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더불어사는사회 특집/기획
세상과 소통하는 에이블아트휠체어 올라, 공연횟수 100회 훌쩍
연극아카데미 열어 예술인 육성
배샛별 기자 | 승인 2010.03.02 15:12


손발이 떨리고 발음이 샌다. 몸을 가누기 힘들어 휠체어에 의지한 채 대사와 노래를 하지만 희망과 열정을 갖고 무대에서 새로운 세상을 채색하고 있는 그들. 장애인이기 전에 당당히 배우임을 밝히는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이다.

단절된 소통, 연극으로 뚫어

송정아 단장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은 십년동안 독립생활연대 활동가로 지낸 송정아(38) 단장을 주축으로 지난 2001년 창단했다. 당시 사회 전반은 장애인들의 대외활동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였다. 송 단장 역시 이에 맞춰 장애인을 위한 사회활동을 모색하던 중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예술, 그 가운데 ‘연극’을 선택하게 됐다.
“당시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 권익 찾기가 목적이었다면 ‘휠’은 공연을 통해 사회경험이 전무하던 장애인들이 인식을 바꾸고 비장애인들과 같이 스스로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길 바랐어요. 연극이란 예술 활동을 통해서 말이죠.”
극단 명칭에도 동일한 의미가 부여됐다. 휠체어 바퀴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이름 붙여진 ‘휠’이 그것이다. 공연작품도 마찬가지다. 극단이 순회공연을 위해 만든 세미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는 모습을 담았다.
극단은 장애인들에게 연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교육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실시한 연극아카데미는 배우의 꿈을 가진 장애인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표현능력이 서툴러 스스로 감정을 발산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 “아니죠~” 배우 “맞습니다!”

발음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개선한다.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신림역 근처 극단 휠의 지하연습실. 테이블 당 서너 명씩 나눠 앉은 단원들이 연습에 한창이다. 한쪽에서 입 모양을 따라 하며 발음연습을 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선 대본을 점검하며 표정 짓기에 열중했다.
단원들은 대부분 중증장애인이다. 시각 장애, 뇌성마비, 뇌병변, 하반신 마비를 앓고 있는 등 1~3급 장애를 앓고 있는 8명의 배우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일 년이 채 안된 신입단원과 연습생이 있는가하면 8년차에 달하는 선참도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꼬박 8시간을 연습한다. 오전에 음악수업을 하고 오후에 연출가와 같이 연기와 발음을 연습한다. 공연이 있을 때면 밤을 새운다.
“어릴 때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감정표현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아요. 비장애인들이 1년 동안 연기수업을 받는다고 생각할 때 장애인들은 그 곱절의 노력을 해야 하죠. 그래서 연습과정에서부터 열심히 호되게 스스로를 단련시켜요. 어느새 의지도 강해지고 연기도 훌륭해지죠.”

어눌한 말투, 떨리는 손발 때문에 연습량은 늘어나고 몸은 고단하지만 의욕만은 차고 넘친다. 지난해 휠에 입단한 문여진(29·여)씨는 “연기를 하노라면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 가장 속상하다”며 “하지만 스스로 부딪혀 이겨내야 할 부분임을 알고 최선을 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유민(33·여)씨는 지난 2003년 소위 대기업이라는 회사를 관두고 휠에 입단해 배우로 지내고 있다. “연극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듯 배고픈 직업이잖아요. 처음은 금전적으로 어려워 갈등했는데, 배우생활을 하다 보니 무대를 떠날 수 없었어요.” 십대 때부터 원 씨의 꿈은 연기자였다. 장애에 대한 편견 탓에 그 꿈을 접고 살아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휠을 알게 됐고 결국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실현하게 됐다. “동정심에서 나오는 박수가 아닌 당당한 배우로 박수 받고 싶어요. 무대에서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거든요.”
연극을 통해 무대에서 꿈을 이룬 사람이 있는 반면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 사람도 있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선영(24·여)씨는 정신장애와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대신 할머니 손에 자랐다.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움직임 때문에 학창시절 왕따를 당하면서 서럽게 지낸 그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우울증까지 앓았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인터넷을 통해 휠을 만났다. 그리고 현재 그는 배우를 꿈꾸는 당찬 여성이 됐다. “이제 남들 앞에 나서기도 곧잘 해요. 지난 시절이 힘들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는 나날이 너무 고맙고 행복해요. 언젠가는 장애가 붙지 않는 그냥 ‘배우’로 기억될 만큼 훌륭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공연을 준비하는 단원들 모습. 회의가 한창이다.
 극단 최고참 8년차 김득규(32·남)씨 역시 무대에서 행복하긴 마찬가지다. “연극을 할 때면 경험하지 못한 감정들이 솟아나요. 특히 공연엔딩곡이 흘러나올 때면 벅찬 감동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집 밖을 나서기조차 꺼리던 김 씨는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소통 연극의 지평 확대
휠은 더 이상 아마추어 극단이 아니다. 10년차 베테랑 극단의 공연 횟수는 지난 해 100건을 넘어섰다.
전국 장애인 복지시설을 돌며 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 나눔 연극제 등 크고 굵직한 행사에도 참여했다. 대학로 극장이나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에서도 공연했다. 교사들을 상대로 한 교육청 세미나 초청공연 이후에는 “우리 학생들 앞에서도 공연을 해 달라”며 섭외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부산국제연극제 ‘십분 연극제’에서 특별상을 탔다. 그 전년도에는 대상까지 수상했다. 또 2월에는 노동부 예비 사회적 기업에 선정돼 배우 일인당 월 7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창단 당시 “장애인이 무슨 연극이냐”며 극단 활동을 인정하지 않던 시선들을 거두고도 남을 만한 수확이었다.
이제 이들의 최종목표는 공연장을 갖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찾는 공연장 시설은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극단은 이런 점을 보완해 장애인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극장을 만들고 언제든지 연극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애인들 모두가 넓은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휠의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회를 공유하고 또 희망과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체성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에게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한편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편견의 벽을 허물고자 앞장서 왔던 휠. 앞으로도 이들 무대가 행복하게 빛나길 바란다.

2009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 당시
 

배샛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샛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3  |  팩스 : 02-847-8424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0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