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 용산에서 철거민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 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한 끔직한 참사가 벌어졌다. 이번 참사는 그동안 수면 밑으로 잠재되었던 도시재개발의 어두운 측면과 철거민들의 분노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번 참사를 통해 그동안 불투명하게 진행 되었던 재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용산참사를 계기로 도시재개발속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철거민들의 애환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시재개발

지난 1월20일, 용산참사. 철거민들이 경찰과 맞서 싸우다 화재로 인해, 철거주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는 등 총 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한 끔직한 참사가 일어났다. 한편으로는 용산참사를 계기로 그동안 여러 문제가 제기된 도시재개발사업에 대해 다시한번 되묻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용산참사의 원인은 철거민과 조합간의 상가 임차인 보상부분의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재개발 사업은 엄청난 규모의 이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조합 결성부터 시행사 선정, 보상 및 분양, 공사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단계마다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이 컸다. 그 희생양으로 현거주민들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거리로 내몰리는 처지에 이르렀다.
더 상세히 살펴보면 조합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공특법)의 시행령에 따라 휴업보상금 3개월치와 주거이전비(집세) 4개월치를 세입자들에게 지급하려고 했지만 세입자들은 조합과 감정평가사 등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가구별 보상 기준이 턱없이 낮게 책정됐다며 갈등이 불거졌다.
또 재개발지역에서 상가를 형성하는 상인들에게는 권리금보상문제도 첨해한 대립상황이었다.
현행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은 보상에 관한 부분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중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 규정에 따라 재개발조합 측은 상가 세입자들에게 3개월분의 휴업보상금을 지급하며 철거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상가 임차인들은 조합측이 법정 보상금으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며 임시매장, 대체상가 및 권리금손실액보전 등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게 됐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권리금, 시설투입비 등에 대한 현실적 보상이었다.
권리금이란 용익권(用益權)·임차권(賃借權) 등의 권리를 양도하는 대가로 주고받는 금전으로써, 통상적으로 기존의 영업상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의 대가로 관행적으로 상가 매매 및 임대차시 인정된다.
현행법상 상가 권리금에 관한 법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번 용산 참사의 원인이 된 보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토지보상법 또한 영업권의 성격을 띤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개발 계획 확정 전 상가 임차시 상당한 금액을 권리금으로 지급했던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그 금액이 보상되지 않으면 대체 상가 임차를 위한 권리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하는 까닭에 토지보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영업장소를 이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또한 임대차 계약시 특약사항으로 권리금 반환 약정을 명기한 경우 반환청구가 가능하지만 이러한 약정을 해주는 임대인은 없는 것이 현실이고, 권리금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임대인이 스스로 권리금을 반환해 줄 리 만무하므로 임대인을 통한 권리금의 회수도 불가능하다.
주택 임차인과 달리 입주권 등의 이주대책에도 해당되지 않는 상가 임차인의 입장에서 달리 권리금을 보전 받을 방법도 없이, 법정 보상금만을 받고 생계의 터전을 버려야 하는 상황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전국 뉴타운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대표연합(비대위 연합) 관계자는 "조합이 개발이익을 남기기 위해 세입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은 것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며 "대책위에 가입한 140개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사업지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달동네’ 사람들 빼앗기는 삶의 터전

