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복지사 48 _ 청담종합사회복지관 홍정연 사회복지사

감동을 줄 수 있는 복지사로 남고 싶어

 청담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혜성)에서 만난 48번째 릴레이복지사 주인공은 ‘쾌활함’으로 무장한 홍정연 복지사다. 본인만의 적극성을 바탕으로, 매번 새로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는 그의 창조적 에너지는 이미 지역의 윤활유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데. ‘쾌활함’을 넘어 사람 냄새 폴폴 풍기며, 많은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그를 주목해본다.

경험을 통한 성장이 중요해
방학 중에 용돈을 모아 복지 시설 등에 후원금을 보내는 일은 그의 나이 13살 때부터였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 거기서 얻는 보람이 어린 나이의 그에게는 기쁨이었다. 일찍이 사람 좋아하고, 사람 위한 일을 좋아하던 그가 복지사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그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진학한 대학에서 장애아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활동적인 성격으로 말보다 ‘행동파’이던 그는 생생한 복지현장을 일찍 접하고 싶은 마음에 자원봉사활동을 시작, 대학시절 내내 복지사로서의 일련의 준비과정을 마친다. 그리고 정식 사회복지사가 되기에 앞서 한 휴학기간에는 장애아동 통합교육 및 직장체험을 통해 복지사로서의 초석을 다진다.
 “하나의 정립된 복지 기법도 중요하지만 기법이 대상자의 상황과 성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별차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따라 경험은 불가피한 것이죠.” 그는 복지실천에 따르는 이론과 실상의 괴리를 깨닫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 배우는 현장의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여긴다.

그가 정식복지사로서 첫발을 내민 청담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낸지도 햇수로 3년째를 접어들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의욕에 앞서 즐겁게 받아들였던 복지사로서의 처음. 하지만 그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장애를 가진 아동들 가운데 거친 성향을 가진 이들의 통제는 나날이 힘겨웠다. 담당이 장애아동에서 장애청소년으로 바뀌면서부터는 그들의 육중한 덩치에 밀려 맞기도 했다가, 떠밀리기도 했다. 어떤 날은 물어 뜯겨 피가 나기도 했을 정도. 처음 복지사가 되리라 했을 때도 딸을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시던 부모님의 근심은 나날이 심해졌고, 그도 괜한 회의감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생각을 전환시켰다. 스스로의 마인드를 다독이고 그의 앞에 있는 아이들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개별차가 존재하는 아동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을 대하는 법을 실질적으로 터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장애를 지닌 아이들을 ‘우리’라는 마음으로 묶으면서부터는 아동의 희비가 자신에게도 똑같이 전해질만큼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아이들은 내 삶의 ‘에너지’
홍정연복지사는 장애청소년을 전담하여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학교사회사업을 맡아 학교폭력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도 한다. 매일같이 학교를 돌며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한 후, 그 즉시 돌아온 복지관에서 장애청소년들의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 날마다 정신없이 바쁘다. 하지만 그는 고된 업무의 연속으로 몸이 힘들어도, 퇴근 시에는 가벼운 발걸음을 하고 있다. 지친 몸일지언정 아이들을 보면 에너지가 솟는다고.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하기 바쁘단다.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진출했을 때 순탄히 적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홍정연 복지사는 지난 해 4월에서 12월까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해피디자이너’ 활동을 추진했다. 해피디자이너는 지역노인들을 초청하여 머리염색을 하는 활동으로, 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이 직접 지역 어르신들의 머리염색을 하는 행사다. 장애에 따르는 괴리감은 오리엔테이션 및 레크리에이션 등을 통해 극복하게 했으며, 지역노인들에게는 행사주체인 장애청소년에 대해 사전에 알리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처음에는 행사에 대해 조바심 내던 지역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해피디자이너 활동이 입소문을 타자 많은 이들이 복지관을 찾기 시작했다. 또한 장애여부를 떠나 청소년들은 점차 융화돼 친밀한 사이로 거듭났다.
“행사 직후 종결평가에서 노인과 청소년학부모가 다 모인 자리에 해피디자이너 활동의 주축인 청소년들이 입장할 때였어요. 누가 먼저 시킨 적도 없는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박수갈채를 쏟아냈죠. 당시 자리에 모인 지역노인들은 진심으로 고맙다며 청소년 전원을 안아주기도 했어요.” 행사결과는 실로 대단한 성과였다. 장애를 보는 지역민들의 인식이 변함은 물론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본인들의 자식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부모의 얼굴을 떠올리면 그날의 감동이 넘친다.
한편 그가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벼룩시장은 오전동안 장애청소년들에게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오후에 그들 스스로 물건을 판매하는 행사다. 마술공연과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먹거리 코너 등 열리는 다채로운 행사는 기관의 사회문화프로그램을 모르는 지역아동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장애아동들이 물건과 돈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장으로 열리고 있다.
각 행사들은 그와 팀원들이 적극적인 회의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사랑하는 마음과 봉사하는 정신을 한데 묶어, 무엇보다 중요한 아이들의 행복을 엮는 것. 그렇게 매번의 행사는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오늘’로 남아, ‘내일’을 사는 에너지가 된다.

창조적 열정, 끊임없는 도전으로
그는 복지사의 길을 앞둔 후배들에게 무슨 일이든 포기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설사 자신이 실행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이란 두 글자를 쓸 수 있길 바란다. 실습생을 접할 때도 먼저 “도전해보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신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 역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복지사로서 첫발을 내딛던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계속해서 구상하고 실행할 예정이다. 돈도 명예도 아닌 사람을 얻는 ‘복지’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었던 그에게, 복지의 매력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도 사람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홍정연복지사의 쾌활한 행보를 기대해본다.

 

 

배샛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