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는 실감나는 목소리 연기로 동화를 읽어주는 엄마들이 있다. 어린이 문화운동의 선구자 소파 방정환 선생의 ‘나라사랑 어린이사랑’ 정신을 잇는 동화 구연가들의 모임, 색동어머니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회 입상은 물론 각종 교육, 세미나를 통해 전문성까지 두루 갖춘 어머니들의 행복한 동화 이야기가 펼쳐진다.

34년간 어린이 찾아 동화 구연
지난 1978년 창립된 색동 어머니회는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과 어린이운동에 뜻을 같이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색동회가 주최한 제1회(1976년)와 제2회(1977년) ‘전국 어머니 동화구연대회’에 입상한 동화 구연가 어머니들이 발족한 모임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이들은 ‘찾아가는 공연 예술’을 슬로건으로 색동회의 이념인 ‘나라사랑’의 뜻을 받들어 동화구연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아름다운 정서를 심어주고 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이들 회원 수는 총 1000여 명, 모두 혼인한 30~50대 여성들이다. 색동어머니회 창단 초기에는 혼인한 여성이라도 자식이 없는 사람은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도 상을 다시 반환해야했지만 현재는 불임이나 자식이 생기지 않는 여성들을 배려해 결혼인증만을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색동어머니회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회 외 아래의 지회에서 어린이동화구연대회, 어머니동화구연대회 등을 주최하기도하고 어린이잔치, 각 단체의 문화교실, 도서관 등에서 동화보급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유치원·초등학교·도서관·보육원·재활원 등에서 동화구연, 동시낭독, 동극으로 어린이 문화 활동을 위해 봉사하고 있으며 해마다 문화 혜택이 낙후된 지역을 돌며 뮤지컬, 동화 구연, 동요 등 공연을 펼친다.
또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중국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우리나라의 입양어린이들과 교민 어린이들에게 공연을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이밖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구연문집을 펴내며 동화 보급에 힘을 기울이며, 어머니 그리고 동화 구연가들을 위한 세미나 등 후배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동심과 어울리면 행복해요
색동어머니회는 동화구연대회를 통해 입상한 어머니만이 입회를 할 수 있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색동어머니회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통해 1년 간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입상한 이후에는 어머니회에서 진행하는 아카데미와 월례회를 통해 동화구연과 동화 구연 강사로서 교육을 받게 된다.
전문교육을 받은 회원들은 동화구연이나 동화구연강좌 봉사활동을 하거나 개인 강의 활동을 하기도 하며 많은 자료들을 서로 공유하고 연구하기도 한다. 또 여러 도서관과 요양원, 병원, 아동시설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어려운 아동들을 후원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동화캠프와 동화구연지도자 세미나가 있고 어린이, 어르신들의 동화구연대회를 매해 열고 있다. 동화 구연 외에는 인형극과 아동극을 통해서 공연활동도 하고 있다.
매년 4월 23일 책의 날을 맞아 색동어머니회는 회원 전체가 전국의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상대로 책을 읽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김해, 경주, 포항, 이천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300여 곳을 찾아 아이들에게 동화구연과 함께 인형극 공연 등을 펼쳤다.
색동어머니회 윤경희 회장은 “회원 일인당 봉사터 한곳을 지정해 책읽기를 진행하는 색동어머니회 활동으로 이날 전국은 동화 꽃이 활짝 핀다”면서 “해외 출장이나 이민 간 회원들까지 행사에 참여하고 있어 국외로까지 봉사 꽃이 핀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면 특히 바쁘다. 복지관과 아동시설 측에서 공연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도서관을 빌려 연극공연과 전래놀이를 펼쳤다. 각 학교마다 공문을 띄워 아이들을 초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어머니회의 활동은 매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윤 회장은 “우리 공연을 찾아다니는 단골 학부모님들이 있다”면서 “특히 초등학생 3~6학년들의 부모들이 동화구연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여름이면 어린이 동화 캠프를 연다. 캠프에선 각 방마다 인어공주, 백설공주 등 동화 속 장면을 연출하고 동화 구연가들이 주인공 되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동화구연은 책읽기의 또 다른 방법입니다. 자칫 아이들에게 따분할 수 있는 책 읽기를 흥미롭게 이끌기 위한 좋은 수단이자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즉, 동화 구연을 통해 아이들은 상상력을 갖게 되고 상식을 넓히며 바른 가치관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동화를 들으며 자란 어린이는 성장과정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정서적으로 인내성이 강하고 조화된 성격을 갖춘 청소년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동화 구연가 어머니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해주는 동화 구연은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에게도 꿈과 동심을 심어주는 새로운 독서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색동어머니회 임자영(40대·여)씨는 동화구연을 통해 질병을 이겨냈다. 완치가 없는 병, 암을 상대로 투병활동을 펼치던 임 씨는 퇴원 직후 휴식기를 갖기보다 이전부터 해오던 동화 구연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삶이 남은 동안 어린이와 이 사회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며 매일같이 봉사터를 찾아 다녔고, 현재는 수술을 잘 완료하고 활동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색동어머니회는 동화 구연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찾는 사람이나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어머니들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어머니들이 모입니다. 이들에게 동화 구연 활동은 가계살림을 지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어머니들이 색동의 이름으로 뭉치면 이들 활동은 봉사로 탈바꿈합니다. 모든 회원들이 봉사라는 가치 있는 활동을 즐기고 있죠.”
윤 회장 역시 아이들의 올망졸망한 눈빛에 동화가 닳아 없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동화 구연 활동을 즐긴다. 그는 얼마 전 산골도서관 측으로부터 동화 구연을 요청받았다. 티 없이 맑은 산골 아이들과 그가 펼쳐내는 동화가 만나는 오묘한 공간. 그곳에서 아이들은 처음 “듣기 민망하다, 어색하다”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점차 동화구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며, 자신이 사는 테두리를 넘어 보다 큰 곳을 향한 열정을 품게 됐다. “자주 편지가 왔어요. 제가 동화구연을 하듯 꿈을 키워나가고 싶다는 메시지도 있었고요. 새로운 다짐과 포부를 담아 보내온 아이들 편지가 참 흐뭇했어요.”

무지개빛 세상을 꿈꾸다
색동어머니회는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자는 일념만으로 외부 지원 없이 회비로만 조직을 운영해오고 있다. 봉사를 위한 모임이 자칫 상업적인 측면으로 흐를 수 있다면 이것은 진정한 봉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색동어머니회의 윤리의식이다.
이미 자식을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로서 다른 아이를 위해 봉사를 한다는 것 역시 이처럼 뚜렷한 윤리의식 덕분이다. 자신들의 자녀 뿐 아니라, 대한민국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고 지혜로운 나라의 일꾼이 되길 색동어머니회 어머니들은 희망하고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문화적인 혜택으로부터 소외받는 이 땅의 어린이들이 나라에 꼭 필요한 건강한 어린이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곁에 우리 색동어머니회가 영원히 함께 하길 바랍니다.”
지난 34년간 동화 구연을 통해 미래 주역이 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색동어머니회. 이들 어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의 색동 꿈이 무지개빛으로 번져 오래토록 변치 않길 바란다. 
 

배샛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