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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재발견 “문화까지 장 보소”시장통에 들어선 문화예술공간
배샛별 기자 | 승인 2010.05.03 14:32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수유마을시장은 평일 낮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09년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에 선정된 이후 상인, 주민들이 시장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시장 사물로 소리를 만드는 ‘시장통 퍼레이드’, 상인들의 댄스교습소 ‘힘내라 상인’ 등 수유마을시장은 문화와 이야기가 있는 시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정(情)과 덤(1+1)이 오고 가는 동네 시장이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시장 속 문화콘텐츠 발굴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은 쇠퇴하는 전통시장에 문화적 활력을 불어 넣어 전통시장 고유의 특성을 살리고 시장을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사업은 시장의 특색에 따라 상인 참여형 문화콘텐츠 개발 및 프로그램 운영, 시장별 전통과 특성을 활용한 문화마케팅, 환경조성 등을 지원한다. 정부 지원도 시장마다 1억 5000만원에서 최대 3억 5000만원까지 투입된다. 시범사업에 따른 주 대상지 선정조건은 ▲관광지를 비롯해 사람들을 불러들일 만한 요소가 있는 곳 ▲사람들의 마음을 끌 만한 이야기가 있는 곳 ▲전통시장의 원형을 갖추고 있는 곳 등이다.
사업은 이미 수원 못골시장과 강릉 주문진시장 등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어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수유마을시장과 전남 목포 자유시장, 대구 방천시장, 충남 서천 한산 재래시장 등 총 4개 시장이 추가로 선정돼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지는 이들 시장 중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수유마을시장을 찾았다.

삶을 살찌우는 문화예술시장
지난달 14일 수유마을시장은 오전부터 사람들로 분주했다. 시장 초입 시장슈퍼에서는 꽃과 식물을 내다 놓았고 시장견학을 온 아이들은 일렬로 줄을 지어 선생님을 따랐다. 수유골목시장을 알리는 간판 밑에는 수유마을시장 프로젝트 안내와 2010년 수유시장 상인대학 개설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난해 6월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수유마을시장은 ‘시장 속 마을, 마을 속 시장’이라는 모토로 시장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문화를 다룬 책자를 간행하고 거리 악사 활동을 하는 수유여행사(커뮤니케이션 아트)를 운영하는 등 시장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아케이드 공사로 깔끔하게 정비된 수유시장은 문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는 중이다.
20년 동안 이곳 시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공사를 통해 시장의 외관이 좋아졌다”며 “옛날에는 시장이 정신없고 너저분했는데 지금은 깨끗하고 편하다. 이제는 상인들도 깔끔하게 (물품을)진열한다”고 말했다. 떡볶이를 파는 한 상인도 “예전에는 비나 눈이 오면 장사를 못했지만, 아케이드 공사를 한 뒤로 물이 새지 않아서 장사가 수월해졌다”고 기뻐했다.

 
어린이, 주부를 위한 작은 도서관 겸 북 카페인 ‘생생클럽’에선 상인미디어학교, 종이공예모임, 리본공예 클레이아트, 가게를 여행하는 책들 책수레, 중국어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실제 찾아간 클럽에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사람들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클럽게시판에는 “수다공방 언제 다시 해요”, “기억해요 골판지 아저씨” 등 아이들과 상인들이 적은 메모가, 벽면에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진 액자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클럽 관계자는 “프로젝트 참여 작가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얼굴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시장은 예술 상인들이 장보기 마차를 직접 끌면서 손님들에게 시장을 홍보하는 한편 길안내와 상가청소, 동전교환 등의 역할을 하는 심부름센터를 마련해 주민 편의를 돕는다.
한편 시장길 2층 상가를 개조하여 만든 다락방은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다. 한춤교실, 기타교실, 어린이악단, 몸살림 체조, 마을극장모임, 노래교실, 댄스스포츠, 자작나무모임, 녹색평론모임, 목공교실 등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상인들이 직접 제안해서 개설된 댄스 스포츠 ‘힘내라 상인’은 열댓 명의 상인들이 서로 파트너를 맺고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우리 민요가락에 맞추어 전통춤을 추는 한춤 동아리 역시 왕성한 활동을 자랑한다. 동아리에서 시작된 한춤 교실은 열의가 더해져 정규 프로그램으로 승격, 현재는 지역민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정부 지원에 따라 프로젝트가 수강료와 재료비 일부를 제공함으로써 문화적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두부를 파는 상인은 “예전에는 장사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문화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여가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수유마을시장 프로젝트 관계자는 “사람들 반응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면서 “문화 프로그램 시행 이후 잘 몰랐던 이웃 점포 상인들 간 대화를 나누는 등 왕래가 늘었다”고 말했다.

