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가마솥에 여러 개의 숟가락이 꽂혀있다. 이것이 만약 오늘 주인공의 태몽이라면? 아마도 우리는 그 모습 하나에도 ‘마치 소득의 공평한 분배를 상징’하는 것처럼 특별하게 느낄 것이다. 더불어 살고자 하는 가치관으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그리며 지역운동을 펼쳐온 그의 활동이 추구해온 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말이다.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 사무국장 서희정 사회복지사(49)를 만났다.

지역운동의 테마를 복지로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의 서희정 사무국장은 사회복지사보다는 오히려 지역운동가에 가까운 활동을 펼쳐왔다. 남들

보다 조금 늦게 입학한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시작한 지역운동이 차츰 테마와 지역을 옮겨오며 꾸준히 확대되어 온 것이다.
“80년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인접 지역인 시청과 광화문 등지를 자주 접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운동을 펼치는 데는 무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외곽운동으로서 지역운동을 선택했습니다.”
서 사회복지사가 이렇게 시대적 배경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시작한 활동은 먼저 야학 내 무료도서대여실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또한 후에는 지역운동테마를 환경 쪽으로 전환해 지금의 광진주민연대의 전신을 마련했고, 결혼을 계기로 안산 쪽으로 활동을 옮기면서 지역운동의 판을 광역으로 확장했다.
“일본 동경에서 잠시 거주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그곳에 설립되는 노숙인 시설이 일일노동자들의 폭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처럼 처음 활동을 하면서 ‘복지’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한동안 ‘복지’라는 용어를 꺼려했다. 체제유지 보다는 체제를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보다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활동을 도모했다. 지역운동의 테마를 다시 ‘복지’로 전환하고,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지고 법률을 제도적으로 만드는 역할에 착수한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좋은조례만들기 활동을 펼치며 자활지원조례 및 보육조례를 제정, 발의했고 장애인조례 제정에도 힘썼다. 그러면서 그는 보다 전문가로서, 정책운동가로서 역량을 높이기 위해 39세에 2000학번으로 대학원에 진학,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도 병행하게 된 것이다.

참여주민을 위한 자활일꾼으로
서희정 사회복지사는 앞서 언급한 대로 광진주민연대에서의 환경운동과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지고 조례 제정 등의 역할을 인정받아 2005년 3월, 지금의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에 입사했다. 여기에는 그간의 지역 운동 등으로 서 사회복지사가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점이 됐다.
“당시 자활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50%이상이 빈민, 실업운동을 하거나 기존 사회복지계에서 일해오던 분들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복지계와 시민단체 쪽에서 일한 마인드가 조금  다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것이 이들이 보다 하나 되는 자활일꾼으로서 서로를 만드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서 사회복지사가 ‘자활’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주체적으로 참여 지원할 수 있으며, 운동성이 있기 때문이라면 반대로 사회복지계의 생리에 취약한 단점도 있었다.
“사회복지계에서 일해 온 사람은 바라보는 관점과 방안이 복지 쪽 생리에 잘 맞춰져 행정과 제도를 활용하는데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시민단체는 어떤 원칙으로 어떻게 일해 나갈 것인가 하는 원칙을 강조하여 서로간의 마인드를 교류하고 조합하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서울지역자활센터는 가난하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받는 일이 없이 당당히 우리 사회의 주인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주체성을 키워내는 일, 주체성 회복운동의 자활사업, 노동을 통한 주체성, 사회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신성한 노동활동을 지원하며  최고보다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선을 지향하고자 한다.
“처음 야학에서 도서대여실을 운영하며 만난 중학생이 청년이 된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어요. 이들을 보면서 ‘빈곤의 대물림’을 누구보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이들에게 빚진 게 있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서 사회복지사가 자활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주목하고 기관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참여주민을 위한 일꾼으로, 기관에서 일하는 실무자이자 종사자로서의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것이다.
보다 큰 그림을 그리다
한편 서 사회복지사는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와 서울복지시민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서울지역사회단체 모임을 추진하는 등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2007년 서울복지시민연대가 발족되었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서울이라는 지역을 매개로 시민과 함께 지역운동을 실천하고 국가의 복지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 차원에서 복지예산의 확보와 복지정책을 만들어가게끔 실천하는 복지시민단체입니다.”
이처럼 서 사회복지사는 스스로 자신이 활발하게 큰 그림을 그려갈 수 있는 것은 ‘지지받고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족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머니는 어려운 친지와 동네사람들의 학비를 내주는 등 주변사람을 챙기곤 했습니다. 생활이 어려울 때는 계란 한 판이라도, 식용유라도 나눠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요. 누군가를 돕고 있는 어머니를 통해 ‘자긍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서 사회복지사 역시 어제보다 오늘 더,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은 계획이 있을 것만 같다.
“우리 사회에서 어머니라 불리는, 50대 여성들의 파워가 어느 조직에서든 큰 것 같아요. 지역사회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들 또한 40대 후반에서 50대거든요.”
그는 이렇게 밝히며 자신 또한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앞으로 80세까지 지역복지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그는 우선 언젠가 일본에 거주하면서 키운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사업을 연계하고 지원하고 싶다. 전문적인 운동가로서 정책전문가로서 앞으로도 그가 우리곁에 우뚝 서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김미선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