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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로 숨 쉬다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
아시아 여성주의 연대 모색 및 확산
배샛별 기자 | 승인 2010.02.26 09:56

풀뿌리를 만나다_언니네트워크

 

여성들의 삶과 욕망에 가해지는 가부장적 사회의 고정된 견해, 시선, 편견을 깨뜨릴 언니들이 떴다. 자유로운 여성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공간. 여성주의 커뮤니티 ‘언니네트워크’다.

‘재기발랄’한 페미니스트

언니네트워크는 여성 친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00년 결성, 성적 차별과 억압이 종식된 사회 구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단체의 회원 수는 250여 명, 이중 남성회원이 20%를 차지한다. 활동 주축은 대부분 20~30대이다.

운영자금은 후원금과 수익사업을 통한 수입, 비정기적 모금사업을 통해 지원한다. 현재 언니네트워크 사무국이 위치한 서울 동교동 주택 역시 지난 2007년 겨울, 독립적 활동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자행한 ‘언니네 무한도전 모금회’를 통해 마련했다.

언니네트워크 활동가끼리 서로 별칭을 부른다. 일상 속의 평등, 관계, 소통을 중시하는 만큼 조직 내부 운영과 문화 역시 민주성과 진보성을 띠게 됐다. 이는 가부장적인 질서를 구시대적인 것으로 보는 여성주의 실천방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김명란 사무국장이 언니네트워크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위성은 사무국원(별칭 가락)과 이김명란 사무국장(별칭 몽)
그는 언니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제1회 페미니즘 캠프를 참여하기 시작해 캠프기획단, 활동 운영위원을 거쳐 대표가 됐다. “저는 ‘누군가를 위해’가 아닌 ‘나 자신’이 즐겁게 살고 싶었어요. 결국 제 방식과 가장 부합하는 일을 찾은 거죠. 언니네트워크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겁게 활동할 수 있어요. 덕분에 5년간 80명이 넘는 활동가가 있었죠. 기간에 비하면 꽤 많은 숫자랍니다.” 언니네트워크는 활동가 개개인의 자율성에 기초하여 활동 부담은 적은 반면 과정은 유쾌하다. 이들이 가족적인 분위기로 끈끈한 단합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여성주체의 문화 파워

여성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문화는 중요한 매개체다. 언니네트워크는 여행과 놀이, 음악, 글쓰기 등 다양한 여성주의 문화를 창조하고 공유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맞춰 조직은 팀 위주의 운영방식을 채택했다. 액션공감팀, 편집팀, @아시아팀 그리고 지난해 꾸려진 패미디어팀이 그것이다. 각 팀은 자체적으로 사업을 기획·실행·평가한다. ▲아시아 프로젝트 ▲꼬매고 싶은 입 ▲페미니즘 캠프 ▲비혼 프로젝트 등은 익히 알려진 언니네트워크의 기획 사업이다.

지난 2007년부터 실시한 아시아프로젝트는 아시아 5개국(한국, 말레이시아, 홍콩, 필리핀, 대만) 여성 활동가들이 모여 각국 페미니스트들의 역사와 전망을 논의한다. 국내외 페미니스트들 간의 교류와 정보 공유를 확장하기 위해 사이버 거점인 블로그 ‘페미지아’를 운영하기도 했다.

언니네트워크에서 매년 열어온 행사 ‘꼬매고 싶은 입’은 여성 비하 및 성차별적인 발언·행태를 세상에 알리고 반성을 촉구하는 활동이다. 특히 작년 6월에는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꼬매고 싶은 입’ 시상식으로 확장시켜 진행했다. 행사는 아시아 각국의 대표적인 여성 비하 발언을 한 인물들을 후보로 올리고 참가자들이 투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투표결과 대상 재봉틀상에는 “얼굴 덜 예쁜 마사지 걸들이 서비스 좋다”, “낙태는 반대지만 아이가 불구일 경우 불가피” 등의 발언들로 이명박 대통령이 뽑혔다. 대바늘상에는 “공사가 끝난 화장실은 새 신부와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더러워지고,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25분마다 청소해 주어야 한다”고 발언한 사미 벨루 말레이시아 전 노동부 장관이 선정됐다. 본드상은 “동성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가족 가치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한 홍콩의 윙성치 민주당 국회의원이 수상했다.

이밖에도 “이혼녀들이 이혼 당한 것은 음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압둘 파타 말레이시아 이슬람당(PAS) 소속 의원, “동성애자 결혼을 합법화하면 국가 전체가 망할 것”이라고 발언한 호슈이셩 대만 국회의원 등이 후보에 올랐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에 이어 작년에도 ‘꼬매고 싶은 입’에 선정됐다. 이 대통령은 “자아실현도 좋지만, 아이를 낳는 행복감을 모르기 때문”, “어려울 때일수록 결혼도 빨리 하는 것이 좋다”는 등 저출산 관련 발언으로 여성들에 빈축을 샀다.

언니네트워크 측은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출산을 꺼리는 여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의 화살을 받는 여성이 많은데, 이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꼬매고 싶은 입’ 수상자는 활동가들의 발언, 온라인 투표 등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진 1년간의 제보를 바탕으로 선정하는 반면 수위에 따라 ‘대바늘상’, ‘재봉틀상’, ‘본드상’을 시상한다.

매해 연말 독특한 방식으로 수상 결과를 발표해 많은 언론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도 많다. “활동 취지나 목적을 잘 아시는 분들은 통쾌해하는 반면 아닌 분들도 계시죠. 간혹 ‘너희가 그런 상을 수상할 권리가 있느냐’는 이메일도 보내시고요.” 언니네트워크 측은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지위에 있으면서도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은 사람을 선정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언니네트워크 ‘비혼프로젝트’는 결혼을 ‘못한’게 아니라 ‘안한’ 것이라는 비혼을 선언하고, 비혼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꼬집는 활동이다. 작년에는 비혼 여성들의 독립적인 삶을 지지하기 위해 ‘비혼열전’이란 이름의 역사 속 비혼찾기 칼럼을 연재했다.

이 외에도 단체는 채널 ‘넷’, ‘감자모임’, ‘징검다리 여성학’, ‘언니네 영화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웹진 채널 ‘넷’은 최근 첫 오프라인 매거진 FF(Feminist Fever) 준비호를 펴낸 후 정식 발간을 예정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과 비혼을 주제로 엮은 에세이집 ‘언니들 집을 나가다’를 출간하여 ‘2009 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함께 즐겨요, 행복 네트워크

여성주의 네트워크의 핵심은 ‘차이’로 구성되는 네트워크에 있다. 성정체성, 성별의 차이는 언니네트워크를 방해하는 조건이 아니라 더욱 풍부하게 하는 조건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여성주의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과 활동을 기획하며, 동시에 성소수자 및 여성 차별적 행태에 일침을 가할 작정이다.

 

또한 모든 활동 진행과정에 활동가와 회원들의 공유·공감이 극대화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 회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강요받는 여성성은 탈피,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누리려는 언니들의 당당한 외침이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게 한다. “누구에게나 지지·공감·연대가 되어줄 수 있는 공간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러한 공간을 통해 더 다양한 여성주의자들이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김명란 사무국장)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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