잠들지 않는 시장으로… 한걸음 진일보
푸근한 정을 앞세운 이들의 문화마케팅 전략이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유골목시장 상인회 최진호 전무(이사)는 “프로그램 실시 후 반응에 따르면 참가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긍정적 분석이 일반적 시각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부정적이거나 비판적 전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프로그램 주민 참여도는 아직 저조한 실정이다. 수유마을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향후 자체적으로 수유시장 안에서 사업을 유지·발전시켜야 하는데 상인들이 아직 100% 공감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상인과 주민들의 목소리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시장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에 대해 동네주민 A씨는 “관심은 가지만 참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시장 상인 B씨 역시 “장사하느라 바빠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무상지원 등과 같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의 참여는 그것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러한 탓인지 프로젝트 진행 전보다 시장 상인들의 소득이 크게 오른 것도 아니다. A씨는 “변화된 시장이 편하지만 그렇다고 장사가 더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손님 오는 것은 똑같다”고 토로했다. 시장 상인들 간 가격담합도 문제다. B씨는 “변화도 좋지만, 그에 따라 물가가 많이 오르는 거 같다. 상인들이 담합해서 올리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체 홍보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상인회 최진호 전무는 “수유마을시장은 400여개 점포가 참여하고 수유시장·수유골목시장·수유재래시장이 함께 뭉쳐 있어, 홍보가 분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직접 참가하지 않는 사람은 잘 모르는 편이다. 프로젝트 사업은 지역주민, 상인, 예술작가 이들 삼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한쪽만 봤을 때는 만족이 100%는 안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민정 프로젝트 매니저는 “시장규모가 커 하루 유동인구가 만 명이 넘는다.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면 시일이 더 필요하다”면서 “1단계 사업에서 미진했던 홍보를 개선키 위해 방안을 강구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 매니저는 수유마을시장 활성화 지원책에 대해 ▲시장 천장에 LED 시계를 설치 및 ‘만남의 장소’ 조성 ▲점포마다 이야기를 연계한 테마거리 조성 ▲전국 서점에 유통될 시장 책자 발간 ▲지역보건소와 연계한 문화 테라피 등을 언급했다.
수유마을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더욱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종래에는 상인과 상인들끼리 그리고 상인과 주민(고객)들 간 유대관계가 더욱 돈독해져야 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한편 수유마을시장이 진행한 프로젝트 사업은 1단계가 올해 5월로 종료한다. 이에 맞춰 시장은 5월 7부터 9일까지 3일간 놀이마당을 통해 상인과 지역 주민의 문화적 화합을 도모할 계획이다. 

문화관광 어우러진 전통시장 확산
수유마을시장과 같은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지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12월 중소기업청과 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동 노력을 추진하는 한편, 올해 광주 무등시장을 비롯해 서울 우림시장, 경북 봉화상설시장, 충북 가경 터미널시장, 경남 화개장터, 부산 부전시장 등 6개 시장을 추가로 확정했다.
전통시장을 국제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부산 자갈치시장과 인천 신포시장을 국제상인시장으로, 춘천 중앙시장·아산 온양전통시장·광주 양동시장·여수 교동시장·울주 남창시장과 서귀포 매일시장 등 6개 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새롭게 단장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은 각 시장별로 최대 20억 원을 투입하여 관광명소로 꾸민다. 특히 국제상인시장으로 선정된 부산 자갈치시장과 인천의 신포시장은 일본·중국 등 해외 관광객과 보따리 무역상이 많은 지역으로 각각 지역 특색을 살리게 된다.
한편 시장경영진흥원은 선진시장 경영비법 전수를 위한 상인대학원을 지난달 전국 5곳에 확대 개설했다. 상인대학원은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상인 최고경영자과정이다.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되며 2009년 2곳에 이어 2010년 전국 권역별로 5곳에 확대 개설된다. 수도권(국민대학교, 숭실대학교), 중부권(충남대학교), 영남권(동의대학교), 호남권(전북대학교)으로 전국의 상인대학 졸업자에 더 많은 교육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특히 수강료 전액 국비 지원(입학금 별도 자부담)으로 진행돼 상인들의 부담이 적다는 점은 상인대학원의 매력이다. 시장경영진흥원 정석연 원장은 “2009년도 첫 시행된 상인대학원은 높은 만족도(91.5%) 및 타 지역의 개설 요구로 확대 진행하게 됐다”며 “2010년에는 첫해 교육과정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내용으로 전통시장을 체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선진 인재를 양성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함께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시장
전통적으로 사람이 만나고 교류하며, 각종 정보와 오락이 넘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서 시장은 제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 시장에선 각박해진 세상에서 좀처럼 맡기 힘든 사람 냄새가 난다. 그만큼 시장은 사람의 이야기와 행위가 넘쳐나는 살맛나는 곳이다.
시장을 문화적으로 디자인해보는 프로젝트는 이제 갓 한발을 내딛었다. 시장에 잠재된 문화적 가능성을 발굴하고 사람과 사람 간 교류가 나날이 넓어지는 완벽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되길 기대해본다.
끝으로 수유마을시장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미영 프로그래머의 전언이다.
“시장 활성화 사업의 목적에는 재래시장이 쇠퇴하니까 경제적으로 살려야 된다, 소상공업자들이 많다, 는 등 이런 경제적인 논리가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이란 곳은 사람냄새가 나는 삶의 공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니까 연세가 지긋한 분이나 주부 등 모두가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삶의 공간인 것이죠. 요즘 뭐든 없애고, 다시 짓는 게 익숙한 세상이 됐지만 이러한 어울림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동취재 / 김혜민 기자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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