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갈수록 고독해지고 있다.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유대를 끊은 채 혼자 삶을 영위해 가는 이른바 '나홀로 족'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 5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의 자살률이 높아지거나 혼자 외롭게 죽어가는 고독사(孤獨死)가 늘어나고 '나홀로 족'에 의한 범죄가 증가하는가 하면, 대인관계를 피한 채 인터넷과 게임에 몰입한 나머지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한데서 겪게 되는 병리적 현상도 확대, 심화하고 있다. 나홀로 사는 가정의 모습을 살펴본다.

홀로 사는 사람, 그들의 모습

여성 회사원 이모(32)씨는 얼마 전 서울 서대문의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혼자 사는 이씨는 이사한 집에서 커튼과 액자를 달려다 콘크리트 벽이라 망치로 못을 박기가 어려 포기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이씨는 바로 대행업체에 전화를 했다. 잠시 후 찾아온 대행업체 직원은 천장과 벽에 못을 박아 주고 2만원을 받고 돌아갔다. 이씨는 “여자 혼자 살다 보니 힘을 쓰는 일은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 할인점인 마트.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일반 대용량을 싸게 파는 할인점으로 생각하지만 막상 이곳을 가보면 주요 코너에는 소용량 상품이 가득 차 있다. 50g짜리 후추부터 115g짜리 장조림까지 소용량 상품이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는 기존 용량의 절반으로 줄인 '실속형 대파(300g)', 회가 6~7조각 들어 있는 '1인용 생선회(40~70g)'등 1인 가정들이 손쉽게 구입 할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이곳 마트의 생선회는 성인 세 명을 정량으로  200~250g짜리만 판매했지만 이후 1인용 수요가 늘면서 1인용 생선회는 전체 생선회 매출의 10%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판매직원은 “소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1~2인 가구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나홀로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 국민이 모두 가입한 건강보험 납부자 가운데 피부양자 없이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652만명이지만 이들 중 맞벌이 부부 비율(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66.2%)을 감안하면 '나홀로 족'은 437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의료급여 대상인 저소득층 노인, 기러기 아빠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과 2006년 이후 혼자가 된 사람까지 합하면 2008년 기준으로 '나홀로 족'은 총인구(4,860만명)의 10%가 넘는 490만~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늘어나는 1인 가구

독신의 사전적 개념은, 형제자매가 없는 사람이나, 홀몸 이렇게 두 가지 뜻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독신자는 홀로 사는 사람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전체인구조사에서는 미혼인 대상자를 15세 이상인 자로서 혼인한 사실이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흔히 미혼이나 이혼, 사별, 혹은 별거 등으로 인하여 현재 결혼하지 않은 상태, 즉, 법적 배우자가 없는 경우를 미혼으로 규정하나, 일상적으로 적령기가 지나도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을 지칭한다.

과거의 독신자들은 주로 이혼이나 사별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학업, 취업 준비자나 고학력의 3,40대 전문직 종사자 등 독신을 생활의 한 스타일로 선택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8년 서울시는 한 통계에서는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가구는 365천 가구로 10년전 22만9천 가구에 비해 59.5% (13만6천 가구)증가했다고 말했다.

부부만 사는 가구의 가구주 연령을 보면 1995년에는 20대 25.9%, 30대 25.5%, 60세 이상이 29.5%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으나, 2005년에 20대는 8.7%로 줄어들고, 60세 이상 가구주는 43.1%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특히 1인 가구는 2005년 675,739 가구로 전체의 20.4%(1995년 12.9%)를 차지하며, 10년 전(1995년) 대비 76.9%(294천 가구) 증가하여 전체가구 증가율(11.6%) 보다 6배 이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부모 가운데 한명만이 자녀와 함께 사는 ‘한부모’ 가구는 1995년 241,392 가구에서 2005년 317,607 가구로 10년 동안 31.6%(7만6천 가구) 증가했는데 아빠가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2005년 6만3천 가구로 10년 동안 41.2%(1만9천 가구) 증가했고, 엄마 혼자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25만4천 가구로 같은 기간 29.4%(5만8천 가구) 증가했다. 한 부모 가구비율은 1995년 8.1%에서 2005년 9.6%로 증가되었다.

