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도 영화 봐요~
실버 영화관 ‘허리우드 클래식’
정겨운 매표소와 영화포스터, 올드팝의 선율이 퍼지는 이채로운 공간. 과거, 추억의 향수가 묻어나는 실버영화관 ‘허리우드’(대표 김은주)는 노인들에게 달콤한 문화 휴식을 선사하고 있다.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기존 영화관과는 달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은 영화관 ‘허리우드’에서 젊은이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노인들을 만났다.

 
서울시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 문화 활동이 건강생활 다음으로 꼽혔다. 계속적인 노인인구 증가와 관련해 다양한 노인 문화 사업이 펼쳐지고 있지만 여전히 노인들의 놀이문화는 젊은 층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실정에 맞춰 지난 1월, 서울 종로 낙원동에서는 노인들의 문화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실버영화관이 개관했다. 영화관은 단돈 2,000원의 관람료를 책정하여 만 57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상영하고 있다. 또한 상영영화도 노인들의 수요조사를 통해 노인이 선호하는 영화로 구성하고 있다.

 
행복한 실버문화
현재 허리우드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대부분 설문을 통한 노인들의 영화수요를 조사해서 상영하고 있다. 또한 극장은 올해 영화 베스트를 뽑아 노인들이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허리우드클래식 김은주대표

허리우드 클래식 대표 김은주 씨는 “한 달에 2,000원의 표가 5000장 이상 팔리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보아 한 달에 노인들이 영화관을 찾는 것은 오 천 그 이상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관을 이용하는 노인들 중 ‘정부와 시장에게 극장을 소개하는 편지를 쓰겠다, 국가가 이러한 노인극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노인 영화관을 시작하기에 앞서 공기업을 거쳐 영화마케팅을 진행하는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노인 영화관을 개관한 것은 ‘누군가는 이 이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함께 문화를 나누면, 이는 행복한 실버문화로 정착할 수 있으리란 그의 확신이 노인들을 위한 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허리우드를 가다

허리우드 극장 홀 전경

지난 14일 영화 ‘마더’(감독 봉준호)를 관람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노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관에는 오래된 전단이나 사진, 선반에 놓인 추억의 물건들로 요란하고 복잡한 기존의 영화관과는 다른 풋풋한 예스러움이 묻어났다.

“굶어도 영화는 봐야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온 김씨, 이씨, 최씨(각 70세)는 직장에서 만난 동료로, 같은 장소에서 만나 영화관을 찾아 왔다고 전했다. 자식들에게 받는 용돈이라 할지라도 씀씀이를 함부로 할 수 없는 노인들은 허리우드 극장의 관람료가 저렴하여 찾기가 용이하다고 했다. “심심해서 자주 오는 편이에요. 한 달에 8번꼴은 오는 거 같네. 점심은 굶어도 영화는 보러 옵니다.” “자네는 쌀값을 가지고도 영화를 보러 갔지. 허허.”라며 그들의 영화 사랑을 과시했다. 그들이 호화로운 시설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근처에 두고도 찾지 않는 것은 비싼 관람료 때문만은 아니었다. “젊은이들이 북적대는 영화관에는 가기가 싫어요. 젊은 연인들 쌍쌍이 붙어 있고. 그냥 분위기 자체가 노인들은 소외되는 듯 해. 젊은이들이야 안고 있으면 다정하다고 그러지, 우리가 그러면 '주책'이라고들 그러지.” 노인들은 젊은이들과 문화공간을 공유할 수 없다는 데에 불만이 있었고, 그런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다행이라 여겼다. 덧붙여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수입원이 없어서 곤란하다”, “노인들도 돈벌이가 필요하다”며 계속해서 속내를 토로했다. 얼마가 지났을까. 영화시간이 지난 것을 알아차린 노인들은 젊은이가 말을 걸어줌을 고맙게 여긴다며,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주고서 자리를 떠났다.

“문화는 스트레스 해소다”
개포동에서 온 최희주(가명·67세)씨는 이 날 혼자 영화관을 찾았다. 매일같이 집안일만 거듭하던 그에게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바로 문화. 심리적인 외로움에 더한 사회적 박탈감은 그에게 불행하다는 인식을 불러 일으켰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문화생활이었다. 젊은 시설 패션 쪽에서 일했다는 그는 이날 영화관을 찾은 노인들의 패션 중 단연 으뜸이었다. 그는 수영, 등산, 쇼핑 등 영화 외에도 혼자 하는 활동이 많다고 전했다. “혼자 오는 게 편해요. 마음이 여려서 사람들이랑 함께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당을 못해.” 배우자 없이 혼자 지내면서 외로움도 많았을 터인데 사람관계에 대한 불신은 외로움보다도 깊어 보였다. “여유롭게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외로움도 즐기는 동안에는 잊을 수 있으니까요.”자식들이 둘이나 있지만 여가생활을 같이 하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영화를 즐기는 그에게 자식들은 컴퓨터로 다운받아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줬지만 노안으로 시력이 약해진 그가 작은 모니터를 통해서 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허리우드 극장의 단골손님으로 매일같이 이곳을 찾게 되었다. “지금은 먹거리만 충족되면 좋겠어요. 붕어빵이나 꽈배기 도넛처럼 옛 생각이 들 수 있는 먹거리가 영화관에 있었으면 싶네요.”

