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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엇이 문제인가
김미선 기자 | 승인 2009.06.25 10:02

 노인, 무엇이 문제인가

본지는 그간 우리 사회에 소외된 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의 편에 서려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의 이슈들을 좇아,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하는데 급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마치 필드를 떠나 현장 감각을 잃어버린 선수가 느낄 만한 불안감을 야기했다. 단지 노인이 아닌 우리들의 어버이, 그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편집부는 무작정 찾아간 종로의 파고다 공원과 종묘 등지에서 말벗이 그리운 노인들, 현실적으로 경제적 빈곤에 힘들어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편집자 주

story #1

“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하지만 늙은 노인네를 누가 써주나…”

노인들의 취업제한, 단지 나이 탓인가
용산에 살고 있는 김철수(가명·75세) 씨는 본지가 만난 다른 이와의 인터뷰 중 흥미로운 듯 주변을 맴돌더니,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할 말이 많은지, 좀처럼 멈추지 않던 그의 이야기에는 ‘노인’이라는 호칭에서 오는 사회적 박탈감이 묻어났다.

프로필 >>>
거주지 서울 용산동 배우자 여부 있음 자식 동거 여부 없음 특이사항 건강상 금주 일상 바쁘게 지낸다. 가까운 복지관을 찾아가 재즈댄스와 웰빙 요가 등 관심 있는 분야의 프로그램을 찾아 듣는다. 오후에는 종묘나 공원 등으로 나와 친구들을 만나고 일자리 정보도 나눈다. 한 달 에 두 번 정도는 산악회 모임을 통해 등산도 한다. 경제 집을 소유하고 있다. 매달 국민연금으로 10만원 미만의 연금이 나오고 있으나,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올 1월부터 교통비 지원은 끊긴 상태다. 고민 일이 하고 싶다.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지내는 만큼 아직은 경제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는데, 도무지 일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주로 경비 쪽의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채용 공고를 보면 대부분 70세 이하로 제한되어 있어 마땅히 일할 곳이 없다. 현재 연금 복수 혜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연금만으로 지내기에는 부족하다.


story #2

“나이 일흔에 월세방 신세. 배우자는 아파 몸져 누워있어”

단기적 일자리, 고용보다 수요가 더 많아
인터뷰를 위해 벤치에 앉아 주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신애(가명·70세)씨의 곁으로 다가갔다. 여성들은 인터뷰 제의 시 황급히 자리를 피하거나, 질의를 무시하는 등 인터뷰를 피하는 일이 다수였으나 김씨는 환한 미소로 본지와의 인터뷰를 즐겁게 받아주었다. 하지만 그는 일흔이라는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놓여있었다.

프로필 >>>
거주지 서울 신내동 배우자 여부 있음 자식 동거 여부 없음 특이사항 장애(한쪽 눈 실명 상태) 일상 일자리를 구하러 외출하는 날이 매일이다. 3개월 씩 단기 공공근로 계약직을 하면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경제 보증금 500만원에 45만원의 월세를 내며 근근이 지내고 있다. 국민연금 8만원이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의 전부다. 자식들도 경제적으로 빠듯한 삶을 이어가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감은 실로 엄청나다. 고민 일자리를 구하러 나오면 그냥 돌아가는 일이 더 많다. 각 구청에서 2,500명씩 공공근로를 모집하지만 3개월이면 계약이 끝나는 한시적 일자리일 뿐이다. 그나마도 사람들이 많으니까 어려운 실정이다.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타 3개월 공공근로 계약직을 하면서, 세운상가 등지에서 방수 일을 했을 적에 오른쪽 눈이 실명됐다.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정부나 기관에서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story #3

“늙었다하여, 놀 줄도 모를까”

노인의 놀이문화, 그 한계에 봉착하다
벤치에 앉아 인터뷰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던 본지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온 이종명(가명·71세)씨. 그는 일흔 하나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무려 5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진을 벗 삼아,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도대체 무슨 고민이 있던 것일까.

