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는 사람과의 관계이다. 사람을 잃어버리고 활동하는 것은 죽은 사회복지를 하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이 열 걸음을 혼자 나가는 것 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홍만형(30) 사무국장을 만났다.

인간 중심 네트워크
홍만형 사무국장은 정부 시스템의 서비스 전달자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복지를 추구한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해 지역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대학교에 다닐 때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복지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관악사회복지에서 실습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관악사회복지가 자신의 활동방식과 가치관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서 활동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관악사회복지와 함께하고 있다. 2008년에는 관악사회복지에서 세 번째로 사무국장을 맡았다.
“예전에는 홍보 부서에서 일을 했어요. 소식지를 만들거나, 뉴스레터를 관리했지요. 활동업무로는 지역의 자원들로 주민들을 만나는 복지거점운동을 했습니다.”
그는 복지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푸드뱅크를 실시했다. 학교급식, 빵집 등 기탁처에서 음식을 후원 받아 무료 급식소, 복지시설 등의 결식이웃에게 음식을 전달했다. 또한 건강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동네 의료기관을 연결해 의료 소외 계층 주민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햇살 청소년 모임, 해오름 여성 모임, 꿈꾼이 사회인 모임, 장애인 당사자 모임이라고 저희가 운영하는 모임이 있어요. 여섯 명의 사람들이 복지정책 파트, 회원 파트 등을 맡아 관리하고 있는데, 저는 운영위원회나 이사회가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통의 역할인 거죠.”
햇살 청소년 모임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 문화 활동인 햇살 학교를 운영한다. 해오름 여성 모임에서는 자존감 향상을 위한 창조성 훈련과 빈곤 가정 이웃 상담원 활동을 하며, 꿈꾼이 사회인 모임에서는 어르신 문화 마당 은빛 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임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욕구를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늘 생각하고 있어요.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관계잖아요. 사람들과 저희가 피상적인 관계를 맺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사람들이 꾸준히 활동에 참여할 때 보람을 느낀다. 특히 사무국장을 떠나 인간 홍만형이 하려는 이야기를 받아줄 때 힘을 얻는다. 연대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대안적 사회를 꿈꾼다
홍만형 사무국장은 복지관이 지역을 바꿔나가는 센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있는 복지관들이 하나의 거점이 되어 연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가 하는 역할이 있고, 복지관이 해야 되는 역할이 있잖아요. 그 안에 복지사들의 역할이 있는데, 그것을 하는 것은 사람이란 말이에요. 저는 기관장의 마인드나 기관의 사명, 그 일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과 교육을 받은 사회복지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홍 사무국장은 사회복지사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열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복지사로 오래 생활하게 되면 기관이나 사회의 벽에 갇혀 지치게 되기 때문에 서로에게 힘을 주는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는 같이 걸음을 내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느리더라도 열 사람이 한 걸음 내딛는 것을 경험하고, 그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거죠. 세상에 잘난 사람은 많지만 그 사람들이 혼자 나간다면 무엇이 이루어지겠어요.”
홍 사무국장은 주변 친구들에게 사회복지를 ‘진짜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사람이 없으면 사회복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세 가지 비전
홍만형 사무국장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세 가지 비전을 세웠다. 첫 번째 계획은 지역사회활동가양성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저희가 주민들과 계속 활동을 하고 있는데 주민들 사이에도 리더가 있어요. 이러한 리더들을 교육하고 훈련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홍 사무국장은 관악사회복지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주민 리더 지도자의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십년 후 그의 목표는 센터를 만들어 백 명의 활동가와 함께 하는 것이다.
두 번째 계획은 이웃사랑방이 거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웃사랑방은 재사용이 가능한 중고생활용품을 교환, 판매하는 환경매장이다. 이곳은 어려운 이웃들의 상담공간이자 푸드뱅크의 배분처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역에 있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류하고, 물품을 후원하거나 기증 받고, 사회복지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힘든 사람이 있으면 찾는 등 거점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웃사랑방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현재 이웃사랑방이 여기를 포함해서 3호점까지 있습니다. 1호점인 이곳이 거점의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다른 하나의 계획은 정책연구소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복지영역에 많은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주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홍 사무국장은 정책연구소를 만들어 주민들의 뜻이 정책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재정비하려 한다. 
“세 가지 비전은 2005년도에 만들어졌어요. 그때 계획했던 일들이 지금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면서 앞으로의 목표를 세우려 합니다.”
남은 임기 동안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는 그가 세 가지 비전을 모두 이루기를 기대해 본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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