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왜 이렇게  안 들어와?”
1년 365일 부지런한 하늘바라기, 기상예보사

날씨와 생활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러나 정작 바쁜 일상에 치여 제대로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한 게 현실. 그런 우리를 대신해 누구보다 하늘을 가까이하고 바라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바람과 구름을 좇아 흐름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날씨를 읽어내는데 골몰하는 기상사무관들이다. 기상청에 근무하고 있는 기상사무관 박경희(43)씨를 만났다.

비오는 날의 만남
인터뷰가 예정된 어느 월요일 오전, 창밖에는 비가 내렸다. 기상청을 찾아가는 길 내내 질척거리는 바지자락처럼 성가심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내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보라매공원 근처의 희미한 안개, 촉촉한 물기에 젖어드는 짙은 녹색 나무들을 바라보니 제법 운치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을 달리 하니, 세상사 흐린 날보다는 맑은 날들이 그래도 많지 않은가 생각하며 이런 풍경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상청에 들어서는 순간, 창밖의 고요한 풍경과는 또 다른 부지런한 기류가 느껴졌다. 뉴스에서나 보던 위성레이더 영상 자료와 관측사진 등이 움직이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서 제복을 갖춰 입은 부드러운 인상의 박경희 기상사무관을 만났다.
“기상사무관은 6명으로 구성된 5개조가 교대근무를 하며 365일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 8시에 근무를 교대해 11시 예보를 준비하고, 또 12시에는 전 세계의 기상관측사들이 일제히 관측을 하는 시간입니다. 점심시간이라고 해서 느긋한 여유는 없어요.”
그가 기상사무관의 일과를 먼저 들려주기 시작했다.
“일기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관측한 자료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 국가, 더 넓게는 전 세계의 관측 자료가 필요해요. 표준시간 00UTC와 12UTC,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오전 9시와 21시, 하루에 두 차례 전 세계 관측사들이 일제히 기상을 관측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지요. 각 나라의 기온과 강수량, 기압 등의 여러 기상요소들을 연결된 통신망을 통해 받고 나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어요. 전 지구의 대기흐름을 분석하고 관측 자료를 통해 모델을 돌리고, 라디오존데라고 불리는 풍선도 띄워 일기도를 그리고 수치예보모델 자료를 적용해 기상을 예보하는 것입니다.”
비전공자가 듣기에도 꽤 복잡하고 오랜 시간, 많은 정보들을 가공해서 하나의 일기 예보가 이루어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보통 아침 뉴스나 저녁 뉴스를 통해 전달받는 짧은 날씨정보가 실상 이렇게 시간을 불문하고 하늘의 움직임을 좇아 이루어진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기본적인 업무는 보통 세 시간마다 변화 경향을 살피고 파동을 분석합니다. 동네예보는 48시간, 주간예보는 10일까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혹은 월요일 오전이나 토요일 오후에나 하늘의 흐름을 좇아 실시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날씨 오보에 관한 오해
그런데 날씨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기도 하고 또 과학이기도 하다. 애매하다. 이에 박경희 기상사무관은 이렇게 말한다.
“자연이란 위대한 것이지요. 끊임없이 변화하기도 하고요. 따라서 기상사무관들은 본인이  게을리 하면 이러한 자연의 흐름을 읽고 쫓아갈 수 없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미래발전적인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도 조금은 가지고 있고요.”
그는 수집된 세계 여러 나라의 관측 자료들을 실시간예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시 가공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안팎으로 논란이 많던 슈퍼컴퓨터가 활용된다.
“현재의 일기분석도와 물리법칙에 의한 수치방정식을 푸는데 슈퍼컴퓨터의 역할이 있습니다. 모델자료가 나오면 예상일기도를 만들고 여러 예측자료, 위성 및 레이더 영상자료, 그리고 쌓아온 경험과 여러 가지 과학적인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을 하게 되죠. 이러한 사항을 다시 함께 토의한 다음에 최종적인 일기예보가 탄생하는 것인데요. 슈퍼컴퓨터를 통해 빠른 일처리가 가능해졌어요. 십여 년 전만 해도 오후 6시가 되어야 모델자료가 나왔지만 이제는 시간을 단축해 17시에 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거든요.”
이어서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컴퓨터를 기상청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빠르고 정확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줄 것과 곧 충북 오창에서도 슈퍼컴퓨터가 생기면 보다 정확한 정보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 기상청은 잘못된 정보 때문에 곤혹을 치룬 적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기상청은 동남아와 몽골 등지에서 연수를 올 만큼 일정한 수준에 올라있어요. 하지만 기상청에 대한 인식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아 속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 이 저희의  모토랍니다.”
서글서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박경희 기상사무관은 아예 달라진 동네예보체제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털어놓는다.
“저희가 작년부터는 정보서비스를 동네예보체제로 전환하였는데요. 예전에는 기상청 본청에서 객관적 자료와 예보문을 산출하여 강원 대전 광주 부산 제주의 지방청과 토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세세한 서비스까지를 제공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동네예보체제로 본청에서 큰 틀을 제공하고 46개의 각 지역 내 설명을 반영, 읍면동 단위로 자세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했거든요. 이것으로 시민들에게 더욱 친절하고 자세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동네예보체제는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객관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과거 169개 시·군 단위의 광역예보와는 달리 전국 3584개 읍·면·동별로 상세한 지역날씨를 알려주는 친절한 일기예보다. 기온, 바람, 강수 등 12가지 기상요소를 앞으로 48시간까지 3시간마다 상세하고 빠르게 제공해 날씨의 지역, 시간별 차이로 인한 불편을 최대한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역의 날씨는 누가 더 잘 알까요? 바로 그 지역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지역의 사람이지요. 동네예보체제는 이러한 사람들의 경험 또한 반영해 보다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함입니다.”라고 말하는 그. 날씨에 대한 한 치의 오보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단단한 결의가 느껴졌다. 

