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

장애인과의 따뜻한 어울림
국내외 장애문화예술인 교류와 화합의 마당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실현의 토대 마련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장애인 중심의 문화 속에 소외돼 온 장애인 문화. 여태껏 표현되지 못했던 그들의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 그리고 표현이 어울림의 향연으로 재현됐다. 장애인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모두 향유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 공간으로 탄생한 2009 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 속으로 빠져보자.

감동의 어울림
지난 10월 14일부터 23일까지 10일 동안 서울시청 열린광장과 목동 일원에서 2009 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가 개최됐다. 사단법인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며, 국회의원 이정선 의원과 이정현의원이 공동대회장을 맡아 진행한 이번 행사는 장애인들의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를 전 세계인과 함께 즐기고 어울리는 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장애인이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장애인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장애인이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진정한 문화 공간 창출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으로 마련된 행사는 ▲장애인 예술단체와 비장애인 예술단체 팀이 함께 하는 음악제 ▲노래, 댄스 등 다양한 분야의 아마추어 아티스트의 참여문화제 ▲국내 장애인 관련 유관기관, 관련 단체 및 기업들의 홍보, 전시 부스, 캐리커처 전시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리는 4개 장애인 극단이 참여하는 연극제 ▲제주도와 서울시 목동 방송회관 두 곳에서 국내외 장애인 관련 주제의 영화를 상영되는 영화제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리는 장애인 작가들의 합동 전시제 ▲한국관광공사 오디트리움에서 국내외 장애인 문화예술을 주제로 열린 학술제 등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세계 20여개 나라의 장애인문화예술단체와 국내 장애인 문화 예술단체 등 장애인 및 비장애인 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지난 16일 열린 개막식에는 비가 오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해 강영우 유엔 세계장애인위원회 부의장,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 이정현 의원, 이정선 의원 등 주요 내빈들과 시민 천여 명이 참석했다. 또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조건으로 문화 예술을 누리고 창작할 권리가 있다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축제의 공동대회장인 이정선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축제를 준비하면서 처음엔 장애인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각계각층 인사들의 관심으로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의원과 함께 공동대회장을 맡은 이정현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처음 실시되는 장애인문화예술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감동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종걸 조직위원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은 장애인문화예술권리선언문을 낭독하며 “전 세계 6억 5000만 장애인과 국내 450만 장애인은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추구를 위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위해 장애인이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반 기반시설의 검토와 기자재의 확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사회적 풍토는 개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윤옥 여사가 “장애인이 행복한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이며,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또 “항아리에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물이 차지 않듯이, 선진 사회는 어느 한 부분이 소홀함이 없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며 축사를 전했다.
축사 및 격려사가 끝난 후에는 박인수 성악가와 시각장애인 김선영 성악가가 합동공연을 펼쳤다. 이어서 본격적인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첫 순서로 시각장애인 이상재 교수가 이끄는 하트-하트 챔버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펼쳤고, 다음으로  시각 장애인 전재덕 씨의 하모니카 연주, 가수 바비킴과 전재덕씨의 합동공연, 중국장애인기예단의 천수관음무, 인권운동가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스티브 바라캇의 피아노 연주, 시각장애인 가수 김국환씨의 무대가 이어졌다. 천 여 명의 관객들은 주최 측에서 제공한 비옷을 입고 공연을 즐겼다.

