 등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창출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현재 기관의 고민은 ‘도서관의 내실을 어떻게 다질 것인가’이다.
김 간사는 “사람과 책이 만나는 곳이 도서관이에요. 이들이 서로 격리되지 않도록 조화를 이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80~90년대 창고 같은 도서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에요. 지금까지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사회적 모델을 제시하는데 치중했다면 이젠 독서교육, 독서문화, 인문학 강좌 등의 콘텐츠에 집중할 계획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지난 성과에 치중하지 않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들은 기적의 도서관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창조적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회의 사회적 평등을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부모들에게는 최적의 육아지원시설로, 지역사회에는 문화 활동의 중심기지로 꽃 피우기 위해 이들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적 육아지원 운동 ‘북스타트’ 사업 펼쳐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책 읽기를 통한 성숙한 시민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적의 도서관 외에도 도서관 정책 제안 사업, 민영 작은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 지원 사업, 문화복지 확대와 독서문화 함양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도서관은 학교 교육의 중심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책 읽는 사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06년 삼성, 한겨레신문과 함께 ‘희망의 학교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전국 각지 면 단위 이하 학생 수 2백 명 미만의 농·어촌 초등학교들 가운데 공모로 선정된 57개 학교 도서관들을 완전히 새롭게 꾸몄다. 또한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 이라는 모토로 도시 저소득층 및 농어촌 지역의 생활권 도서관인 작은 도서관의 활성화에도 적극적이었다.
김선영 간사는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한글을 가르쳐주거나 논술 향상 등의 목적으로 책 읽기가 강요되고 있어요. 이러한 사회의 왜곡된 현상과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로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아요. 독서는 놀이처럼 재미있게 접해야 해요.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도서관처럼 누구나 편하게 갈 수 있는 접근성과 재미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독서문화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특히 올바른 독서문화를 정립은 영유아기 때부터 시작된다. 책을 통해 부모와 교감하는 아이들은 친밀한 정서와 감정을 형성하며 자기 주변의 모든 반응과 행동 등을 이해하고 익혀 나간다. 지능은 이러한 정서적 교감을 통해 발전한다. 때문에 영유아기의 독서는 다른 시기보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이를 위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북스타트(Bookstart)’를 통해 영유아기 단계의 아이들과 그 양육자들에게 소통의 방법을 제시한다. 이는 ‘책과 함께 인생을’이라는 모토로 민과 관이 협력한 사회적 육아지원 운동이다. 더욱이 엄마 홀로 양육 부담을 떠안고 있는 핵가족 시대에 지역사회가 나서서 육아 경비와 책임을 분담해주는 새로운 사회적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근 실장은 “북스타트는 갓난아이한테 책을 읽어주자는 운동이에요. 말을 못 알아듣거나 글을 못 읽어도 아이의 인지와 정서가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중요해요. 북스타트 사업은 공동 육아 프로그램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운영돼요.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해서 잘 크는 것이 아니고 ‘같이 키워보자’라는 ‘공동육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요. 때문에 각 지역마다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단순히 ‘Reading’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양육을 ‘공유’해요”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북스타트는 1992년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그 후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콜롬비아 등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퍼지고 있다. 때문에 국제 네트워크를 통한 교류와 협조 체제가 구축돼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서울 중랑구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매년 확대하고 있다. 2008년 현재 전국 71개 지역의 공공도서관, 보건소, 민영 작은 도서관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뜻있는 기업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참여로 하나의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김 간사는 “지금까지 기관이 도서관 건립 등 하드웨어적인 일들이 중심이었다면 이젠 독서운동, 독서교육 등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것을 구축할 예정이에요. 이전에는 내 아이만 잘 크면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북스타트를 통해 이웃 아이에서 점차 지역사회와 자녀 양육으로 무관심했던 자기 자신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있어요. 때문에 새로운 독서 교육과 지역 공동체 문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해요”라고 말했다.
북스타트는 북스타를 도입한 지역의 주민들이나 보건소, 도서관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1세 미만의 영아에게 예쁜 가방을 주는데 이것이 바로 ‘북스타트 꾸러미’이다. 여기에는 그림책 두 권과 안내책자 두 권 그리고 손수건이 들어있다.
그림책은 관련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도서선정위원회’를 조직, 생후 6~12개월 된 아기를 위해 선정했다. 아이와 양육자들은 그림책을 매개로 놀이와 접촉, 소통을 나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지적·정서적 능력들을 배양하고, 더불어 책 읽는 가족 문화와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기관은 단기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잠재 가능성을 바라보고 ‘사회운동’을 지향,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독서 통해 성숙한 시민사회로 거듭나길
유럽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관광명소로 자리할 만큼 한 나라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이 상실된 지 오래였다. 때문에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있기 전, 도서관만큼은 후진국을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입시와 경쟁 위주 교육제도는 아이들에게 ‘필요’에 의한 독서를 강요해 왔다. 어릴 때부터 부모들은 올바른 독서의 방법과 태도보다 입시에 중요한 필독서를 중심으로 독서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앗아갔다. 다행히 독서의 중요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라 곳곳에서 새로운 도서관 문화와 독서 문화를 창조했다. 이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독서를 통해 보다 성숙한 시민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기관과 시민들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글/이영아 기자 사진제공/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영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