이외에도 평균혼인연령 및 출산연령이 높아지고 직업 등의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분산가족 등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김중섭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는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가족해체 현상과 취업ㆍ교육경쟁의 격화, 개인주의 확산 등이 맞물리면서 '나홀로 족'이 크게 늘었다"며 "전통사회에서는 금기시 되던 독신과 이혼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 분위기도 한 요인"이라고 그 이유를 설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홀로 족'의 증가는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바꿔 놓는 반면 '독거노인방치' 청,장년층 일부등의 '나홀로 족'의 범죄, 경제 사정 때문에 맞벌이에 나서야 하는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아동'들이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반면 '나홀로 족'의 증가는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양산하고 있다. 주택 시장에서는 1인 거주자를 위한 1인용 오피스텔, 원룸형 아파트ㆍ빌라 건설이 늘어나고 있다.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해 '1인 식탁'을 갖춘 식당들이 늘어나고, '셀프 빨래방'등 '나홀로 족'의 생활편의를 돕는 업종들도 증가 추세다.

24시간 편의점들은 '나홀로 족'이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를 적극 개발해 내놓고 있으며, 대형 할인점들은 1~2인용 소용량 상품만 모아 파는 '미니미니존'을 개설해 '나홀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화려한 싱글

독신 선택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신은 크게 두 가지 측면 즉, 사회구조적 측면과 가치관 및 인식 측면에서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구조적 변화는 가족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의 경제생활의 변화,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사회참여 증가, 독신생활에 편리한 주변환경 조성을 들 수 있다.

가족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의 경제생활의 변화는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변화시킴으로서 공동체적 유대관계를 약화시키며, 때로는 가족 공동체가 개인의 자유와 기회를 억압하는 장애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증가시키고 독신생활의 기본 요소가 되는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함으로서, 많은 여성으로 하여금 결혼이 아닌 독신의 삶도 하나의 삶의 선택 대안이 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물리적인 측면에서 독신자 전용 주거공간, 일상생활에 편리한 가전제품의 개발, 다양한 인스턴트 식품 및 외식산업, 그밖에 가사노동을 편리하게 대행하는 빨래방, 청소대행 등의 각종 서비스가 늘어나는 등 혼자 살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주변 생활환경이 조성이 크게 작용했다.

가치관 및 인식의 변화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가부장적 가족주의에 대한 반발과 개인 중심적 가치관의 우세, 자아의식 확대, 독신의 삶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결혼 가치관의 변화는 결혼의 당위성을 퇴색시키며 결과적으로 결혼 혹은 독신의 선택 가능성을 제시하게 됐다.

독신자 인터넷사이트 솔로베이(solobay.com)가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는 이유가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조사됐다.

또한 여성을 위한 마이클럽이 최근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인생의 완성을 위해 결혼은 꼭 제때에 해야한다’는 응답은 17.2%에 불과한 반면 ‘인연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굳이 결혼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86.8%였다.

여기에 개인 중심적인 가치관이 유교적 가족주의를 압도하면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개인적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고단한 생활의 나홀로 가정

하지만 이들이 말한 것처럼 1인가구의 삶이 실제로도 그럴까. 

인천에 살던 최서주(27.회사원)씨는 직장을 서울 서대문구 쪽으로 옮기게 되자 집을 옮겼다. 이씨는 “직장도 그렇고 활동하는 범위가 서울이다 보니 인천은 너무 멀어 집에서 나왔다”며 “혼자 사는 게 두렵기는 했지만 자립도 해야 하고 시간도 아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30대인 심철호(가명 33, 노동자)씨는 “사귀는 사람이 있든 없든 나이가 있으니 결혼을 하고 싶지만,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씨는 “비정규직으로는 1년 일해서 800만원 모으기도 어렵다”며 “전셋집 하나 마련할 돈도 모으기 힘들지만, 최소한의 생활을 하려면 잔업과 특근도 해야 하니 상대를 만날 시간적 여유를 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외부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경제적 약자들이 대부분이다.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인 가구 가운데 여성이 175만3천가구(55.3%)로 남성보다 많았고, 연령대로는 60살 이상이 97만8천가구(30.8%)로 가장 많았다.

