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리 쿵쿵따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이 다른 동물을 수술하기 전에 테스트 하는 실험견으로 7년을 살았다. 성대 수술, 중성화 수술, 이 외에도 여러 번의 수술에 들어갔다. 그럴 때마다 쿵쿵따에게 고기 캔을 주던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쿵쿵따, 이번 수술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그냥 떠나. 그래야 더 이상 이런 고통을 안 받지.”
책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고다마 사에 저)’는 유기견들의 실상과 그들의 고통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많은 유기견들이 버려지고 있다. 이러한 유기견들은 유기견 보호소에서 보호하지만 일정기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된다.

 

2008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수는 무려 7만 7877마리로, 이 중 30.9%인 2만 4035마리가 안락사했다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밝혔다. 이밖에 거리를 떠돌다 혹은 사설 보호소에서 숨진 동물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삐뚤어진 애견문화
우리나라는 도시화에 따라 개인적 삶을 중시하는 문화적 패턴으로 인간이 아닌 동물을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현상이 확대되면서 90년대 이후 반려동물인구가 늘어나기 시작, 2000년 들어 동물산업이 정점을 이루며 발전했다.
당시 각종 매스미디어는 반려동물을 오락 프로그램의 소재로 사용했고, 그 영향으로 반려동물 보유 가구 수는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그런 과다 노출과 왜곡된 시각으로 인해 늘어난 시장에서는 유기견 문제와 동물학대 문제 등 성숙하지 못한 반려동물 문화가 나타났다. 또한 인간에 의해 방치되고 버려지는 동물의 수도 차츰 늘어났다.
주인의 사랑을 받다가 버려진 떠돌이 개들은 떠돌다 사고를 당하거나 굶주림에 지쳐 질병에 걸린 후 죽거나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는 등 갖은 학대를 받게 된다.
협회는 6월 초 어떤 사람에게서 자신의 개들을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자신이 기르는 개들로 인해 주변의 민원이 심해 더 이상은 기를 수 없으니 반은 데려가 보호소에 있게 하고 나머지 반은 나중에 자신이 거처를 옮기면 다시 데려가겠다는 것이었다.

인간에 의해 방치되고 버려지는 유기견.

협회가 현장을 찾아갔을 당시 그의 집은 잠시도 한곳에 머물 수 없을 만큼 냄새가 심했다. 가는 길목마다 개들의 배설물로 가득했다. 게다가 그는 알콜 중독자로 상습적으로 개들을 폭행하고 있었으며, 개들 역시 스트레스를 집단공격으로 대신 해소하고 있어 개들이 계속 죽어나가는 지옥 같은 상황이었다. 협회는 아주머니를 설득해 개들을 모두 보호소로 이동시키는 것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그리고 아주머니에게서 영구적으로 개들을 격리하기 위해 법적 서류를 꾸몄다. 아주머니는 양도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개들은 보호소로 옮길 수 있게 됐다.

버려진 개들, 두 번 죽이나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동물사랑실천협회 유기견 보호소에는 유기견 270마리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견 수는 매달 30마리. 이 가운데 학대 받는 유기견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구출해낸 유기견이 15마리 정도다.
이곳 보호소에는 1명의 여성 소장과 1명의 여성 실장, 2명의 남성 관리직원 등 총 4명이 상근하고 있다. 직원들은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여 야간에도 상주하고 있다. 또 무인경보장치 및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외부인의 침입을 막고 있다. 시설에서야 차이가 나겠지만 여타 보호소에 비해 매우 우수한 편에 속한다.
동물들에 대한 보호 상태도 최적에 가깝다. 견사에는 적정 개체수를 200여 마리로 유지하고 있다. 개체수를 초과하게 될 경우 정해진 기준에 따라 부득이하게 안락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이것은 유기견이 늘수록 개들이 서열에 밀려 싸움을 하거나 제대로 먹이를 먹지 못하는 상황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함이다.
협회 관계자는 “유기견을 오래 데리고 있으면서 계속해서 입양을 보내기 때문에, 안락사보다 입양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기견이 입양되는 확률은 20%”라고 밝혔다.
지역구별로 시의 위탁을 받은 유기견 보호소가 있고 사설 보호소도 있지만 유기견을 관리한 지 열흘 안팎으로 안락사 시키는 동물보호법개정안을 따르기 때문에 많은 유기견이 목숨을 잃게 된다.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는 안락사 시 유기견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취제를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보호소에 있는 모든 유기견들이 안락하게 죽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협회 관계자는 “안락사를 제대로 시키지 않고 아무한테나 입양을 보내는 보호소들도 많다”며 “안락사를 안 하는 이유는 약값이 들고 사체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기견은 갖은 질병에 노출된다.

