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 전문가는 지역 안에서 몸을 묻고 사는 사람들이지 사회사업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그리하여 도시빈민과 삶을 함께 하고자 결단하고 직접 현장으로 뛰어든 사람. 또한 늘 스스로와 학생들에게 사회복지사란 발밑의 칼날을 부지런히 다듬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 안산공과대학의 이문국 교수(49)를 만났다.

현장 속으로 뛰어들다
안산공대에서 십 수 년째 사회복지 강의를 해온 이문국 교수는 현재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의 자활정책연구소장이면서 현장경험이 풍부한 지역운동가이자 사회복지사이다. 30대에 본격적으로 빈민현장에 뛰어든 이래 지금까지 자활사업과 관련한 활동에 관여해, 자활 시범사업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자활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데 그의 역할을 더했다.
“대학에서 처음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특히 사회철학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당시 함께 사회에 대해 고민하던 친구들이 감옥에 간 상황에서 미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무엇보다 적성에 맞지 않아 학교를 중퇴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사회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었다. 그는 제대 후, 우연찮게 사회사업학과를 발견하고 편입을 해 늦깎이 89학번이 되었다.
“사회사업학과를 전공하면서 사회학적이거나 사회복지적인 접근이 오히려 철학보다 강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철학이 소모적이라고 느껴지는 데 반해 사회사업의 실제성과 현장에서의 사회운동성은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졸업 후 빈민 현장으로 들어가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대학원으로 진학해 학업을 계속하는 동시에, 정신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지역복지관의 과장으로 6개월가량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복지가 시혜적으로 행해지거나 가난한 사람을 매개로 하는 장사처럼 느껴지는 등 복지현장의 문제를 절감하고, 청년 사회복지사의 모임인 ‘사회복지개혁모임’을 조직했다. 이를 통해 기존체제에 저항하는 한편,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경험하며 이들이 시혜자가 아닌 주인이 되는 제도를 꿈꿨다.
“현장에 가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역복지 전문가는 지역주민과 연대하여 삶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결단으로 난곡과 봉천동 등지로 들어갔습니다. 지역주민과 함께 철거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설립된 것이 ‘관악주민연대’이며, 이를 통해 그가 ‘지역사회운동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사회복지적인 차원에서 항상 주민과 살면서 그들을 하나의 인간으로 이해하고, 단순히 아파트 하나를 얻어 주기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민중이 주체가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취지인 것이다.
매개자로서의 역할 자처
이문국 교수가 교편을 잡은 것은 1999년 즈음이었다. 빈민현장에서의 활동과 연구자로서 자활을 위한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온 것이 바탕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에 보다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한 방편이었다.
“사회를 위해 일하는 데, 당시의 지역운동가나 사회복지사로서의 활동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교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해나가며 사회복지사와 지역운동가 사이에서 매개자 역할을 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현장에서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살려 사회복지사와 지역운동가 사이의 갈등구조를 성공적으로 이끌도록 노력했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자신이 몸소 현장에서 실천한 것을 이론과 대비해보며 검증된 것으로 가르치려고 했다. 이론 보다는 실천, 실천보다는 행동을 중요시하며 먼저 움직인다는 것이 원칙이 되었다.
“학생들에게는 사회복지사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사회라고 강조합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치료사로서 상담가로서 사회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그는 ‘사회’라는 각도 내에서 ‘웰빙’이라는 복지가 성립된다며 학생들로 하여금 지역문제를 들여다보고 행동할 수 있도록 활동가 이상의 의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한다. 그 자신이 현장과의 연대 고리를 중요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
이문국 교수가 지난날 빈민운동을 위해 그들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듯이, 강의실을 떠난 곳에서 그는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등산을 할 때는 즐거운 산 친구가, 술자리에서는 편한 친구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의실 안에서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사회복지사란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라고 강조하는 편입니다. 서비스 공급자로서 상대를 살피고 도와주는 전문적인 직업이지만 오만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이를 늘 경계하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학생들이 나눔의 관계를 인식하고 사회복지사가 가운을 입은 기술자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사람으로서의 원칙을 심어주기 위해 혹독하게 교육하는 편이다. 각 개인에 따른 슈퍼비전을 주고 이야기를 통해 적성과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 실습을 통해 심화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 학점을 비중 있게 다룬다. 또한 다양한 전문 서적을 읽게 하고 반드시 손으로 작성한 레포트를 받는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사 또한 발밑의 칼날을 가진 전문가로서 칼날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하는 끊임없는 자기개발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그는 스스로와 학생들에게 부지런히 검열장치를 드리우고, 또한 초심을 잃지 않도록 애쓰며 사회복지를 실현하고자 한다.
“자활센터 내 자활협동공제조합을 전국조직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현재 시범구 50개가 출범했지만 나머지 200개까지 확장해, 자활참여자들이 주인이자 조직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가 지난날 펼쳐왔던 빈민운동의 연장선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고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 이것이 바로 그가 희구하는 사회복지이자 앞으로의 계획인 것이다.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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