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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아름다운 얼굴희망을 모으는 사람들
사랑을 실천하는 열정가들
배샛별 기자 | 승인 2009.11.25 10:05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나눔은 다시 ‘희망’이란 이름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각박한 요즘, 마음까지 훈훈하게 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방송인 김미화
“나눔이 곧 배움”
남몰래 선행으로 대통령표창

 

 

지난 9일 늦은 오후, 개그우먼 김미화를 만났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시간을 앞둔 터라 조금은 한가한 모습이다. “평소에 수수하게 다녀요. 오늘은 우리 딸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신발 앞코가 이렇게나 긁혔네.” 편안한 캐주얼차림의 그가 머쓱히 웃으며 운을 뗀다.

순악질 여사로 한국 최고의 개그우먼이자 현재는 라디오 시사프로 진행자로 우뚝 선 김미화. 남몰래 실천해온 이웃사랑으로 올해 9월에는 대통령 표창장까지 거머쥔 그이다. “상을 탄 것은 너무나 기쁜 일이지만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남몰래 선행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전 그분들을 높이 평가해요.”
허나, 이런 겸손한 말과는 달리 그의 나눔은 실로 대단하다. 지난 2006년에는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통해 3000만 원을 기부하여 중증 장애인과 노숙자 등에게 창업을 지원하고, 어려운 이웃의 등록금을 내주었다. 또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2000만원을, 조식을 거르는 아동들을 위해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복권위원회 광고 출연료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는 휴먼다큐방송에 목소리 기부로 참여하며 만성신부전증과 두개골 조기 융합증으로 투병중인 형제 사연의 내레이션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지난 2005년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에 위촉된 그는 ‘굿프렌드’를 창단, 각종 캠페인에 앞장서며 독거노인 방문 및 위로, 아동시설 방문, 각종 홍보 영상물에 무료 출연 등 나눔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회복지란 것이 글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죠. 실천의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돕고 싶으면 행동으로 나서서 도와야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이런 생각은 그를 복지 현장에 있게 했고, 각종 행사시 동료연예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현재 그는 사랑의 열매 이외에도 녹색연합, 유니세프 등 80여개의 NGO단체 홍보대사를 역임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또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선행천사들의 따뜻한 소식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의 소식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인생의 키가 한 뼘씩
그는 나눔을 통해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오히려 많다고 한다. 언젠가 그는 지체장애인들의 가요제에 사회자로 참석한 적이 있다. 장애인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와 춤을 추며 노래를 하는 가운데 모든 장애인들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춤을 추던 이들의 등 뒤에 쓰인 ‘미화언니 사랑해요’란 카드섹션을 본 순간에는 그 또한 하나가 되었다. “당시는 그들이 자존심 상해할까봐 눈물을 꾹 참았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요.”
이렇게 그가 느낀 감동은 여러 곳에서 찾아왔다. “한날은 고아원을 찾아갔는데 어린 아이들이 ‘김미화 아줌마’라면서 절 알아보는 거예요.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고 했어요. 순간 ‘아, 아이들이 날 기쁘게 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했구나’란 생각이 들자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그의 학창시절 기록부에는 ‘영양실조’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동에서 라면과 밀가루를 타 먹을 만큼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는 힘들수록 낙천적인 사고를 했다. 사람을 대할 때도 스스럼없이 다가섰다. “저는 스스로에게 여태껏 살면서 안 된다고 한 적이 없어요. 의심 없이 자신을 믿는 순간 실패는 두렵지 않게 되요. 오히려 실패를 딛고 얻는 게 생기는 순간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렇게 가난했던 지난 날,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는 것과 더불어 하나의 소망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나눔’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어린 날 품었던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루었다. 이제 그는 그의 남편과 함께 ‘죽는 날, 가진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리라’는 마지막 꿈을 갖고 살아간다.
“글쎄요. 나눔이란 내 따뜻한 손으로 남의 시린 손을 잡아주는 것이 아닐까요. 물질적인 것으로만 남을 도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사실은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손을 맞잡으며 온기를 전하는 것만으로 누구나 나눔 천사들이 될 수 있답니다(웃음).”