장애여성, 몸으로 말하다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인사동 라메르갤러리에서 전시제의 하나인 ‘몸으로 말하기-장애여성 이야기가 있는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전은 지체장애를 비롯해 뇌성마비, 시각장애, 골형성부전증, 작은키, 지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이 사진작가나 모델로 직접 참여해 총 39개의 작품을 전시했다. 소소한 일상과 가족 혹은 친구의 즐거운 한 때를 담은 다양한 사진들 속에서 장애여성들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드러났다.
행사는 사진 외에도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삶을 다룬 ‘앨리슨 래퍼, 행동하는 비너스’, 베트남 전쟁 당시 화상을 입어 장애인이 된 UN 친선 대사 킴 푹 판 타이의 활약상을 담은 ‘KIM PHUC’S STORY’ 등의 영상물도 전시했다.
장애여성네트워크 김효진 대표는 전시회 도록에 실린 인사말에서 “보통의 여자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상에서의 몸을 통해 자연스럽게 장애여성의 차이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며 “많은 분들이 평소 조금이라도 갇혀 있던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개막식에 온 채종걸 조직위원장은 “우리사회는 획일화된 여성 이미지를 숭상하고 외모만능주의에 물들어 장애여성의 몸을 정상에서 벗어난 몸으로 인식하고 외면해 왔으며, 있는 그대로의 몸을 이해하고 존중하려 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진전이 묻혀 있던 장애여성의 존재를 드러내고 장애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람객들은 장애여성들이 직접 찍은 다양한 사진들을 감상하며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감동을 보다
지난 17일부터 6일간 목동방송회관 브로드홀에서 장애인들이 직접 무대에서 장애인의 삶을 표현하는 표현예술과 장애인이 직접 참여한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한 영상물이 상영되는 장애인연극·영화제가 열렸다.
영화제는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 ‘몸에 맞지 않는 휠체어를 아시나요?’  ‘조금 불편한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0.24’ 등 국내 영화 18편과 해외 영화 6편을 상영했다. 또한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이 사회에 보여지는 모습들은 누구나가 ‘똑같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독일 출신 장애인감독 Niko Von Glasow의 ‘Look at me’ 개막작과 전 세계에서 태동하여 움직이고 있는 에이블운동을 다루고 있는 ‘가능성의 예술-에이블아트’ 폐막작이 상영했다.
연극제는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wheel)의 ‘비밀의 화원’을 시작으로 장애인인형극단을 포함한 국내 4개 팀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의 막을 올린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이 공연한 ‘비밀의 화원’은 상처를 받은 여러 사람들이 꽃과 풀을 돌보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토끼를업고가는거북이인형극단 인형극 ‘내 꿈은 반쪽이 아니야’는 비장애인들에게 의존적이었던 장애인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세상으로 나아가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일 영화를 보기 위해 목동 방송회관 브로드홀을 찾은 대학생 김지애(22)씨는 “오늘 하루 내내 영화관에서 점심도 먹지 않고 영화만 봤다”면서 “영화내용관계자가 직접 감독을 해서인지 현실감이 컸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온 양승미(22)씨는 “상영시간이 길지 않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며 “영화 속 희망적인 메시지가 장애우들에게 전달되지 않을까”라며 기대했다.
같은 날 임상욱(33)씨도 활동보조인 경승재(27)씨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임씨는 “꿈이 있지만 특정직업만 강요받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시각 장애인 주인공 영화가 가장 기억난다”면서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해외 작품을 만나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누운 자세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관람여건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연극영화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주말에는 관객이 많아 객석의 2/3 가량을 차지한 반면 평일에는 갑작스런 기온 저하 및 흐린 날씨 사정으로 방문객이 줄었다고 한다. 또한 찾아온 관객 가운데 장애인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관객들 대부분은 ‘보기 편했다’는 긍정적인 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제 진행국장 이영석씨는 “장애 인권과 관련한 영화는 무거운 반면 다큐처럼 짧고 소재가 다양한 영화들로 구성해 신선하고 좋았다는 반응이다”며 이어 “장애인연극·영화제는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처리 뿐만 아니라 일부 상영작에 한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즐기는 문화예술
‘2009 세계장애인예술문화축제’는 지난 23일 63시티 체리홀에서 축제 관계자 및 국내외 참가자 등이 모두 모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없앤다는 축제의 취지를 되새기며 지난 10일간의 여정을 끝으로 폐막했다.
‘살아있는 비너스’라고 불리우는 영국의 구족화가이자 사진작가인 앨리슨 래퍼는 팔다리가 없어도 세계적으로 유명 화가가 됐다. 그가 장애를 극복하고 예술가로서, 엄마로서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은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아름다운 감동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도 앨리슨 래퍼와 같이 장애를 극복하고 문화예술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많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이야기는 언론을 비롯한 각종 매스컴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그들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의지이며 희망임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들의 눈에 비춰지는 장애인의 문화예술은 소외되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들의 문화ㆍ예술적 욕구가 녹아든 이번 축제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장애인들이 주체로 자리매김한 다양한 행사 개발을 통해 복지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길 기대해본다.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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