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전실이  저에겐 완벽한 하나의 세계이죠”
  디스코 위 사람들을 들썩이게 하는 마이랜드의 명물 DJ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용이한 휴가철이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일상의 무더위까지 시원하게 날릴 수 있는 제안 하나. 빙글빙글 돌아가는 디스코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양팔에 안간힘을 다하다보면 복잡한 일들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리고 디스코 DJ의 짓궂은 장난과 멘트를 듣다가 신나는 음악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어느새 쌓인 스트레스가 가뿐히 날아가 버릴지 모를 일. 월미도 마이랜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디스코팡팡 DJ 이규진 씨(32)를 만났다.

스타가 되다
연인과의 데이트로 혹은 친구들과 한번은 가봤을 듯한 월미도. 그곳에 마이랜드가 있다. 그리 크지도 넓지도 않은 놀이공원이지만 마이랜드는 꽤 유명하다. 바이킹은 여느 것보다 높이 올라가면서 안전대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더욱 스릴이 느껴지고 디스코팡팡은 신나는 음악과 장난스런 멘트 때문에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보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모두 즐겁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디스코 DJ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별다른 멘트 없이 간단한 안내방송이 다였죠. 가볍게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일인데 하다 보니까 재밌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차츰 재밌는 상황을 만들고 멘트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전업이 되어 어느덧 경력 15년차에 이른다는 이 DJ. 사실 디스코는 이러한 이규진 DJ의 시도와 함께 유명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월미도 마이랜드라고 하면 재밌는 DJ의 입담부터 떠오르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점프다! 그는 스무 살 때부터 재미삼아 운동삼아 빙글빙글 돌아가는 디스코 위에서 점프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 10년이 넘게 해온 일이니 그냥 서있기도 힘든 디스코 위에서 그는 가뿐하게 점프하고 재빠르게 균형을 잡는다. 그의 이러한 점프는 이제 또 하나의 볼거리요, 남다른 기술로 인정받았다. 때문에 그는 TV방송프로그램 ‘생활의 달인’과 ‘스타킹’에도 출연하게 됐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부모님께서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계속 일을 해나가고 주변에서 제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고, 방송 출연까지 하니까 이제는 좋아해주시죠. 그게 가장 기쁘죠.”
그러고 나자 이규진 DJ는 각종 매체의 섭외 요청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는 방송을 피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방송을 하다보니까 손님들한테 미안해져요. 한번은 점프를 세 시간이나 해야 됐고요. 저는 그냥 이 자리에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좋아요.”

음악, 멘트, 기계의 삼박자
이규진 씨는 디스코를 운행하는 것을 ‘운전’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그가 운전실 안에서 말하고 웃고 활발한 모습과는 달리 스스로 전형적인 A형의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의외다.
“일 때문에 성격이 바뀌었어요. 내성적인 성격이라 가끔씩 운전을 하고 있는 모습의 저 자신을 보고는 ‘이 모습이 진짜 내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그는 이어서 “가끔씩 일이 끝날 때를 기다려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하는 여자 손님들이 있어요. 재미있는 모습을 기대하시고 그런 건데, 같이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새 ‘얌전한 선생님’같다는 말을 하시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운전실의 유리를 두고 안팎으로 다른 모습의 이 DJ는 방송 출연을 계기로 또 한 번 바뀌었다. 그는 “미리 대본을 받아들고 필요한 멘트를 외웠는데도 막상 녹화에 들어가자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거예요. 한참을 땀 흘리며 굳어만 있다가 어느 순간, 가벼운 맘이 되더라고요.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그는 맘속에 세워놓았던투명한 유리 하나를 빠져나온 것일까. 이제 그는 운전실 안팎에서 모두 리더가 되며 분위기를 이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매료되어 무작정 디스코 DJ가 되고 싶은 이들도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시간을 맡긴 사람들을 만족시킬만한 운전이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음악과 멘트, 그리고 기계의 작동까지 함께 조정하는 일이라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단순히 재밌는 농담을 던지는 게 아니라 플롯을 가진 극본처럼 기계로 상황을 만들어야 되거든요.”
그래서인지 디스코DJ는 신입이 별로 없다. 마이랜드의 세 명의 DJ 모두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졌고, 여기에서 이 씨는 단연 메인DJ이며 동종업계에서도 큰 형에 속한다.
“놀러온 손님 중에 사람들 앞에서도 쑥스러워하지 않고 관심이 있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캐스팅을 하기도 해요. 대부분 관심 있게 배우면서 일을 시작하다가도 한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더라고요.”
이렇게 고충을 털어놓은 그는 그래서 목소리가 잠겨 잘 나오지 않는데도 일을 강행하고 있다. 그래도 재미가 있으니까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그. 숨은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멘트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TV프로그램을 시청해요. 손님들이 어린이들을 비롯해 성인까지 다양하니까 편중되지 않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요. 오락프로그램과 연애프로그램, 드라마까지 시청률이 20%이상인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에요. 비교적 한가한 월요일, 화요일에 집중적으로 보게 되죠.”
말 잘하는 DJ. 그의 재치와 위트가 이렇게 이루어진다면 신나는 음악을 위해서 그는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물어보고 기계와 어울리는지 매칭을 해본다. 아무리 신나는 박자와 비트, 유행하는 음악이더라도 이것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다.