“부부 금슬의 원동력”
선글라스가 인상적인 한 쌍의 부부와 친구로 구성된 일행은 뚝섬에서 이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부부(남편 81세, 부인 76세)는 서로가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함께 영화보기를 즐겨한다고 했다. “영화 볼 적에는 기분만이라도 젊어지는 듯해서 자주 오는 편입니다. 오늘도 봤던 영화를 착각해서 또 보러 왔지 뭡니까.” 최신 영화는 두루 섭렵했다는 부부는 무척이나 금슬이 좋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기도 곧잘 한다는 부부는 함께하는 문화생활이 당연한 듯 보였다. "나는 내 아내가 너무 좋아요. 너무 사랑하지, 암.” 그들과의 인터뷰는 노부부의 문화생활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관
허리우드클래식 김지은 대표는 영화로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시네마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9월 18일부터 상영하는 영화 ‘파이어프루프’는 나이 든 노부부가 서로의 존재가치를 알아가는 내용으로 허리우드 극장에서 계획한 힐링시네마의 시발작인 셈. 외국에서는 이 영화를 통해 이혼율이 줄어든 실제 사례가 있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사례에 비춰 극장에서 노인들에게 자극적인 영상보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건강이나 사건예방, 재테크 등 노인을 위한 강의도 계획하고 있다”며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 대표는 “인터넷을 접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는 영화관의 소식은 매우 느린데다, 영화를 젊은층의 소유로 인식하는 노인이 많은 탓에 영화관을 찾는 노인은 전체 노인인구에 비해 아직 미비한 실정”이라며 홍보활동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뜻을 밝혔다.

노인들은 문화를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매우 크다. 경제활동이 없는 노인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나, 이러한 시간을 여가활동으로 보낼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한 실정.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은 노인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시킨다. 새로운 노인문화 개발과 동시에 그들이 참여함으로써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고 주변부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융화할 수 있도록 문화상품의 할인제도 확대 및 적극적인 홍보활동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허리우드극장 노인추천영화 베스트3]

1.벤허
서기 26년, 로마 제국 시대. 유다 벤허는 예루살렘의 제일가는 유태 귀족이다. 어느 날 로마의 지배하에 있던 이스라엘에 새로운 총독이 부임해오는데, 신임 총독 일행에 주둔 사령관으로 벤허의 옛 친구인 멧살라가 온다. 그러나 옛날과는 달리 그들은 로마와 이스라엘이라는 적대적인 상황에 의해 우정에 금이 간다. 다음날 신임 총독의 부임 축하 행진 중에 벤허 여동생의 실수로 기왓장이 총독의 머리에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를 유대인의 계획적인 사고로 보고 멧살라는 무고함을 알면서도 벤허 가족을 잡아들인다. 결국 가족들은 감옥에 보내지고 재산은 몰수당한 채 벤허는 노예로 팔려 간다.

2.미션
이 영화는 1750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적 실화이다. 1750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남미 오지에 있는 그들의 영토 경계 문제로 합의를 보았으나 유럽 한구석의 탁자 위에서 그은 선이 얼마나 끔찍한 사태를 불러일으킬 지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새로운 영토 분계선에 따라 과라니족의 마을은 무신론의 포루투갈 식민지로 편입되고, 불응하는 과라니족과 일부 신부들을 설득하려는 추기경이 파견되지만 결과는 포르투갈 군대와 맞서 싸운 과라니족의 전멸로 끝난다.

3.맘마미아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와 살고 있는 소피(아만다 시프리드)는 행복한 결혼을 앞둔 신부. 그러나 완벽한 결혼을 꿈꾸는 그녀의 계획에 흠이 있다면 결혼식에 입장할 손을 잡고 아빠가 없다는 것!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한 소피는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찾게 되고 엄마의 이름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결혼식 전날, 소피가 초대한 세 남자(샘,해리, 빌)가 그리스 섬에 도착하면서 도나는 당황하게 되는데. <맘마미아!>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나고 흥겨운 음악과 춤은 듣는 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매혹적이며, 아름다운 그리스 풍경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실버영화관 개요]
장소 : 종로 허리우드 극장 클래식관(300석)
대상 : 만 57세 이상의 노인
관람료 : 2,000원
상영 : 1일 3회 (10:30, 13:00, 15:30)

 

공동기획 · 취재 / 김미선, 배샛별 기자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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