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미국 루트거스 광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선거권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행진을 벌인 것을 기점으로 시작된 세계여성의날이 벌써 102년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해마다 이 날을 기념하여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올해 3월에도 제102주년 ‘3.8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여성 활용이 국가 경쟁력의 밑거름
세계여성의날이 D-day를 맞은 지난 3월 8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정숙)는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광화문 서울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여성! 베이징 그리고 15년’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백희영 여성부 장관을 비롯한 귀빈들과 여성계 지도자들이 자리한 가운데 여성단체 회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총 2부로 나누어 진행된 행사는 행사 소개 및 귀빈 축하 인사 전달식 등을 시작으로 베이징 제14차 세계 여성대회 이후 지난 15년간의 활동과 실천을 분석·평가하는  대토론회로 끝을 맺었다.
먼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정숙 회장의 인사말로 1부가 시작됐다. 김 회장은 행사장에 자리한 귀빈들과 여성계 지도자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네며 3.8세계여성의날을 소개했다. 이어 제54차 유엔 여성지위원회(CSW)에 참가한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나라 여성들의 활동 프로그램이 외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의 권리 및 역량 강화를 주장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설을 거론하며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은 여성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정몽준 국회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정 의원은 “세계 여성의 날 행사는 앞으로 몇 년 만 더하고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좋은 많은 (여성)단체들은 계속 있어야 될 것 같은데 한국여성단체 협의회는 이제 몇 년 있다가 그만하고, 대신 한국남성단체 협의회가 나타나면 어떻겠는가”라고 말해 장내 분위기를 북돋았다. 이후 여성권익·지위 보장을 제도화한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우리나라가 지금도 구태의연한 것은 남자들의 인식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때 광역과 기초의원 8명 중에서 한명을 여성으로 하자는 법을 만들었는데, 남성의원들의 반대가 엄청났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행사는 계속해서 2부 ‘여성! 베이징 그리고 15년’이란 대토론회로 이어졌다.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나경원 국회의원(한나라당), 정진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 등 이날 토론 참가자들은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주기 위한 행동강령을 담은 1995년 베이징 선언 이후 15년 동안의 이행 정도를 평가하고 새로운 여성발전 전략과 대안을 논의했다.
토론회는 나경원 의원의 발제로 시작됐다. 그는 “서른 번이 넘게 선출된 서울시장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전제한 뒤 “이제는 경제·정치적으로 여성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원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5년 처음 50%를 넘어섰지만, 작년에는 49.2%로 다시 1990년대 중반 수준에 그쳤으며 남녀 근로자 간 임금격차도 꾸준히 좁혀지다가 2000년 이후에는 거의 답보 상태로, 2008년에는 남성이 100%일 때 여성은 63.3%였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비정규직 여성들에 대한 처우도 마찬가지”라며 “여성의 경제 세력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원장은 “여성인력활용은 국가성평등지수의 향상에 기여하고 국가경쟁력의 밑거름”이라며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를 줄이고 육아휴직 비용의 실질적인 지원과 여성경영인이 모든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정 교수는 최근 10여 년간의 투표율을 토대로 “한국 정치의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여성의 정치 참여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제약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여성들 스스로 정치를 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래서 우대조치를 통해 단기적으로 여성의 참여를 높이고자 하는 게 여성할당제”라고 덧붙였다.

여성의 참여로 희망을 현실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앞서 주말인 지난달 6일에도 갖가지 행사가 진행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과 주변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6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여성연합은 대회에서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과 걸림돌’을 발표하고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여성선언을 낭독했다.
여성연합 남윤인순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6·2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빈곤화를 해소하고 여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정치 실현을 위해 성평등한 후보를 선택해야한다”며 “여성의 참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이화여대를 출발해 신촌 기차역과 명물거리를 거쳐 창천문화공원까지 걷는 세계여성행진을 벌였다. 또한 ‘여성의 한표로, 희망을 현실로’를 외치며 6·2 지방선거에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했으며, ‘내 제사 거부 서명’, ‘위안부 문제 해결 50만 서명’ 등 여성인권 개선을 위한 전시회도 열었다. 이화여대 일대에서는 여성단체들이 회원 확대를 위해 자활공동체 물품을 판매하고 기금을 모금하는 ‘시민난장-컬러풀 플리마켓’ 바자회도 마련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도 오후 1시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세계 여성의 날 전국 여성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의 유연근무제(퍼플잡) 반대’,  ‘출산 강요와 낙태 단속 강화 반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촉구했다.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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