한편 도심 재개발사업은 속칭 ‘달동네’ 사람들의 삶의 터전 또한 빼앗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2동에 북악산 서울성곽에 위치한 달동네. 좁은 골목을 끼고 다닥다닥 붙은 다가구 주택은 성곽 쪽으로 갈수록 더 허름하다.
달동네 맞은편은 성북동 고급 주택단지가 있다. 서로를 마주보고는 있지만 생활의 차이와 삶의 질에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그 동네의 집값 또한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녹지가 많고 조용하며 공기 맑은 것은 그쪽이나 이쪽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곳 산동네에서 살고 있는 이경자(70·여)할머니는 나이 탓에 거동이 어려워 혼자 음식을 차려 먹기도 힘들다. 이곳 주민들은 할머니의 탁한 사정에 틈틈이 반찬 따위를 가져오는 등 정을 쌓아 가며 훈훈한 인심을 전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훈훈한 인심이 도시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성북2동은 ‘성북2구역’이란 이름으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녹지가 많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004년 9월 재개발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이 났다.
이곳에 살고 있는 김모(66)씨는 “주민들이 다 가난해서 재개발되면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떠나기 싫지만 다들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재개발 이후 지워질 아파트에 분양 우선권을 받고 싶어도 자격이 안돼 그림의 떡인 사람들도 있다. 이곳에서 2개월 정도 살았다는 신모(55)씨는 거주기간이 모자라 입주는 커녕 이주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후 한숨부터 나오게 됐다. 그는 “아파트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이를 악물고 공장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살 곳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북구 ‘종암5구역’ 재개발 지구 역시 이사할 곳을 찾지 못한 3가구가 있다. 이곳에서 거주하는 김모(56)씨는 “뉴타운이니 재개발이니 뭐니 해서 집 없는 철거민들은 갈 곳조차 없다. 재개발을 안 하는 곳이 없고, 재개발을 안 하는 곳은 집값도 부르는 게 값이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철거민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30여년 동안 해 온 택시운전도 접은 한모(56)씨는 “최소한 사람이 살 곳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거주기간이 모자라거나, 빚 독촉 등을 피하려 다른 곳으로 주소지를 옮겨놓은 이들로 이주 보상을 받지 못한다.
현재 서울 성북구에서 추진했거나 추진되고 있는 주택 재개발은 모두 74건으로, 서울시 전체 423건의 17%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모두 ‘철거’를 전제로 한 전면 재개발 방식이어서 높은 분양가를 부담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재정착하기 어렵다. 공공임대아파트 공급 물량도 7151호로, 전체 재개발 구역의 세입자수 2만5457명의 28%에 지나지 않는다.
성북주거복지센터 등 성북구의 6개 지역사회단체는  ‘성북구 개발지역 생태적 맵핑’ 자료를 통해 “노후 주택을 개·보수하거나 도로 등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지역 사정에 맞게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데, 대부분 철거를 통한 전면 재개발을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서로를 의지하던 공동체도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절기 철거는 왜 하는가

