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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사람들“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사람들
배샛별 기자 | 승인 2009.12.24 09:13


매일같이 새벽별을 보며 눈을 뜨는 사람들이 있다. 동편에서 붉은 해가 떠오르기 전부터 이들의 손발이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일을 하며 내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이번호에는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사람들
‘알람은 언제 끄고 또 잤을까?’라는 찜찜한 의문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현대인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알람을 끄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 때 한편에선 이미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잠깐 동안 주위를 둘러보면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이 곧잘 눈에 띈다. 사람들이 어질러 놓은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승객들을 안전하게 행선지로 데려다주는 전철·버스·택시 기사,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소방관, 안전을 위해 새우잠을 자는 경찰관 등이 그들이다. 그밖에도 여러 직종에서 하루일과를 아침에 여는 사람들이 있다.

“기상은 3시 출근은 4시”
 

 아직은 어둑하기만 한 새벽 4시. 대다수 사람들이 이불 속에서 단잠을 자고 있을 때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한 손에는 빗자루 다른 한 손에는 쓰레받기를 든 채 거리로 나서는 이가 있다. 매일 새벽부터 오후 세시까지 어질러진 길거리를 청소하는 정연식(39)씨.
정씨는 지난 2003년 구로구 환경미화원 1기로 입사해 6년째 일을 하고 있다. 한 달에 두 차례 쉬는 날을 제하고는 매일같이 거리에 나와 아침을 쓴다. 날씨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줄곧 밖에서 활동해야 하는 고된 업무이지만 정씨는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
환경미화원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매년 채용 경쟁률이 수십대 일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노부모와 한창 커 가는 어린 아들을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가장으로서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는 것이다.
정씨는 “이른 새벽 출근길이 버겁지만 보람과 가치 여기에 안정성까지 두루 갖춘 일이라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그의 12살 난 아들은 이런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한다고.
정씨는 틈나는 대로 산악자전거를 타며 체력을 관리한다. 때때로 인생얘기를 안주 삼아 술자리를 즐기는 그에게 있어서 매일같이 이른 새벽 거리를 나서기 위해 체력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으로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통해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 제 새해소망입니다. 참 술도 좀 줄이면 좋겠네요.” 그는 오늘도 거리에 떨어진 희망을 쓸어 담고 있다.

“50년 노점상 인생을 맞아”
서울 종로 5가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과 물건 값을 흥정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세상살이에 의욕이 없을 때 재래시장을 가보라는 말이 있듯이 시장 안은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땀과 소리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 박복순(72)씨는 벌써 47년째 광장시장에서 과일노점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며 노점을 지었다 열었다 반복하길 수십 년. 이제 제법 크던 노점은 대형 마트에 밀려나 세평 남짓한 작은 규모로 줄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풍족하다. 그는 “손님도 줄고 벌이는 적지만 시장에 나와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밌다”며 “일하며 용돈도 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손님들은 박씨를 찾아와 과일을 사며 세월을 담아간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과일노점을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있어서 박씨는 흘러간 세월이 아쉽지만은 않다.

그는 현재 과일을 판돈으로 3남 1녀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인화동에서 혼자 거처를 마련하여 살고 있다. 그 흔한 난방 기구 하나 없이 도포에 몸을 덮은 채 추운 겨울을 나고 있지만 자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스스로 벌어 살아갈 수 있다는 데에 삶의 의욕이 솟구친다.
그는 일 년 전 아프던 무릎을 수술한 후 걷기를 운동 삼아 출퇴근하고 있다. 무려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동안 노점을 운영해온 그에게 추위나 질병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점을 꾸려나갈 작정이다. “몸이 성할 때까지 계속 해야지. 한 3년은 더 하면서 손주들 용돈도 좀 주고(웃음).”

“생생한 생활전선, 아침부터 실감”
분주한 세상풍경을 마주하고 싶다면 여기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바로 아침 출근시간대 지하철이다. 아침마다 승객 300만 명이 몰려드는 서울 지하철 역사는 생기가 넘친다. 이곳에서 만난 서울지하철 공사 직원 박영혜(55)씨.
그는 현재 서울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근무는 9시부터 7시까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뉘어 이주씩 교대로 이루어진다. 야간조에는 역사에서 불편한 잠을 자야하고 늦은 시간에는 취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지만 그는 ‘항상 즐겁게 일하자’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한다. 그래서 그는 지난 25년간 단 한 번의 결근도 하지 않았다.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곧 저를 만족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 역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제 베스트 미소를 지어 보인답니다.” 이처럼 마음에서 피어나는 웃음 덕에 고객들로부터 “미소가 예쁘다”는 칭찬도 곧잘 듣는다는 박씨.

 
그의 새해 소망은 그저 묵묵하게 지금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자세로 일과 가정을 꾸려가는 것이라고 한다. 가정에서나 일터에서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아침이면,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으로 우르르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을 걸 느낍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오려는 모습, 바쁘게 걷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서로가 뛰면서 열심히 살고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은 것이죠.”그 역시 매일 아침풍경을 마주하면서 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 것을 다짐한다.

“희망 싣고 달려요”
버스기사시내버스 운송업체 시민여객의 차고지가 분주하게 아침을 열고 있다. 일렬로 늘어선 버스들 사이로 청소도구를 짊어지고 버스로 오르는 이가 있어 그 뒤를 따랐다. 사람들의 발길이 묻어난 버스 바닥을 밀대로 열심히 훔쳐내고 있는 버스기사 이준형(46)씨. “고객들이 타는 차량이니만큼 청결하게 유지해야죠.” 청소부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틈틈이 구석구석 쓸고 닦는다는 이씨.
그는 서울시내버스 600번의 운전수로 지난 8년 간 서울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다. 백화점 셔틀버스를 운전하던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새벽 3시면 집을 나서야하는 주간운전과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야간운전을 반복하는 시내버스운전수가 됐다.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운전수 일만 고집하는 이유는 세상풍경을 마음껏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곳에 가만히 있기보다 이곳저곳을 보고 즐기길 좋아하는 탓에 새벽잠을 떨치고 운전하는 일이 매우 즐겁단다. “운전수란 직업은 중독이에요. 아마 저와 같은 운전수들이 대부분 공감할 겁니다. 운전하다가 다른 일을 하자면 영 지루해서 하기 힘들죠.”
그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버스를 타려고 줄지어 선 사람들과 바삐 승차하는 승객들을 보면서 ‘오늘도 무사히’를 마음에 되새긴다고 한다. 이런 다짐 덕분인지 여태껏 단 한 번의 교통사고도 내지 않았다고. “더러 행선지에서 내리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내리겠다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애를 먹기도 하지만 반면에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웃으며 인사할 때는 참 기분이 좋습니다.”
그는 오늘도 변함없이 시민의 발이라는 자부심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아침 출근길, 희망을 갖고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을 싣고서 말이다. “2010년은 나라경제가 밝아져서 버스를 이용하는 서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덕분입니다
사람들은 늘 소중한 것이 가까이 있을 때 그 소중함을 모른다고 하듯, 공기처럼 우리 삶에 와 닿아 있는 이들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침을 여는 사람들은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다. 아침을 여는 시간, 우리가 하루의 첫걸음을 내딛을 때 하루를 활기차게 맞이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이들이 준비해 놓은 아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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