프로필 >>>
거주지 서울 동작구 배우자 여부 있음 자식 동거 여부 없음 특이사항 취미생활 사진5년차 일상 최근 5~6년 전부터는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고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을 어떻게 재밌게,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을까가 주된 관심사다. 공원에 나와 우두커니 앉아 있다 돌아가기도 한다. 얼마 전에 신장을 하나 적출하는 등 건강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경제 경제적으로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 장남과 3녀를 두었는데 자식들이 챙겨주는 용돈도 적은 편이 아니다. 고민 젊은 날의 설렘이 그립다. 우리 같은 노인이 즐길 것이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떨지 모르겠지만 취미를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 5살 연하의 배우자가 있지만 얼마 전 작은 딸 출산과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가 계속 혼자 지내고 있는 상태다. 복지관처럼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모여 있는 곳은 스스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선비스타일이라 불편하다. 같이 영화를 보는 등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편안한 말벗이 생겼으면 좋겠다. 참으로 적적하다.

story #4

“집에만 있으면 눈치 보여…”

위태로운 가정경제, 흔들리는 노인의 지위
“자식이 행복하다면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 이 말을 몇 번이나 뱉어냈는지 모른다. 자식들을 그렇게 사랑하시는 당신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의사를 전달하며, 자식과의 사이에 대해 물었다. 허나, 돌아온 그의 대답은 비참했다. 그에게 집은 안식처가 되어주지 않고 있었다. 이미 자식들과의 대화는 끊인 지 오래. 김진기(가명·71세)씨는 그렇게 외로움을 털어놓을 상대 없이 혼자를 즐기고 있었다. 

프로필 >>>
거주지 경기도 구리 배우자 여부 없음 자식 동거 여부 있음 일상 늦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날씨가 좋을 때는 일주일에 서너 번 파고다공원으로 오기도 하고 안 좋은 날은 동네에 나가 있기도 한다. 복지관은 복잡해서 피하는 편. 나이가 많은 편이라 대화 상대가 잘 없다. 경제 아무래도 어렵다. IMF때 하던 일도 타격을 받아서 가정이 좋지 않게 됐다. 그러다보니 같이 사는 장남부부와 자식들에게 눈치가 보인다. 일자리도 70세 이하만 그나마 조금 있을 뿐이고…. 고민 배우자를 중풍으로 잃고 사별한지 10년째이다.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면 좀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지만, 경제력이 없으면 그조차 힘이 들기에 생각하지 않는다. 장남 내외와 함께 살지만 적적함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태다. 바쁜 아침 시간에나 만나게 되는 요즘 세태도 그렇거니와 함께 공유할 게 없어서 대화가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세대차를 여실히 느낀다. 기타 공원 근처에 무료 급식을 해주는 곳이 있다. 하지만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고, 생각으로는 아침도 굶고 나오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서 이용하지는 않는다.


story #5

“아내와의 사별이 만 3년, 끔찍한 그리움이야…”

나이 여든 셋의 남자 이야기 혹은 노인 이야기
여든을 훌쩍 넘긴 최인수(가명·83세)씨, 그에게서 힘든 속사정을 어렵사리 들을 수 있었다. 비록 가진 게 많지 않아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함께 사는 장남부부가 있다.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그들이 행복한 것이라고. 가끔 노니며 약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돈만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무에 있겠냐며 되묻는다. 그러던 그에게 배우자에 대해 물었다. 삼년이 채 되지 않은 배우자와의 이별. “죽을 정 되니까 시름시름 아프더라고. 나 혼자 두고 갔으니 원망스럽제.” 사무치는 그리움을 그는 원망처럼 토로하고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만치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동반자. 곧 죽어도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 대던 부부 사이가 그리운 게 지금이다. 자꾸만 붉어지는 눈시울에 그는 얼마간 말을 잇지 못했다. 

프로필 >>>
거주지 서울 역촌동 배우자 여부 없음 자식 동거 여부 있음 특이사항 국가유공자(6·25 참전 용사) 일상 그냥 지낸다. 장남 내외와 같이 살면서 아침저녁을 함께 하고 점심은 이렇게 공원 등지로 나와서 사먹는다. 밥하고 술만 있으면 하루하루 지내기에 무난하다. 경제 6·25 한국전쟁에 참전 용사라서 오는 혜택이 한 달에 8만원이다. 이 돈으로는 한 달 용돈도 안 되고, 자식들 또한 저 살기 바빠 큰 지원은 못 받는다. 고민 친구들도 다들 저 세상으로 가고, 아내와 사별한지 이제 만 3년이다. 오십년이 넘도록 해로한 아내가 먼저 가고 난 후, 화가 나서 다른 여자들과 일체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면서 속 썩인 일도 없는데 혼자 떠나간 아내가 그립고 원망스럽다.


story #6

“한때는, 나도 한때는…”

젊은 날의 자화상
story #5 주인공의 애절한 사연을 듣고 있자니, 점잖은 노신사가 곁에 와서 앉는다. 이주연(가명·93세)씨는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며 지난 날, 자신이 이루어놓은 일들을 자랑스레 꺼내놓았다. “말 배우다 머리가 홀랑 벗겨진 할아버지라고 소개해줘.” 젊은 날 생업으로 배운 언어가 무려 10개가 넘는다는 그에게 들은 이야기는 본지 기자들의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했다.