또 2007년 통계청 가구조사를 보면,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3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328만원)에 견줘 40% 수준에 불과했다. 1인 가구 가운데서도 여성이나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비정규직 젊은이들의 소득은 이보다 더 낮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교수는 “이른바 ‘화려한 싱글’은 일부 고학력 전문직 여성의 경우인데, 이런 용어 자체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포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1인 가구 실태를 조사한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연구실장도 “미혼 1인 가구는 자신이 선택한 ‘화려한 싱글’이 아니라 대부분 자신이 원치 않는데도 비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타인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들에게 왜 짝을 못 찾았는지 질문해 보면 대부분 ‘여유가 없다’고 대답한다”며 “가족중심적인 네트워크에 의존해 사는 이들이 중장년층이 되어 형제도 모두 출가하고 부모도 세상을 떠나면 사회적인 대책밖에는 기댈 곳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40대 이상의 1인 가구에 대해 김 실장은 “평균 연령이 높은 사별자 집단의 경우 ‘평생 혼자 살겠다’는 응답이 46.7%에 이르고, 나이가 많고 경제적 여건이 나쁠수록 혼인 시장에 다시 들어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비자발적 독신, 기러기아빠, 독거노인

반면 우리사회의 독신자 중 어쩔 수 없이 혼자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기러기아빠와 독거노인이다.

지난 2008년 서울에서 아이스크림 냉동고를 수리하며 세 아들의 유학비를 마련해온 40대 '기러기 아빠'가 냉동고 가스폭발 사고로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냉동기기 수리 일을 하면서 번 돈을 정기적으로 가족들에게 부치고 자신은 돈을 아끼려고 고시원과 여관 등을 전전하며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더했다.

두 자녀와 아내를 영국으로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최모(49)씨는 “자신이 번 돈을 거의 모두 보내고 자신은 월 80만원 정도만 들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재산을 가족들에게 투자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의 노후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를 못하고 있다. 은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환율폭등, 경기침체로 기러기 아빠들의 고통지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쓸쓸한 이들이 안주 할 곳은 그리 많지가 않다.

한편 가족이 없이 쓸쓸한 지내는 독거노인들도 되짚어볼 문제다. “겨울이 되니까 창문 틈으로 찬 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하지만 혼자 사는 데 뭐 있나, 이 늙은이가 얼마나 산다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1평 남짓한 쪽방에서 사는 강모(87) 할머니는 실내에서도 옷을 세 겹이나 껴입었다.

매달 전기세 1만원, 약값 3만원에다 내년 전세 80만원까지 부담하려면 별다른 난방장치 없이 전기장판으로 추위를 견디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령화 추세 속에 홀로 사는 노인의 수가 늘고 있지만 주거환경은 갈수록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독거노인문제는 빈곤, 질병, 역할상실, 고독으로 집약되며 특히 고독은 홀몸노인들이 질병보다 더 무서워하는 대상이다.

실제로 서울시내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네 가구 중 한 가구(27.8%)는 홀로 사는 노인 가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저소득 가구의 가구원은 평균 2.1명으로, 1인 독신가구(36.1%)가  가장 많았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가 홀로 사는 가구가 전체 1인 가구 중 77%(278가구)나 됐으며 이 중 226가구(81.3%)는 여성 노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몇 개월이 지났다는 홀몸노인의 외로운 죽음과 생활고와 건강을 비관한 자살 등은 모두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속에 발생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제 더 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녀수가 줄고 부양하는 인구가 적어지는 가운데 1인 노인 가구가 느는 것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돌봄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인층의 자살률이 최근 10년 사이에 두 배나 증가하고, 가족의 위로를 받지 못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 노인' 역시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해 시급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가족구조의 변하는 핵가족에서 무자녀 부부, 1인 가정, 편부모와 자녀가정 조부모와 손자녀 가정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개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가정보다는 나의 삶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결혼보다 개인의 행복에 인생의 목표를 두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생활양식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개인주의적 성향 속에 일부 1인 독신자 층의 부유하고 풍족한 삶이, 정작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부분 1인 가구층의 모습을 왜곡해 정확히 현실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한 실정이다.

                                                                                                        글/이정직 기자

이정직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