또 하나는 문제는 추운겨울 철거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앞서 고건 전 총리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이던 1990년 “적어도 겨울에 집을 부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동계 철거 금지를 지시했었다.
한동안 관례처럼 지켜오던 이 규칙은 2003년 서울 동작구 상도 2동 재개발지역에서 강제 철거가 이뤄지며 깨졌다.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응암9구역 재개발지역에서는 미 이주 세입자들을 상대로 강제 철거가 이뤄지는 등 도심재개발은 계속 이어오고 있다.
철거민연합 단체들은 “사실상 관계기관들의 묵인하에 겨울철 강제 철거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응암9구역은 응암동 663번지 일대 5만4261.7㎡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립하는 지역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착공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세입자들에게 강제 철거 통보서를 보내고 전격적으로 철거를 시작했다.
응암9구역 이주대책위 관계자는 “겨울철 강제 철거가 금지된 줄로 알아 해가 바뀔 때까지 철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제철거 통보서를 보낸 지 9일 만에 갑자기 철거가 들어와 세입자들이 졸지에 길거리에 나앉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해 11월26일 겨울철에는 뉴타운 등 서울지역의 주택 재개발이나 도시환경정비 사업 대상지에서 세입자들이 살고 있는 건물의 강제 철거를 금지하는 내용의 ‘세입자 종합보호대책’을 발표했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조합은 겨울철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원칙적으로 철거할 수 없다. 그러나 서울시의 대책은 이를 어겨도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성동구 재개발구역에서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이 철거됐지만 서울시는 “법원으로부터 명도소송을 통해 허가를 받은 상황이라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한다”고 밝혔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대도시에서 이뤄지는 재개발속에서 이런 동절기 철거는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흑석철거대책위 정삼례 위원장(53·여)은 “전국에서 지금도 겨울철 강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내 지난 1월에는 경기 광명시 광명6동 이주대책회원들이 “이주대책 없는 강제 철거에 동의할 수 없다”며 광명시청 시장실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광명6동 이주대책위 관계자는 “한겨울에도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수시로 찾아와 세입자들과 충돌을 빚어왔다”고 밝히며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도시재개발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한편 우리나라의 도시재개발역사는 1960년대 이후라 할 수 있다. 인구의 자연증가 및 핵가족화에 따라 가구수가 급증하였고,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경제개발의 추진에 의한 도시화의 진행으로 도시인구의 과밀화가 초래됐다.
이로 인해 도시지역의 주택난이 심화되었으며, 도시지역의 집중적인 경제성장은 왜곡된 도시구조를 형성하는 한편, 도시로 밀려든 도시빈민에 의해 형성된 무허가 정착지가 양산됐다.
이에 정부가 도시구조를 정비하여 불량주거지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빈민의 안정된 삶을 도모하기 위해서 1965년 도시재개발법 시행령 이후 추진하게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대다수의 재개발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는 합동개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주택 재개발 사업 423건 가운데 354건이 합동개발 방식이다.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해 시공사와 함께 재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인 합동개발은 더 큰 수익성을 내기 위해 ‘기존 주택의 전면 철거 뒤 고층아파트 건축’이라는 천편일률적 개발 방식을 택하게 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소의 박은철 연구위원은 “영국에서는 지역 주민의 일자리나 경제적인 문제, 이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화할지 등을 고려해 재개발 계획을 짠다”며 “공공부문의 개입이 적은 우리나라는 낡은 주택만 다시 지으면 된다는 식으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소의 장영희 박사는 “공공부문이 철거민 주택 상담, 재개발 정보 전달 등을 맡는 등 재개발 사업을 전체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부문이 개발 사업의 속도와 이주대책 등을 관장하는 ‘순환식 재개발’을 대안”이라 제시했다.
순환식 재개발은 구역을 잘게 나눠 순차적으로 개발을 진행하면서, 그 동안 주민들을 임대아파트에 이주시켰다가 개발이 끝나면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방식다.
한국도시연구소의 홍인옥 박사도 “재개발 사업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주민 의견이 개진되고 반영될 수 있게 법적으로 주민참여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백준 명지대 교수는 “공공임대아파트 건축을 재개발조합의 자율에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기반시설의 한 항목으로 추가해 공공적인 성격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남철관 사무국장은 “최근 세입자 대책으로 이주대책비와 임대아파트를 모두 제공하도록 법이 바뀌어 고무적”이라면서도 “정작 주민들이 이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실제로 입주할 수 있도록 임대아파트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재건축, 재개발 등이 예정된 지역, 신축 가능성이 높은 상가 등은 권리금의 회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상가임대차보호법상의 5년간의 임차권 보장 규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임차인들의 주의가 요망된다.”며, “해당 지역 도시계획 확인 등을 통해 대규모 개발 계획 등을 사전에 조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이번 용산참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비현실적인 영업 손실 보상 규정에 있다.”며, “재개발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임차인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법적 보상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재개발 제도 개선안 발표

한편 정부는 용산 참사를 계기로 지난 2월 10일 새로운 재개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세입자에게 재정착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는 재개발 상가는 기존 세입자에게 우선 분양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상가 세입자에게 휴업보상비 지급 기준을 종전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리는 등 세입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시·군·구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관련 분야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해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또한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선정한 기관이 재개발 조합의 회계감사 을 업무를 수행, 재개발 대상의 가치에 대한 감정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외 지금까지 재개발 지역의 건물주는 자기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에 대해 아무런 보상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조합이 전부 부담해왔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세입자 이주비 등 대책 비용을 건물 주인도 일부 부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글/이정직 기자

이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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