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나눌 수 있는 복지사

서현석 복지사

 “거기 신림 복지관에 덩치 큰 배달 양반 좀 바꿔주시오. 아 서 선생이구만, 나야. 생일이지? 축하해. 허허”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정다운 어르신의 목소리에 그의 오늘 하루도 활기차다. 생일도 명절도 챙겨주는 또 하나의 가족, 그들의 행복이 생활의 활력이며 에너지라는 서현석 복지사와의 솔직담백한 만남을 가졌다.

공부보다 봉사
중학교 시절 누구나 인정하는 모범생이었던 서현석 복지사. 하지만 비슷한 성적의 고교생들 사이에서는 공부를 썩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어린 날, 내성적이던 그에게는 큰 시련이었다고. 그 당시 만난 담임선생님은 그에게 “공부만 잘 한다고 성공하는 인생이 아니다.”며 공부 대신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발하길 권했다.
내성적이나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길 곧잘 하던 세심한 그의 성격은 어느새 교우관계에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학우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친구로,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중계자역할을 통해 학교생활은 활기차졌다. 이런 그에게 학교는 교지 작업을 제안했고 전교생 앞에서 앞장서 일을 진행하는 일이 많아지자 자연히 내성적인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그의 적극적인 활동은 입소문을 탔고 인천지역 고교생들의 교지편집부 ‘애솔’의 대표로 나서기에 이른다.

한편 그의 왕성한 교내외 활동을 눈 여겨 본 선생님은 주말 청소년 봉사센터에서 활동할 것을 추천했다.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간 봉사센터에서 처음 접한 봉사활동은 나날이 재미가 더해 그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남을 도울 수 있는 복지사란 직업의 참맛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봉사활동이 좋아 공부는 뒷전이었다는 그는 당시 평일에는 미화를 앞장서는 환경미화부 부장으로, 주말에는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을 통솔하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그렇게 학창시절의 활발한 활동은 지금 그의 인생에 모티브가 된 셈이다.

사람과의 부대낌
그는 신림종합사회복지관(관장 최성숙)에서 재가복지를 담당하여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무료 급식을 배달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배달은 지역 어르신들과 소통의 매개체로 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람의 정이 아쉬운 노인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것도 그에게는 일상이다.
쉬운 일도 아니고 사명감 없이는 보람도 없을 것이라 여기며 시작한 복지사의 일. 알면서도 놓을 수 없는 미묘한 이 길의 매력은 바로 사람과의 부대낌이다. “제 것을 나눠주고 좋은 것을 연결하여 소외층뿐만 아니라 기관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이런 그에게 큰 고마움 느낀다고 무뚝뚝한 어르신들이 가끔 속내를 표현해주면 일의 보람은 두 배가 된다. 언젠가는 어르신 한 분이 그의 생일날 찾아왔더란다. 신문지에 고이 싼 양말 한 켤레 그리고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썼을 짧은 편지 한통. ‘늘 고맙지만 다 표현할 수 없어. 내가 서 선생 덕에 행복한 것에 너무 감사해’ 2년이 넘는 시간동안 희망적이고 용기 있게 살아온 것이 보람찬 순간이다.
물론 그가 지역복지관에 속해 있다고 지역민만 위하는 것도 아니다. 오며가며 지나치는 어르신들의 불편한 모습을 마주할 때면 슈퍼맨이 따로 없다. 무거운 짐을 들고 지나치는 어르신들을 보면 짐도 들어드리고, 시원한 물 한 잔 건네기도 한다. 주변에 같이 있던 친구들은 황당하고 놀란 기색이 많더니 이제는 곧잘 ‘역시 이 친구니까’려니 하며 익숙해 할 지경이라고.
한 번은 약주를 걸쭉히 드신 어르신이 지하철에 올랐는데, 표정이 좋지 않더니 속을 게워내더란다. 안타까운 마음 반, 공공장소니 여러 사람 불편함 감수하자는 마음 반으로 무작정 두 손 모아 어르신이 게워내는 내용물을 받아냈다. “어르신이 고맙다며 손수건과 함께 영양갱을 주셨어요. 그 때 아니고 지금이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리 쉬운 일도 아니거니와 주변 시선에 쉽게 나서기도 힘든 일일 터인데, 그저 ‘얼굴에 두꺼운 철판이 깔려 가능하다’며 사람 좋은 웃음만 보이는 그다.

복지사란 ‘삶’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서현석 복지사는 MTB 자전거 마니아다. 하지만 지난 5월 이후 쏟아지는 업무 때문에 본의 아니게 멀리 하게 된 자전거는 3개월 째 베란다에서 먼지에 묻혀 지내고 있다. 아침 8시에 퇴근하여 깜깜한 밤이 되어야만 비로소 퇴근하는 그에게 여가시간이 있을 리 만무했다. 친구들 만나기도 마찬가지다. 대량의 업무를 해내는 그는 주말에도 친구들과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지만 그는 복지사의 일을 통해 축적되는 삶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비록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지역 어르신들에게 쓴 소리를 들을지라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그에게 큰 재산이다.
힘든 일과 중에도 그가 자신의 길을 또렷이 나아갈 수 있는 데에는 함께 하는 동료들의 역할이 크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복지사의 일. 무수한 갈등과 시련, 이 같은 어려움을 동료들이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시 정립할 수 있는 것이다. 몇 달 전 그가 대량의 업무로 인해 에너지가 소진되고 심적인 갈등을 겪을 찰나 대학선배이자 신림복지관의 관장이기도 한 최성숙 관장에게 들은 말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바람과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느끼게 되는 것이라 더운 여름날, 한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고마운 존재이다” 그때부터 서현석 복지사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자연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 다짐했다.

쉼터가 되고 싶어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그에게 다가올 노년기의 꿈을 묻자,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제과점을 내고 싶단다. 미래의 후배, 복지사들에게는 ‘20%할인!’이라는 푯말을 내걸고 말이다. 제과점의 이름도 벌써 지어뒀다. 이제 그는 다양한 사람과의 부대낌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복지사로서 노년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때로는 슬픔이 밀려와 쌓인 비가 내리기도 하며, 온갖 고난 속에 태풍이 휘몰아치기도 하는 자연과도 같은 사람의 감정. 이러한 사람의 감성을 다스리는 마음의 쉼터로 복지사 서현석과 그가 만드는 공간을 꿈꿔본다.

 

누구에게나 스스럼 없이 다가서는 서현석 복지사

 “모두에게 휴식과 같은 공간이라는 뜻의 쉼’이라는 제과점을 열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후배들에게는 좌절하지 않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꿈을 실어주는 쉼터로 말입니다.(웃음)”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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