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종합사회복지관 신용규 관장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평가는 공공서비스로서 운영 효율성, 책임성, 투명성 등의 확보와 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 선진 복지서비스의 저변 확대라는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회복지 영역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 영역의 평가제도는 그 중요성만큼 제도적, 행정적, 인식수준, 평가에 대한 인프라 구축 등이 미흡한 상태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회복지시설 평가가 이제 1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왔기 때문에 목적과 의의, 기본원칙에 대하여는 대부분의 사회복지계가 암묵적 합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차원에서 평가의 본질을 투사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회복지 시설이 공감하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시설은 재정적 빈곤성을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실 운영비 60%미만의 지원체계에서 서비스의 질과 사업의 전문성 및 효과성, 공공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한 평가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의 운영 효율성, 투명성 등에 대한 평가는 가능하겠지만, 단순논리로 볼 때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의 위기에서 평가는 본래적 의도가 왜곡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스포츠 경기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지 않고 경기력을 평가하는 것과 같은 측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평가의 의미를 말할 수 있으나 현장의 정서는 아직도 평가와 아울러 충분한 양분의 공급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정서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재정구조의 열악성은 사회복지 서비스의 전문화와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져야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사회복지사와 동질의 공공성을 요구하고 있는 전문의, 교사 등을 예로 보면, 전문의의 의료서비스, 혹은 교사의 교육서비스에 대하여 전문성 운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처우나 고용의 안정성 등을 감안하여 볼 때 의료인이나 교사의 전문적 심도가 높다는 사회적 해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정부의 충분한 재정지원 후, 진정한 의미의 서비스평가로 강력한 환류(feedback)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이와 관련 몇 가지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가의 서열화 지양이다. 물론 평가를 통하여 시설의 운영체계정비, 서비스의 내용 및 수준 표준화, 서비스의 매뉴얼 및 기록체계 정비, 타시설과의 벤치마킹 효과, 평가 결과에 따른 인력의 Empowerment 등 경쟁 지향으로 인한 소규의 성과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서열화로 인하여 시설간의 반목과 네트워킹의 제한, 지나친 경쟁심리 등이 역작용으로 유발 되었다는 점을 간과 할 수 없다. 이는 불안정한 평가제도에 기인한 것으로서 평가 초기의 긴장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고 향후에는 평가 무감론(無感論)까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수험생이 학업의 제반 현실과의 괴리로 문제의 난이도나 중요도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시험결과에 관심이 없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평가제도는 충분한 현장과의 절차적 민주성이 확보된 가운데 합의의 과정이 있을 때에 그 효과성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평가관련 전문인력의 인력풀(pool)이 부실 상황도 문제로 지적 할 수 있다. 현재 학자(교수)중심의 인력구조를 현장성이 풍부한 인력으로 보강하여 상시 가동 인력풀을 구성해야 한다. 이는 현장성이 부족한 일부 전문가로 인하여 평가 시 파생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며, 나아가 평가일정에 따라 급조되는 평가팀을 지양하고 최소 평가일정 1년 이전부터 평가팀을 구성하여 현장감을 익히고 다양한 정보와 연구가 병행되어야 하며, 이들에 대한 보상체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통하여 자긍감과 권위, 책임감을 부여하여야할 것이다.
 
셋째, 결과의 활용에 관하여는 ‘정부 보조금의 차등지원’, ‘인센티브 예산 지원’, ‘공동모금회 배분자료로 활용’, ‘부설기관 선정시 자료로 활용’, ‘지자체의 예산 차등지원’, ‘종사자 포상 인센티브 지원’ 등 다각적인 방법이 있으나, 정부 보조금 예산차등지원, 공동모금회 배분 자료, 부설기관의 선정, 지자체 예산지원 등은 사실 서비스의 대상자인 클라이언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시설의 미흡함이 클라이언트의 선택권이 배재된 상황에서 클라이언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시설이 지역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평가의 결과가 미흡한 시설에게 지지와 격려의 의미로 예산지원을 더 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이라는 논리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가결과가 미흡한 기관에 대한 관리 방안에서 최근 서울시의 경우 보조금 인상 제한을 명시하여 시행하였는데, 이제는 좀 더 건설적인 의미의 포지티브 전략을 적용하여 평가결과 미흡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정기간 ‘교육 훈련 이수 의무화’를 통한 해당 시설의 종사자 차원의 교육과 아울러 시설장 및 운영체(법인)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관리의 방안을 연구하여 실행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설의 평가가 단순한 실무자 차원에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시설장 및 운영체 측에 제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넷째, 독립평가기구 설치가 필요하다. 이는 평가 주체가 당연히 정부이여야 하되, 정부는 공정한 평가와 아울러 평가기관(시행기관)에 대한 평가’ 방안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분야 평가 시스템은 평가자만 존재하고 ‘평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단발성 논의만 난무 할뿐 진정한 의미의 평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평가기관에 대한 평가방법으로 독립평가기구 설치 시 평가기구가 별도 법인 형태가 아닌 국가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산하에 포함되어야 하며, 이 경우 국가적 권위의 상징성을 포괄하는 기구에서(감사원 등) 정기적인 점검과 감사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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