의료인 이의석
“마음까지 치유해요”
900명 이상 소외계층에 의료봉사

 서울 종로에 자리한 이비인후과. 그곳에 지난 10년 간 고아와 부랑아 등 소외된 이들에게 의료봉사를 실천해온 이의석 원장이 있다. “이는 모두의 봉사이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꺼리던 그를 설득하다시피 하여 만나볼 수 있었다. 인터뷰 내내 나지막한 음성에 겸손한 성품이 묻어났다.
이 원장은 생명보험협회에서 시행한 ‘제1회 생명보험 의인상’ 시상식에서 수년간 사회복지시설에 진료실을 설치하고 900명 이상의 소외계층에게 무료검진 및 수술을 해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2000년도 그는 가톨릭 신자인 아내를 따라 간 은평구 ‘소년의 집’에서 대부의 자격으로 첫 영성체식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소년의집에는 무료병원이 있었지만 이비인후과는 없었어요. 중이염에 걸려 열이 나고 아픈 아이가 생길 때면 수녀님들이 아이들을 업고 산길을 걸어 내려가 이비인후과를 다녀온다고 하셨어요. 마침 제가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렇듯 우연한 계기로 그의 진료봉사는 시작됐다.
이 원장은 우선 대한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를 통해 장비 지원을 받아 소년의 집 내부에 이비인후과 진료실을 마련했다. 이어 아이들의 진료를 실시했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신의 병원에서 시술하거나 타 병원과 연계시켰다. 일손이 부족하면 그의 아내와 딸이 서로 나서서 도왔다. 이어 더욱 체계적인 진료 봉사를 하고자 마음먹은 그는 협의회에 진료봉사 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을 맡았다.
“사실 진료봉사를 갈 때는 별 생각 없이 갑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나올 때 얻는 것이 더욱 크기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조금도 아깝거나 하지 않아요.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현재 대한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인 이 원장과 함께 많은 의사들의 정성이 소외된 이웃에 전달되고 있다. 소년의집, 영보자애원, 은평마을,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라파엘클리닉에 이르기까지 매주 진행되는 진료는 참여의사 수가 점차 늘어나, 이제는 의사 일인당 한 달에 한번 정도 참여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가 됐다. 50여명이 넘는 협의회 회원들은 봉사진료 외에도 저마다 매년 백만 원씩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등 소외된 이웃에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의석 원장은 올해 말 협의회 회장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진료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소외된 이들의 몸을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 속에 곪았던 상처까지 나을 수 있도록 그와, 협의회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단지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했더니 그보다 더 큰 보람과 기쁨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 기쁨을 계속해서 누리면서 살고 싶습니다.”

