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균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행정사무관(2009 자랑스러운 척수장애인상 수상자)

좌절을 성공으로 바꾼 40대 공무원의 인생스토리

여기 한 명의 40대 공무원이 있다. 정호균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행정사무관. 명문대학을 나와 촉망받았던 대한의 건아였다. 그러나 군 복무 중 불우의 교통사고로 1급 지체장애인의 멍에를 지게됐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공무원에 합격했고, 휠체어에 의존한 장애인 공무원으로서 장ㆍ단기 해외 연수시험에 모두 합격한 첫 번째 인물이 됐다. 이제 그는 국제금융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끝을 모르며 도전하는 한 중증장애인 공무원의 인생스토리를 들어봤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닌데 이렇게 큰 상을 줘서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애 후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활 했다는 것에 평가를 잘해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상을 계기로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직장생활에 매진하겠습니다. 특히 공무원 신분을 십분 발휘해 장애인 편의증진을 위한 역할을 찾아서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정호균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행정사무관은 지난 10월 10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09 자랑스러운 척수인상’을 수상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정 사무관은 24살 이전까지는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군복무를 하는 등 평범하면서도 촉망받는 대한의 남아였다.

그러나 시련은 24살이던 해 1993년에 찾아왔다.

군 제대를 불과 수개월 앞둔 1993년 7월 부대 회식 후 동료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정 사무관이 타고 있던 차가 전복을 하는 사고를 당하면서 고통은 찾아왔다.

그 사고로 척추와 갈비뼈가 부러져 하반신 마비의 중증 장애를 갖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정 사무관의 인생은 ‘도전’으로 점철됐다.

“처음에는 좌절했습니다. 언제까지 휠체어에 의존하며 생활해야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고, 이런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우성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책을 선택했다.

병원을 다니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결국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 합격 당당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군 입대 전에 했던 고시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결국 1997년 단 한 번에 국가공무원 7급 공채시험에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비로 해외 연수를 갔다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도전은 또 시작됐다.

2003년 ‘국비 장기 국외훈련자’ 공개 선발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2004년 미국 연수길에 오른 후 2년 동안 꾸준한 공부 끝에 행정학 석사를 수여받기도 했다.

이어 2008년에는 ‘단기 국외훈련’ 선발시험에도 붙어 6개월간 영국 랑카스터대에서 경제학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도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와 이해’를 연구하면서 EU와의 FTA 협정에 있어서 많은 공헌을 남겼다.

휠체어에 의존한 장애인 공무원으로서 장ㆍ단기 해외 연수시험에 모두 합격한 것은 정 사무관이 처음이었다.

그의 연수생활은 단지 연수로 끝난 게 아니라 선진국 장애인제도 중 벤치마킹할 제도를 관련 정부기관에 정책 제안을 하는 등 장애인권익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데 쏟았다.

장애인복지제도 개선을 위한 꾸준한 정책제안 활동으로 장애인의 편의시설 확충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우선 장애공무원 및 민원인들의 청사 접근성ㆍ이용 편의를 위해 화장실,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각종 편의시설의 신설 및 증․개설에 앞장섰다.

또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의 확충도 그의 정책 제안으로 이뤄졌다.

외국에서는 장애인의 주차공간 중 승하차 부분은 빗금 사선처리가 돼 있는데 우리나라 그런 시설이 없었다.

“장애인이 주차를 하고 승하차를 할 경우에는 휠체어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한데 이것이 없어 많은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호소했고, 또 장애 당사자인 저도 많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책제안을 해서 받아들여졌죠.”

그러나 아직은 많은 곳의 장애인 주차공간에 이러한 시설이 부족한 것이 그의 불만이다.

그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속도로나 지방도 휴게소나 편의점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 설치도 그의 업적이다.

그는 앞으로 무료주차가 가능한 장애인 자동차 표시제도를 바꾸고 싶어한다.

현재 1인당 1매로 한정돼 있는 장애인 주차장 표시를 2장으로 늘려 한 장은 휴대가 가능토록해 지방 출장이나 여행을 가서 렌트를 하더라도 편리하게 무료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정 사무관은 법 제․개정 등 정비로만 끝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법 집행에 있어서 법이 살아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현재의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 장애인 주차장 단속은 사회복지과 담당 공무원 1명이 하고 있으나 고유 업무를 핑계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를 경찰서 교통과와 연계해 공동 단속한다면 인원을 굳이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사무관은 꼭 이같은 내용으로 제도개선을 이룬다는 각오다.

정호균 사무관은 공직생활을 하면서 예능적으로 뛰어난 감각으로 많은 사람들을 움직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공무원이자 섹소폰 연주가이다.

“오전 9시 출근해서 밤 12시를 전후해서 퇴근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에만 몰두하는 무미건조하게 생활하는 자신이 싫었죠. 삶의 여유를 찾고자 섹소폰 동회를 결성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달갑지 않은 시선이었지만 지금은 동료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요.”

그는 사고 전부터 무대에 올라가서 악기를 연주하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 학원에서 악기 연습을 꾸준히 한 결과 선수급(?)의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학원을 찾는 것부터 어려웠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지하 또는 2층 이상에 위치한 학원의 문은 높기만 했다. 그러나 꾸준히 학원을 알아본 결과 1층에 위치한 학원을 찾아냈으나 몇 개의 계단이 또 그를 가로막았다.

그의 의지는 이 마저도 깨뜨렸다. 학원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 강습을 받을 수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섹소폰을 연주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플릇을 다뤘으나 두 팔을 악기에 내주고 휠체어에만 의지하는 장애인의 몸으로서는 플릇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것이 악기의 끝부분을 땅에 기대며 몸을 의지할 수 있는 섹소폰을 찾았다. 그가 연주하는 섹소폰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알폰 섹소폰이다.

학원에서의 합주에 재미를 붙인 정 사무관은 정부청사에서 동호회를 만들기로 각오를 했다.

그가 딱딱하고 위계질서가 강한 공직생활에서 섹소폰 동호회를 만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서 동호회 결성에 앞서 학원동료들을 불러 당시 근무부서인 기획예산처 강당에서 시연회를 열고나서 반응이 좋자 바로 동호회 만들기에 나섰다.

현재 20여명의 동호회 회원들이 1주일에 2번 강당에서 강사를 초빙해서 배우고, 그 실력을 직원 결혼식이라든지 체육대회 등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장호균 사무관은 전국의 장애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작은 목표 하나씩을 가지라고 하고 싶어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운동이나 책읽기 등의 목표가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그것을 하기 위해 세면도하고, 밖에 나가기 위해 몸 단장도 하는데 그게 없으면 게으름뱅이 밖에 되질 않아요.”

작은 목표라도 하나씩 달성해 나가면 만족감과 행복감이 생기고 그러다가 점점 더 큰 목표를 세워 실천해 나간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삶이 지루하고 따분하며 결국 좌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해군으로 군복무 시절 배타고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는 것과 목적지 없이 항해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목적지가 있는 항해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피로감을 모르는데 목적지 없는 항해는 할 일이 없어도 피로감이 더해지는 것을 느끼죠.”

정 사무관은 최근 끝나지 않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국제 금융기구에 나간다는 꿈이다.

“공무원 파견제도가 있어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해요. 더 넓은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해 보고 싶어요.”

‘강한 파도만이 나를 만든다’는 신조를 가슴 속에 품고 나약해지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굳건한 삶을 살아왔다는 정호균 사무관.

좌절과 역경을 오히려 성공의 기회로 만든 인생스토리에 또 다른 열매가 맺길 기대해 본다.

 

사진 김미선 기자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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