 한 동물단체가 지난 2008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킬 때 사전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고 바로 근육 이완제를 놓고 있다. 개 한 마리당 위탁비가 10~15만원인데, 이중 절반가량이 사체처리비로 쓰이기 때문에 안락사에 대한 절차상의 비용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문제 때문에 유기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끔찍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허울뿐인 보호소 많다
일반 사설 보호소의 경우 운영에 대한 기준, 규칙 등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별없이 무작위로 비인도적인 상태에서 보호를 하기도 한다. 능력이나 여건에 맞는 적정 개체수를 정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개를 받아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대신, 보신탕업체나 경매장과 불법거래를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전국 지자체 직영 및 위탁 운영 동물보호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소는 2008년 발표 233개에 이른다. 보고서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전국의 30곳 이상의 보호소를 선정, 현장파악을 통해 보호소 운영 및 시설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동물학대의 온상이 되고 있는 보호소의 사례도 보고서에 수록됐다.  
위탁 계약을 동물병원 수의사 이름으로 해놓고 실제 보호소 운영은 개를 식용으로 길러서 파는 개농장이 맡은 경우, 안락사를 시킬 때 사전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석시니콜린을 주사하는 경우, 피부 및 안구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 받는 유기견들이 관리감독이 허술한 보호소에 방치된 경우도 있다. 동물을 보호해야 할 보호소가 오히려 떠돌이 생활만도 못한 고통스런 수용공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일반 업자들, 시설만 갖춘 일반 사람들에게 위탁 운영을 맡기다 보니 사람들이 동물을 수익을 내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사람들은 동물 복지에 대한 관점이 명확하지 않아서 제대로 보호도 안 할뿐더러 동물학대도 쉽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3월에는 부천시 소재 유기견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유기견 161마리가 불에 타 참혹하고 고통스럽게 죽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관계자는 “편의에 의해 장난감처럼 키워지다 버려진 동물들은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일부 개인들의 부담이 되거나, 자격 없는 자들의 애니멀 호딩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부는 비참하게 희생된 동물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들의 동물보호의식의 개선과 책임 있는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락사 말고 활용을
애완동물을 매개로 심신의 질환을 개선하는 치료법 ‘애니멀 세라피(animal theraphy)’가 활성화 되고 있다는 점은 더 이상 유기견에 대해 안락사만이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미국 등지에서는 개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시설도 있는데, 개와 함께 생활하면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질병도 완화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애니멀 세라피의 원리는 간단하다. 동물을 돌보고 놀이를 하면서 동물과의 접촉 횟수를 늘려 나가면 체내의 엔도르핀 분비량이 늘어나 불안감이 사라지고 심장 박동수가 안정을 찾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편안한 상태에 돌입한다.
애니멀 세라피가 심신의 안정을 요하는 정신질환이나 노인성 질환,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만성 환자, 임종을 눈앞에 둔 말기 환자의 호스피스 과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선 유기견이 교도소 내에서 수형자들의 정서함양이나 교화의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천안소년교도소는 지난 2006년 삼성도우미견 센터와 ‘동물을 통한 수형자 재활 프로그램 공동추진’ 양해각서를 체결, 교정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수용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애견을 훈련하고 기르면서 공격적인 성격을 치료하는 등 인성 치료에 도움을 받았다.
‘동물을 통한 수형자 재활 프로그램’은 미국의 워싱턴여자교도소에서 최초 시행됐고, 시행 이후 25년간 재범자가 2명에 불과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유기견의 활용은 이밖에도 다양하다. 장애인 도우미견, 치료도우미견, 노인도우미견 등으로 유기견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견에게 사랑을
유기견 학대에 관한 문제는 한 개인의 동물사랑의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동물산업의 무분별한 팽창과 반려동물문화의 미발달에 따른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유기견 보호소는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는 등 떠돌이 견 및 피학대견의 안전한 쉼터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동물복지에 대한 문제를 알릴 수 있는 교육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유기견 수를 줄이기 위해 입양문화를 선도할 홍보 및 계몽 작업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외국의 사례 등을 벤치마킹하여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및 동물을 사랑하는 시민 윤리 위원 등이 한 팀을 구성해서 투명하고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경우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들이 경찰 통합 관리 시스템에 입력되어 정보가 공유됨으로써 쉽게 주인을 찾을 수 있다. 깨끗한 환경 조성, 기본적인 훈련 등을 통해 동물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보호소는 유기동물 입양문화도 활성화 돼 있다. 이에 따라 번식센터들은 스스로 도태되고 시민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규제되며 유기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시범적으로 반려동물 등록제를 도입, 현재 2개구에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질병 발생 등 부작용의 논란이 없지 않고, 등록대상이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개에 한정되어 있어 소유자의 주장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 또한 크다.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들을 보호하는 사회복지시설도 간혹 착취와 학대 문제로 사회에 고발되는 등 끊임없는 관리감독이 요구되듯,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동물들을 위해 우리 모두의 책임감이 필요한 때이다. 

공동취재/김혜민 기자

배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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