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이지현 사회복지사

실천가를 꿈꾸다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정 스텔라 수녀) 여성장애우 초점사업이 시 15개 기관 중 영예의 1위를 차지했다. 그 뒤에는 지난 5년 간 여성 장애우들의 삶을 밝혀준 이지현 팀장(이하 성인1팀)이 있다. 더없이 소탈했던 그와의 인터뷰. 소박하지만 고고하게 빛나던 그를 떠올려본다.

실천하는 삶을 살고파
그는 학창시절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지냈다. 때문에 대학진학을 앞두고 열악한 가정환경을 고려해야했다. 이렇게 진로에 고민이 많던 고등학교 2학년, 그는 모 기관의 청소년 상담사를 만나면서 ‘실천 학문’이라는 사회복지에 매료되게 된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지내다보니 자연스레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됐어요. TV속에 나온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겨졌어요. 그리고 곧 그런 이들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죠.” 이렇듯 소신을 갖고 선택한 사회복지사의 길. 우여곡절도 많았다. 남루한 옷차림의 사회복지사 선배들을 만나며 그간 품어왔던 직업의 환상이 조각조각 나기도 했고 부모님은 “몸도 허약한 녀석이 힘든 일에 뛰어들려한다”며 말리기도 했다. 사회복지사 생활이 1년이 된 해에도 부모님은 복지사가 아닌 안정적이고 편하다는 이유로 사회복지공무원을 추천했다. 하지만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사회복지사는 행정가가 아닌 실천가라고 생각했어요. 이는 지금도 저에게는 하나의 신념 같은 것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가진 사회복지에 대한 열망은 점점 커졌다.
대학 시절 그는 사고를 겪고 난 후 허리에 중상을 입어 수술을 거듭해야만 했다. 지체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의료진의 선언 이후 절망적인 병원생활이 이어졌다. 또 당시에 그는 장애인 6급 판정을 받을 만큼 시력도 나빴다. 그는 사건사고를 몸소 겪으며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자연히 복지의 분야가운데 그의 의지는 장애인 쪽으로 기울었다. “내가 당장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방향은 쉽게 잡혔어요.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죠.”

‘사람’을 위한 사람
이지현 팀장의 첫 직장은 시각장애인복지관이었다. 그곳에서 2년 그리고 현재의 기관에서 지내기까지 총 7년의 세월을 오로지 장애우를 위한 사회복지사, 한 길만 보고 달렸다. 현재 이 팀장은 기관 내 장애인 여성의 임신출산육아 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8개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며 집중 관리자 스무 명을 포함해 총 50명의 대상자를 지원한다. 그는 장애인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산전후 조리부터 아이의 교육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 여성 임신부 건강 학교, 산모실 운영 등 기관 내 프로그램과 산전후 검사비 지원을 비롯해 전문도우미를 파견하는 산전후 조리 및 육아 지원을 연계하는 등이 바로 그것. 복잡한 케이스 관리도 그의 몫이다. 얼마 전에는 한 장애우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당시 상황은 이러했다. 지체장애 3급의 여성이 매매춘 여성 상담소에 임신을 한 상태로 도움을 요청했고, 상담소는 같은 수녀회 산하 기관인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에 지원을 제안했다. 일찍이 부모에게 버려져 매매춘을 통해 살림을 꾸려가던 그가 한 남자와 동거를 통해 아이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그 남자 또한 고아에 살인 전과가 있던 사람이었고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었다. 기관과 접촉이 된 남자는 “아이를 가질 거라고 생각지 않은 상태에서 여자가 임신을 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 팀장은 우선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설득했다. “남자는 줄곧 자살을 결심했던 만큼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어요. 이에 따라 개선책을 제시했고, 기관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을 내놓고 타협점을 제시했죠.” 이 팀장은 관장인 정 스텔라 수녀와 함께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업체를 모집했고 부부가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자립해서 떳떳한 부모가 될 수 있게 기업체에 편지를 써가며 직장을 연계했다. 이 팀장과 기관의 지원사격을 통해 현재 부부가 된 이들은 새로이 삶을 개척하고 있다. “부부는 올해 5월에 아이를 낳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엄마는 우리 기관을 찾아 한글을 배우면서 ‘자신의 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게 목표’라고 말할 정도로 삶의 의지가 개선됐죠. 우리를 통해 그들이 행복한 미소를 찾을 때면 저 역시 일의 만족감은 배가 된답니다.” 이렇듯 그를 만족시키는 것은 실적도 돈도 아닌 ‘사람’에 있다.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특히 기관의 미션과 상충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빠질 때면 어김없이 슬럼프를 겪었다. 기관장의 ‘사람을 살려라’는 외침은 회의 시, 결제 시, 간단한 조회 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들려왔다. 관장은 “기관은 당신들의 월급을 주기 위한 곳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있는 곳”이라며 기관의 미션을 강조했다. 그때마다 이 팀장은 사회복지사로서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실천도, 기관의 미션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성숙된 사람으로 거듭났다. 스스로 마음먹기에 따라 진정한 복지는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이제는 관장님의 뜻을 알고 존경합니다. 그 분을 따라가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뭐든지 포용할 수 있는 아량까지 갖추도록 열심히 하고 있어요.” 실천가를 꿈꿨던 그에게 관장은 또렷한 모토이자 중심이 되고 있다. 실적이나 돈이 아닌 오롯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이들 기관은 여성장애인 사업에 있어 선두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공통되게 한 목소리를 내는 사항이 복지관에 대한 평이에요. 다들 따뜻하고 가족적인 복지관의 분위기를 좋아하죠.” 이제 그의 복지관 사랑은 차고 넘칠 지경이다.

스스로의 만족이 중요해
이 팀장은 장애우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복지사들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웃으며 일하는 복지사들의 기쁨은 바로 장애우들에게 이어지기 때문. 그래서 그는 처우나 조건에 너무 연연해서 불만족스럽게 지내는 복지사들을 만날 때면 마음 한 편이 쓸쓸하다. “누구보다 사회복지사는 확실한 정체성을 띠고 있어야 해요. 단순히 스킬이나 원론적인 이론만을 깨우친다고 이 일을 오래할 수는 없어요. 무언가 불만족스럽다면 그것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 역시 맹목적인 업무를 이어가는 직장인이 아니라 진정한 실천가가 되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꾸짖고 단련하겠다고 한다. 소외된 이들과 자신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삶의 가치를 두고서 말이다. “저를 더 들여다보고 싶어요. 제 자신을 비워야만, 비워진 상태에서 장애우들을 마주할 수 있으니까요.” 열정적인 실천가, ‘사람’을 위한 사람이 되고자 했던 그의 초심이 오래토록 이어지길 바란다.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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