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넘어, 세상의 빛으로

국립중앙도서관 장애인 독서 한마당

올해로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가 설립(07.5.22)된 지 2년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도서관(관장 모철민)은 장애인의 지식정보 접근기회 확대 및 정보 활용능력을 강화하고 장애아동청소년의 독서의욕 및 독서활동을 확산하는 계기로 ‘장애인 독서 한마당’을 개최했다.

지난 28일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및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2009 국립중앙도서관 장애인 독서한마당’ 행사는 장애인의 정보 활용 능력 평가 및 책 읽기, 글쓰기, 수화로 발표하기, 장애인 도서관 정책 세미나 등 전국의 장애아동 및 청소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식 함양의 축제로 펼쳐졌다. 행사는 ‘장애대학생 디브러리 서바이벌 (Dibrary Survival)’, ‘장애인도서관정책세미나’, ‘제2회 장애아동·청소년 독후감대회’와 부대행사인 ‘꿍따리 유랑단 공연’으로 이어졌다.

시각장애인 33인의 정보사냥
장애대학생 디브러리 서바이벌(Dibrary Survival)에 소속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IT활용능력이 있는 시각장애대학생들이 참여해 총 4개의 서바이벌 미션 수행형식으로 경쟁을 펼쳤다. 오전 11시 디지털 도서관 멀티비전에서 모철민 도서관장이 ‘2009 장애대학생 디브러리 서바이벌’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대회가 시작되자 헤드폰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는 학생들로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의 열띤 도전이 시작된 것.
모니터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 학생들은 귀에 의존해 인터넷을 검색하는 ‘센스 리더’를 사용했다. 센스리더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내용이 일렬로 정렬돼 사용자가 커서를 옮길 때마다 내용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미지 파일의 경우에는 사이트 제작자가 게시한 설명을 읽어준다. 학생들은 센스리더가 읽어주는 내용에 따라 방향키를 사용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대회장은 학생들이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행사 관계자 오범석씨는 “행사는 전맹 17명, 약시 16명으로 총 33명이 참가했다”며 “미션은 주관식과 객관식 각 2문제로 출제됐으며 음성과 센스리더 등 기업체의 기술지원을 받아 진행한다”고 밝혔다.

장애대학생 디브러리 서바이벌 (Dibrary Survival)이 열리고 있다.

 
각 미션별 문제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었다. 도서관 회원 이소영(28, 한국예술종합학교)씨는 학교장 추천을 통해 장애대학생 디브러리 서바이벌(Dibrary Survival)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문제가 어려워 수상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라며 “앞으로 책을 많이 접해 지식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정보검색대회를 출전하길 즐기던 김종남(23, 우석대학교)씨도 “세 번째 미션 ‘2011년 국제 과학수학 관련 내용을 평가하라’가 나왔을 때는 당황했다”며 “학교에서 모두들 잘하고 오라고 격려해줬는데 문제가 까다로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미션내용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최선을 다해 대회에 임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행사였다”고 전해왔다. 덧붙여 “장애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대회는 생소하다”며 “앞으로 다양한 행사들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행사에 참여한 강소연(26)씨는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을 설립해 놓은 것에 더해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장애인들이 찾을 수 있는 도서관으로 홍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자원봉사자 모두는 대회 중 시각장애대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 안내 등 행사 진행을 도왔다.

함께 보면 보여요~
마지막 미션인 네 번째 미션까지 끝낸 학생들은 중앙도서관 내 국제회의장에 가서 방송인이자 지체장애인인 강원래(가수 ‘클론’의 멤버)씨가 단장으로 있는 꿍따리 유랑단 공연을 관람했다.
2000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장애(척수손상마비)를 갖게 되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제2의 삶을 시작한 강원래. 그와 장애 예술가들이 함께한 공연은 ‘꿍따리유랑단’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졌다.
한 행사 관계자는 공연에 대해 “너무 재미있었고 감명 깊었다”며 “그동안 안일하게 살아왔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관계자 이외에도 장애학생들의 열띤 호응으로 공연장의 열기는 한층 고조됐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은 앞에 있는 도우미의 수화를 통해 공연을 전해 들었고, 시각장애인들은 눈을 감고 공연에 귀 기울이며 연신 웃음 지어보였다. 꿍따리 공연단의 공연이 끝난 후에는 시상식이 이어졌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 7월부터 준비한 본 행사는 장애인의 정보 활용 능력을 통해 장애인을 배려하는 운영체제 등 장애관련 기술개발의 저변을 늘려 나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 모철민 관장

국립중앙도서관 모철민 관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것이 급격히 변한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정보검색능력을 갖추도록 하여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일반인 간 환경차를 줄이고자 본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덧붙여 행사는 작은 이벤트 정도로 보고 있다며 “청각 시각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서비스개선방안을 오는 10월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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