레저를 즐기다
이 DJ는 늘 레저업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도 휴일이면 또 다른 레저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고등학교 때 운동을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스포츠를 좋아해요. 쉬는 날이면 낚시를 떠나는데요. 제주도만 백번 이상 다녀왔을 거예요.”
이렇게 낚시에 대해서 말하는 DJ의 눈이 반짝거린다. 인터뷰가 있기 전날도 낚시를 다녀왔다는 그. “낚시를 좋아하는데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아요. 3할 정도 되나요. 열 번을 가면 세 번 정도 잡는 것이죠.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냥 돌아오는 날이 많아요.”
고기를 잡는 날 보다 못 잡는 것에 더 익숙한데도 쉬는 날이면 물가로 나간다는 그. 짧은 휴일에 여수와 남해, 가깝게는 당진 등으로 혼자 떠난다는 모습 자체에서 삶을 긍정하고 즐기는 열정이 느껴진다. “혼자 낚시를 하면서 생각을 많이 해요. 장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요. 한때는 낚시프로로 전향할까도 생각했어요. 안되면 필드 스텝이라도 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이 DJ의 낯빛은 건강하게 그을려있고 민소매 밖으로 보이는 팔의 근육이 단단해 보인다. 디스코 위에서 거침없이 점프를 하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그가 조용히 낚시를 즐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낚시 뿐만 아니라 수상스키, 겨울에는 스노보드를 즐겨 타요. 한때는 밤늦게 일이 끝난 시간 바로 달려가 야간스키를 타고 올 정도였어요. 제법 친해진 단골손님들은 저를 아니까 같이 가기도 하고요. 제가 무료로 강습도 해드리기도 했어요” 동적인 스포츠 역시 즐기는 그였다.
따라서 그가 배를 타고 나가 몇 시간동안 가만히 서서 낚시를 즐기고 오는 것은 조용히 일상의 무거움을 비우며,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 아닐까 짐작하게 했다. 그는 진정 레저의 의미를 이해하고 즐기는 것이다.

마이 랜드는 마이 드림
매일 손님들을 웃기면서 괴롭히는 그이지만 반대로 DJ를 웃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술에 취해 속옷만 입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디스코 위에서 누워버리는 사람, 치마를 입고 양 발차기를 해 시선을 모으는 여자들 등이다.
“얼마 전에는 7~8년 된 단골손님이 디스코 위에서 프로포즈를 했어요. 저에게 먼저 부탁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자분이 잘 보이게 위쪽으로 배치한 후, 디스코를 멈추고 음악을 바꾸었어요. 그리고 남자분이 여자분에게 반지를 주는 것이었죠. 저도 이 일을 시작하면서 원래 그런 계획이 있었는데, 아무튼 덕분에 모두들 감동받았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웃고 함께 즐긴다.
그래서일까. “항상 웃고 긍정적으로 지내다보니 마음도 늙지 않는 것 같아요. 한때는 화가 나면 제어를 하지 못해 폭군이라는 별명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화내는 일이 많이 없어졌어요” 관광지에 있다 보니까 음주를 하고 알게 모르게 시비가 자주 일어나는데 이제는 같이 싸우지 않고 요령껏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미래를 계획 중이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적성에 맞는 레저·스포츠를 전공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할 것이고 외국어도 배우고 싶다. 손님으로 외국인들이 자주 와 외국어까지 욕심이 났다는 그는 그밖에도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의욕을 보였다.
“디스코를 운전하면 희열을 느껴요. 디스코가 하나의 작은 세상이고 내가 이 안에서는 무엇이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그래서 운전실 밖을 잘 못 떠나나 봐요. 마치 중독된 것 처럼요.”
이것이 그가 월, 화요일에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만큼 힘이 들어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건강한 삶에 중독 중이며 소신대로 스스로를 믿고 차근차근 삶을 설계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놓았던 학업을 시작하고 그리고 마침내는 자신의 랜드를 갖는다는 그의 미래가 밝게 비출 것이라 기대해본다.
 글/ 김미선 기자 사진제공/ 마이랜드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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