중구보건소 김후봉, 김희봉
“우리는 때밀이 공무원”
장애인·치매노인 찾아 이동목욕 실시

 중구보건소 ‘찾아가는 사랑의 이동 목욕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보건과 김후봉(58) 김희봉(54)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이동목욕차량을 끌고 다니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중풍ㆍ치매 환자들의 청결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이들은 중구보건소의 이동목욕 수혜자 50여 명 가운데 하루 5~6명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이동목욕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목욕하는 날을 기다리는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이동목욕을 실시합니다.”
이들은 당직 바로 다음날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 동네를 누빈다. 좁은 골목길에 이동목욕차를 간신히 몰고 가서, 또 무거운 욕조를 방안에 들이기까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는 이들. 김후봉씨는 “사실 온종일 물에 손을 담가야 하는 일이라 손이 많이 붓는데다, 욕조나 물을 나를 때면 팔이 저려 거의 녹초가 돼 귀가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김희봉씨가 “이동목욕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분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나,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힘든 실상은 타 보건소의 사례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이동목욕 업무는 젊은이들도 한두 달이면 그만두기 일쑤여서 타 보건소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사업을 중단한 경우가 많기 때문. 하지만 김후봉 김희봉씨는 각 12년, 7년에 달하는 이동목욕사업의 베테랑이 되었다. 김희봉 씨는 “이동목욕차량이 방문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해 밤잠을 설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동목욕 시 아들처럼 대해주시는 어르신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다”며 “깨끗하게 목욕해드린 노인이 다음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김후봉씨도 이에 공감하며 “항상 우리 부모님을 모신다는 생각으로 노인 분들을 만난다. 그래서 더 보람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거 같다”고 전했다. 자신을 향해 고마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고.
최근 서울시에서 실시한 선행모범공무원 시상식에서 선행 실천 감동상을 받은 김후봉씨는 수상을 통해 받은 50만원을 전액 지역민들을 위해 기부했다. 그는 “이동목욕을 다니며 두루 살피다보니 지역민들의 힘든 사정은 훤히 알고 있다”면서 “그들을 위해 상금을 기부하는 일쯤은 아무렇지 않았다”고 전해왔다.
김후봉씨는 내년이면 정년을 맞는다. 그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내 생활이 지켜지는 한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봉씨도 “이동목욕사업을 끝으로 선교사가 되어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베풀어야 그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요. 누구나 늙어 노인이 되며, 어쩌면 힘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데 젊은이들이 이것을 감안해서라도 주위를 살펴보는 눈을 갖길 바랍니다.”

경찰 사진가 최태희
“민중의 지팡이, 장애인 위해 사진 기부”
공모전 입상작 106점으로 자선전시회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강남장애인복지관(관장 박정근) 내 장애인용 경사로에 있는 ‘액티브 아트 갤러리’에서 지난 10월20일부터 11월19일까지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서울 수서경찰서 수서파출소 소속 최태희(54)경위. 현직경찰이자 사진작가인 그는 지난 16년간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 500여개 가운데 총 106점을 강남장애인복지관에 기부했다.
전시회는 최 경위의 ‘공모전 500회 수상기념’과 동시에 소외 계층인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증진’을 위해 기획됐다. 사진은 작품 당 5만원에 판매되며, 판매 수익은 카메라 구입 및 활동보조비 등 장애인들의 사진 활동에 사용된다.
지난 6월부터 복지관 내 장애인사진촬영회 ‘공감’의 전문 강사 봉사자로 지내온 최 경위는 “강의에 열중하는 장애인들을 보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문화소외계층인 장애인을 위한 문화기부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인정 사회복지사는 “최태희 작가의 지도로 문화예술 활동에 소외된 장애인들이 전문적인 사진교육을 받게 됐다”면서 “사진 강의가 있는 날은 장애인들의 표정부터 밝다”고 말했다.
최 경위의 수업을 받는 장애인들 가운데 본인 카메라를 소지한 경우는 전체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 수업 시마다 어렵사리 카메라를 대여해 수업에 참가하곤 했다. 하지만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장애인들은 열정을 갖고 수업에 임했다.
최 경위는 “비장애인들에게 사진은 일상이 될 만큼 흔해졌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에겐 멀기만 하다”며 “이번 전시회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 경위가 장애인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4~5년 전부터였다. 장애인단체의 행사 무료사진촬영,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첩보 제출 등 평소 장애인에 관심을 가져온 것. 이런 그를 보고 자란 대학생 딸은 “사람을 위한 사람이 되고 싶다”며 아예 전공을 사회복지로 정했다.
“먼저 가족을 안아주세요. 가정이 온전해야 대외적으로도 건강한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최 경위는 건강한 외부 활동을 위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테면 그가 아내를 대신해 장을 보며 설거지를 하는 등 가정에서 실천하는 작은 봉사가 가정을 더 화목하게 만들어 바깥일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 가끔 시장에서 장을 볼 때 노인들의 남은 물품을 몽땅 구입하는 바람에 아내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그의 성품을 아는 아내의 핀잔은 칭찬에 더 가깝다.
이처럼 그가 가정에서부터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데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영향이 컸다. 가난하게 지내던 지난 날, 이웃들에게 받은 도움이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가올 2010년에는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웃음)”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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