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은 겨울을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녹이고 싶다면, 혹은 새큼한 과일향의 차 한 잔으로 미리 봄을 맛보고 싶다면, 그 무엇보다 시끄럽고 복잡한 인간관계에 마음이 지친 이들이라면 이곳을 만나보자. 효자동 골목 어귀 조그만 마을버스 종점 앞에 자리한 카페 티아트의 문을 열면 자연스럽게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말이 필요 없는 카페
지난해 가을 오픈한 카페 티아트는 조금 특별한 공간이다. 오랫동안 차 관련 사업을 해온 박정동 대표가 조금은 숨어있는 효자동 골목 어귀에 터를 잡고 세 명의 청각장애우를 불러 모은 것이다. 카페에 들어서 자리에 앉으면 젊은 바리스타가 메뉴판과 함께 화이트보드를 건네준다. 주문은 메뉴 이름 옆에 쓰인 축약 기호를 화이트보드에 쓰면 된다. 예를 들어 카페 라떼는 C.L과 같은 식이다.

 “카페를 구상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청각장애우들로만 구성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 장애우와 함께 일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청각장애우들이 뒤에 숨어서 일하거나, 도와주는 역할에 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의 말은 곧, 카페 티아트는 전적으로 청각장애우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카페 콘셉트는 인테리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페에 주를 이루는 제품 브랜드의 이미지가 블랙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제품을 살리는 대신 사람을 살리는 인테리어로 밝고 깔끔하게 한 것이죠.”
자칫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마음까지 어둡게 할까봐 박 대표는 옅은 원목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카페를 꾸몄다.
청각장애우들을 카페에 배치하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박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는 국내 유명의 티마스터와 바리스타를 통한 메뉴 교육에 들어갔지만,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 달 간의 교육 끝에 티아트의 최종멤버가 구성되었다. 양준상, 편예준, 오성열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한층 밝아지고 표현도 많이 하는 등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청각장애우들이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행복함을 아는 것. 이것이 박 대표가 꿈꾸던 공간의 첫 번째 방향이었다.

감동과 가치를 전달하고자
박정동 대표가 이와 같은 카페를 구상한 이유가 자못 궁금해진다. “2년 전 사업 차 인도를 방문했습니다. 차 회사와 농장을 둘러보던 중 들른 레스토랑에서 청각장애우를 만났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잘 해주려고 하는 것이 느낌으로 전해져서 감동을 받았어요.”
인도에 대해서 문화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뒤떨어졌으리라 생각한 박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오히려 이들이 우리 문화보다 앞서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더욱이 언어가 없어도 마음은 통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청각장애우들을 통해 자신이 전달 받은 감동을 다른 이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돈이 아닌 가치로써 중요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콘셉트의 카페를 준비하는 과정은 꽤 지난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수화를 배우러 다니면서 농아 세계와 문화를 배워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농아학교와 복지관, 장애인공단 등을 찾아다니며 40여명의 장애우들을 모집했다. 하지만 면접을 보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이들이 장애로 인해 한글을 배우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꿈을 접지는 않았다. 그는 오히려 수화를 더 열심히 배우고자 했다. 거기에는 이들이 ‘그동안 이렇게 어렵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희망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더해져 그의 결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것이다.
“뜻하지 않은 장벽도 많았어요. 카페에 대한 밑그림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청각장애우들이 선뜻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개인의 성격이나 주변 환경 등이 걸림돌이 되어 적당한 멤버를 찾기 어려웠어요.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멤버도 오픈 날 오지 않았습니다.”
박 대표는 한 달 반 정도 의심과 편견으로 그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설득의 설득을 거듭했다.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와 마음이 만나는 예술
그렇게 해서 오픈을 하게 된 카페 TEART는 TEA+ART+HEART의 조합어이다. 차와 마음이 만나는 예술, 혹은 차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마음 등 차가 가진 다양한 미덕처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카페가 여느 카페와 달라서 혹 불편한 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 아닐까요. 손님들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먹을 것이나, 아기자기한 악세사리와 소품들을 건네는 것을 보면 분명 제가 받은 감동이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박 대표의 말처럼 아니나 다를까. 카페는 손님들의 마음까지 더해진 따뜻한 메모와 직접 만든 소품이 걸려 또 다른 예술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더욱이 이러한 티아트의 3인의 청각장애우들은 손님들에게 훈남바리스타들로 통한다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티 전문가반 강의를 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해서는 다른 시스템으로 교육하게 됩니다. 다양하고 깊은 맛의 차를 좀 더 맛있는 감동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서서히, 그리고 끊임없이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박 대표는 이들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고, 자신이 받은 감동이 백이라고 하면 거기에 가깝게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감동의 평균치를 끌어들이고 싶다. 그리고 또한 청각장애우들에게 좀 더 많은 일자리,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장애는 그저 또 다른 유형의 사람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에게 또 다른 재능이나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좋은 에너지, 기쁨이나 힘을 가지고 갔으면 합니다.”
카페 앞에 예쁘게 쓴 손글씨처럼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간, 티아트의 모습이었다.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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