프로필 >>>
거주지 서울 배우자 여부 있음 자식 동거 여부 있음 특이사항 무려 10개국이 넘는 외국어 가능,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는 3개에 달함 / 배우자 중풍 일상 생업으로 배우기 시작한 언어가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기본으로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으로 이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번역과 통역 일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의뢰가 있어도 자제하고 있다. 경제 경제적 고충은 전혀 없다. 은퇴하기 전까지 중앙청 공무원과 대기업 상무이사 등으로 재임하면서 여유로운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연금도 꽤 된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기 보다는 내 재산을 나눠주는 정도. 고민 내 인생의 보석과도 같은 배우자가 중풍으로 몸져 누워 있다. 2층에 살고 있는 아들이 가끔씩 내려와 반찬 등을 가져다주지만 그리 자주 볼 수 없다. 아직 곁에 배우자가 있어 외롭지 않지만, 자식들의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 이들은 이토록 외로웠던가’

노인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
이번에 기획된 노인인터뷰는 노인들의 삶을 돌아보게 했으며, 제3자가 아닌 노인 본인의 생각에서 들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대다수의 노인들은 고독고와 빈고, 그리고 병고와 무희고라는 노인문제의 4중고를 체감하고 있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맞으면서 노인인구가 급증한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에 정부와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대책이 논의 되어야한다.  먼저, 정부의 효율적이고 실제적인 정책입법과 시민사회의 봉사의식 고조, 노인에 대한 이해 등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인 대책으로 노인들의 요구에 기초한 복지정책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년의 연장, 연금제도의 확대와 일터의 제공 등 다양한 소득보장정책과 공적 부조가 절실하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의료보험의 확대 및 사회 재활 프로그램의 확충, 심리적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인 공동체문화를 형성하는 등 다양하고 유효한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현재 서울지하철 경로석 위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경로석이 아닌, 당신의 예약석입니다’ 그렇다. 사람은 태어나서 결국 늙어간다. 이 같은 순리라면 현재의 아동과 청소년도, 노인의 자식들도 먼 훗날은 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이글을 접하는 당신조차 말이다. 혹여  당신의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준 우리네 어버이를 곤궁히 혹은 외로이 두지는 않았던가, 돌아보자. 먼 훗날 당신이 존경과 우대를 받는 어버이가 될지, 궁핍과 고독에 허덕이는 노인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story # 번외

“10년 넘게 친구로 지내, 어린 사람들은 모를 거야”

프로필 He 75세 할아버지, 서울 망우리 거주 She 70세 할머니, 서울시 방화동 거주
일상 He 뭐 별 거 있나.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여기 이 사람도 만나고. She 댄스를 배우고 있어.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춤추고 배우다 보면 건강에도 좋고 재밌지. He 이 할머니 춤 진짜 대단하지. 제기동이나 신설동에 가서 이 할머니 물으면 모르는 사람 없을 거야.(웃음)
경제 He 집이 있다고 남들 연금 다 주는 8만원도 안 주고,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신경 쓰여. 풍족하게 여행도 다니고 즐겁게 지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자식들이야 생일이나 명절 때나 용돈을 주지만 그걸로는 풍족할 수 없지. 다행히 이 할머니는 자기 재산이 좀 많아서 걱정이 덜 한가봐. 자식들도 모두 잘 된 것 같고.
관계 He 2남 1녀를 두었어. 자식들이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찾아오니까 잘하는 편이고. 자식들한테 뭐 바라는 거 있겠나. 오히려 불편해 할까봐 모이면 내가 피하려고 하지. 그냥 이 할머니랑 이렇게 10년 넘게 만나고 있으니까 그게 제일 좋아. She 1남 1녀가 있고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불편함이 없고 화목하게 지내는 편이다. 이 할아버지와는 오래도록 친구로 지낸다. 젊었을 때는 몰랐던 감정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어린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바라는 점 He 바라는 거야 돈이지. 자식들 잘 됐으면 좋겠고. She (동감)

 

공동 기획·취재/ 배샛별 기자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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