재해 예방을 위해 더 신중히
기상사무관들의 하늘바라기는 생각만큼 낭만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내일은 맑음, 이라는 긍정적인 정보 제공에 앞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해예방에 늘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오히려 일 년 내내 일상을 여름철 호우와 태풍 시즌에 대비하여 준비하는 과정으로, 도전과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기상예보에서 기온은 잘 맞아요. 해가 관여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습도는 수증기가 관여하는 것으로 변수가 커요. 우리나라에는 서해종합해양기지가 있긴 하지만 해상데이터가 빈약한 편이라 어려움이 많습니다. 호남의 경우 기상 예보가 정확하게 제공되지만 서울과 경기의 경우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구름을 예측하기란 불확실할 때가 많죠. 며칠 전의 예측으로는 구름이 어디서 언제 촉발할지, 혹은 움직일지 서있을지, 움직인다면 어디로 흘러갈지에 대한 다양한 변수가 있거든요. 한번은 불과 두 시간 만에 고양의 지하철역이 잠기기도 할 만큼 큰 규모의 구름이 발생해 곤혹스럽기도 했어요.”
그의 말처럼 다양한 자료를 통해 예상 시나리오를 작성한다고 해도 이처럼 이변이 생긴다면 꼼짝할 수 없는 법. 따라서 그는 도면을 그리고 분석하면서 가장 민감하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문턱값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대기의 흐름이나 기류를 어디까지 규정할지 하는 것에 늘 결단이 따른다. 이러한 문턱값의 오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나, 또한 바로 이렇게 코앞에 있는 부분이 제일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라며 잦은 관측과 레이더를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그가 긍정적으로 말했다.
“전 세계의 기상그래프는 바둑판같아서 일정 부분의 잘못된 독립적 계산에 따라 일부에서는 폭발적이고 평상치 않은 현상을 야기합니다. 따라서 나비효과는 실제로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지요. 기상사무관들은 그래서 늘 스스로 엄밀한 잣대를 들이밀고 갭을 줄이고자 노력합다. 지금은 이러한 노력이 극복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완성된 성과목표를 향해 다가가겠습니다.”
이어서 박경희 기상예보관은 기후변화와 가뭄에 대한 걱정을 토로해 우리 삶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Do your best!
박경희 기상예보관은 벌써 경력 15년차의 하늘지기이다. 대학교의 물리 과정 중에 환경과 대기 과학으로 나뉘어져 그 특이성에 대기 과학을 전공하게 되었다는 그. 당시만 해도 대기과학에 대해서 생소했던 그였지만 그는 대기과학과의 첫 학번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기상청에 입사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습도가 적고 구름이 종종종 흘러가는 날씨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박경희 기상예보관의 삶도 그렇게 유유히 흘러온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치열함을 발견했다.
“여가시간에는 학계와 연구소 등을 찾아가 초단계 예보를 위한 객관적 인프라 개발과 적응, 학습 등을 위한 노력을 하려고 해요. 또 탁구와 같은 운동을 즐기기도 하는데, 일정하지 않은 근무 시간과 업무에 집중하는데 필요한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최선을 다하자! 두 유어 베스트’가 생활신조가 되어버린 그는 오히려 다른 직원들을 칭찬하기 시작한다. “저 뿐만 아니라 기상사무관들이 휴일에도 출근해 모니터를 하거든요. 월드베스트365라구요. 3대 발전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6위 기상기술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5개 전략을 설정하여 추진한다는 회사의 비전을 가지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365일 노력하자! 라고 해석하기도 하거든요.”
개인 뒤의 날씨가 더욱 화창한 것처럼 박경희 기상사무관의 부드러운 인상 또한 이러한 치열함을 통해 얻어낸 것이 아니었을까.
1남1녀를 둔 가장으로서 그는 업무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토로하면서 “가족들 또한 남들보다는 날씨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기상 오보가 나가면 가족들이 먼저 신경을 쓰고요. 그런 게 힘이 많이 되고 또 걱정도 되고요. 특히 비가 올 것 같으면 꼭 우산부터 챙겨주게 된다.”며 가족에 대해 언급했다. 이렇게 곁에서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면 하늘은 그에게 어떤 존재일까.
 “하늘은 어릴 적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반갑고 편안하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원수 같기도 하고, 버릴 수도 없고요.”
그의 일상은 이렇게 친구의 안부를 묻는 것처럼 하늘의 안부를 살피는 일인가 보다. 출근 후에도 어제의 날씨는 어떠했나. 예보한 날씨와는 어떻게 달랐나, 어떻게 잘 맞았나 꼼꼼히 체크하는 것은 물론, 자주 하늘을 쳐다보며 “구름이 왜 이렇게 안 들어와.”라고 말하거나 자고 일어나서는 바닥에 떨어진 비의 흔적은 없는지 찾아보게 된다고.
이러한 하늘 사랑을 통해 그가 바라는 것은 다름아닌 국민들의 만족이다.
“국민들이 우리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그래서 하늘바라기가 신명나는 일이 되었으면, 더 나아가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기술을 인정받았으면 하는 것뿐이에요.”라고 말하는 그의 소박한 바람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글·사진/김미선 기자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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